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결에 오토바이 몰고도 아침엔 기억 못하는 이유
채민기 기자 2023. 9. 2. 03:03
잠이 고장 난 사람들
가이 레시자이너 지음|김성훈 옮김|시공사|448쪽|2만2000원
하숙집 주인 아주머니가 재키에게 물었다. 간밤에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갔냐고. 아무 데도 안 갔다고 하자 아주머니는 이상하다는 듯 말한다. “모터바이크 타고 나가던데?”
침대에서 뛰쳐나와 모터바이크를 몰고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재키의 비렘사건수면 때문이다. 쉬운 말로 몽유병. 뇌가 “잠자는 동시에 각성 상태에 있는” 경우다.
영국의 신경의학자인 저자가 직접 만난 환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수면 장애의 다양한 양상을 소개한다. 몽유병처럼 비교적 알려진 사례도 있지만, 하루 주기의 신체 리듬이 매일 달라지거나(수면위상지연증후군)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격렬한 욕구가 잠을 방해하는 상태(하지불안증후군)처럼 생소한 것들도 많다.
수면 장애를 영적 현상이 아닌 진단 가능한 질병으로 보고 치료를 시도한다. 잠이 만족스럽지 못한 독자라면 비슷한 고통을 겪는 이들의 생생한 이야기에 공감할 것이다. 수면 문제에 시달리지 않는 독자들에게도 깨어 있는 상태의 반대로만 알았던 수면에 대한 입체적 이해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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