“우리들은 천하무적~” K뮤지컬 박력에 넋나간 대만

원선우 기자 2023. 9. 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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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뮤지컬 ‘삼총사’ 타이중 투어
타이중 국립가극원(NTT)의 야경.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이토 도요가 설계한 이 공연장은 타이중 시민들의 쉼터로도 사랑받고 있다. /타이중시 관광여행국

대만 타이중 국립가극원(내셔널 타이중 시어터·NTT)의 올여름은 뜨거웠다. 지난달 18~20일 한국 제작사의 뮤지컬 ‘삼총사’가 총 5회 투어 공연을 했다. 막이 오를 때마다 2000석 대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와 ‘철가면’을 원작으로 한 이 뮤지컬은 한국에서 2009년 초연부터 대중적 성공을 거둔 스테디셀러다.

달타냥은 아이돌 그룹 DKZ 민규와 뉴이스트 렌이, 아토스는 이건명, 아라미스는 테너 김현수가, 포르토스는 장대웅이 각각 맡았다. 주연 배우들의 폭발적 가창력부터 일사불란한 합창, 국군의 날 무술 시범 같은 근육질 군무(群舞)까지 객석을 압도했다. “닥치는 대로 해치워버려/ 우리들은 천하무적 세상이 다 우리 꺼야~.” 대만 관객들은 한국 남성 배우들의 이런 박력(迫力)에 거의 실신하는 분위기였다. 달타냥은 공연 중 객석으로 내려와 여성 관객에게 입을 맞추는 팬서비스까지 했다. 비명으로 극장이 떠나갈 듯했다.

대만 관객들은 보증된 실력과 뜨거운 열정을 한국 뮤지컬의 매력으로 꼽았다. 한 20대 여성 관객은 “노래와 춤이 화려해 일단 시각적으로 볼 만하다”며 “주연은 물론이고 조연 배우까지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열심히 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라고 했다. NTT 조이스 치우(Joyce Chiou) 총감독은 “조연 배우 수십 명이 여러 배역을 소화하며 춤과 노래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며 “이렇게 단단한 시스템을 구축한 한국 뮤지컬의 저변이 부럽다”고 했다. 대만은 인구(2350만명)가 적고 뮤지컬 산업도 발달하지 못해 이런 작품을 만들기 어렵다고 한다.

NTT는 7월부터 9월까지 여름 뮤지컬 특선인 ‘NTT 펀 섬머 펀 타임’ 을 진행했다. 7번째 작품인 ‘삼총사’는 올 특집의 하이라이트. 한국 제작진의 감수를 받은 공연 ‘신들의 말을 들어주세요(請聽神明的話)’도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2016년 설립된 NTT는 대만의 첫 오페라 극장이다. 여름에는 뮤지컬, 겨울엔 오페라 특집으로 관객을 찾아간다. 치우 총감독은 “타이중은 본래 클래식 관객이 많은 도시라 국가적 차원에서 최신 극장을 지은 것”이라며 “시민들의 문화적 관심을 뮤지컬·오페라 분야로도 확산시킬 전진 기지”라고 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이토 도요(82)가 설계한 이 공연장에 입장하면 커다란 벌집이나 개미집에 들어온 듯한 인상을 받는다. 내·외장을 모두 순백 페인트로 마감했는데 건물 전체에 직선은 전혀 쓰지 않았다. 거대하되 위압적이지 않고 포근하다. 1층엔 작은 인공 연못이 흐르고, 카페와 식당, 기념품 가게가 있다. 권위적이고 딱딱한 ‘국립극장’이 아니라 시민들이 즐겨 찾는 쉼터가 되기를 바랐다는 것이 NTT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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