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바라보고야 깨달았다… 지구인의 싸움이 얼마나 하찮은지

이영관 기자 2023. 9. 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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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이슈 읽기]
인도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
남극 착륙으로 본 우주 탐사

인도의 무인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가 달 남극 착륙에 성공했다. 이로써 인도는 구소련, 미국, 중국에 이어 넷째로 달 착륙에 성공한 국가인 동시에 인류 최초로 달 남극에 우주선을 착륙시킨 국가가 됐다〈본지 2023년 8월 24일 자 A1면〉.

스페이스 크로니클

스페이스 크로니클

닐 디그래스 타이슨 지음 | 에이비스 랭 엮음 | 박병철 옮김 | 부키 | 448쪽 | 1만8000원

우주로부터의 귀환

우주로부터의 귀환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 전현희 옮김 | 청어람미디어 | 360쪽 | 1만2000원

◇달 착륙, 과학 이전에 정치

“천체의 운동에 경외감을 느꼈을 때, 내 발은 더 이상 땅을 딛고 서 있지 않았다.”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가 2000여 년 전 책에 썼듯, 미지의 세계에 대한 ‘경외감’은 인간의 오래된 본능에 가깝다. 그러나 우주 탐사에서는 단지 ‘경외감’에만 충실할 때는 놓치는 것들이 있다. 가령, 인도가 달의 남극에 최초로 무인 탐사선을 보낸 것을 ‘우마차로 위성을 끌던 나라의 성공 드라마’라고 할 때, 이런 의문이 남는다. 왜 인도 이전에 달에 착륙했던 구소련·미국·중국은 남반구 착륙에 먼저 성공하지 못했나.

미국 헤이든천문관 관장인 닐 디그래스 타이슨에 따르면, 이유는 정치에 있다. 과학적일 것 같은 우주 탐사 문제이지만, 비용 대비 효과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타이슨은 명왕성을 태양계 행성 목록에서 제외하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한 천체물리학자면서, 칼 세이건의 다큐멘터리 ‘코스모스’를 재구성한 2014년판 다큐의 진행을 맡은 인물. 그는 2012년 미국에서 출간한 책에서 “지금 추세대로면 미국은 우주 개발에 관해 이류 국가로 주저앉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1969년 미국이 달에 사람을 처음 보냈던 것부터 정치적 판단이었다. 최초로 유인 인공위성을 쏜 소련보다 우위를 잡기 위해, 기계보다 생존력이 약한 사람을 보낸 것. 냉전이 종식되자, 정치는 우주 탐사를 더욱 잠식했다. 우주 탐사 계획은 일자리 문제와 맞물려 민주당과 공화당이 맞서는 이슈가 됐고, 정부가 바뀔 때마다 부침을 반복했다. 저자는 미국의 우주 개발 사업이 사람을 마지막으로 달에 태워 보낸 아폴로 17호(1972년) 이후 막을 내렸다는 분석을 내린다. 물론 기술 우위를 차지해본 적 없는 한국 입장에선 내실을 다지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겠지만, ‘정치’의 시각으로 문제를 보자는 주장은 유효할 것이다.

우주 탐사를 위해 예산을 확보하고 일관적 계획을 수립하자는 말은 쉽다. 그런데 어떻게? 타이슨은 ‘충격 요법’을 들며 “(우주 탐사가) 무엇보다 생존 문제와 직결돼 있다”고 강조한다. 2029년 4월 13일 지구를 스쳐 지나갈 것으로 예측되는 소행성 아포피스가 지구와 충돌해 큰 피해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선, 관련 연구가 더욱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구를 떠나 보지 않으면 모른다”

지구에 발을 딛고 우주를 보는 우리의 시선을 반대로 돌리는 것도 방법이다. 일본 저널리스트 고(故) 다치바나 다카시(1940~2021)는 미국 우주인 12명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이를 가능하게 한다. “지구를 떠나 보지 않으면, 우리가 지구에서 가지고 있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깨닫지 못한다”고 증언한 우주인처럼, 우주에 갔다 귀환한 대다수는 내면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우주에서 이 아름다운 지구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 위에서 지구인 동료들이 서로 싸우고 서로 전쟁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슬프게 생각되는 것이다”라는 한 우주인의 말처럼, 시선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가 생긴다. 지구에 돌아온 뒤 환경운동가가 되거나, 종교에 귀의하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양상은 다양하다. 공통점은 우주라는 공간에서 지구와 자기 자신을 알게 됐다는 것.

일본에서 40년 전, 국내에서 21년 전 출간된 책이지만 ‘우리는 우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라는 다치바나의 질문은 현재적이다. 많은 우주 비행사들이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고, 수입이 적어 여성과 돈의 유혹에 넘어갔다는 대목을 비롯해 저자는 평가보다는 사실 전달에 치중했다. 그는 “우주 비행사들의 메시지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극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썼다.

두 저자는 공통적으로 과학과 대중의 소통 및 공감대 형성을 강조한다. 앞으로 벌어질 달 탐사 경쟁 과열 국면에서, 기술 발전 못지않게 곱씹어볼 부분이다. 미국이 2025년 우주 비행사를 달 표면에 착륙시키려는 ‘아르테미스’ 계획은 과연 이런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여성과 유색 인종이 최초로 달에 간다는 표면적 메시지나 선전과 별개로, 근원적인 우주 체험의 의미를 묻고 답할 필요가 있다. “(우주 체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기다려 볼 생각이다”와 같은 40여 년 전 다치바나의 소망이 많은 이들의 가슴에 박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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