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삼성, 그 뒤엔 코닝과 ‘50년 代 이은 우정’ 있었다
“삼성과 코닝이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아무도 상상하지 못하는 기술, 그리고 인류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함께 만들어 나갑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일 충남 아산 탕정 디스플레이시티에서 열린 ‘코닝 한국 투자 50주년 기념 행사’에서 “50년 전 코닝은 지구 반대편 가난한 나라 3류 기업 삼성의 손을 잡아줬다”면서 “코닝의 우정 어린 협력은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든든한 디딤돌이 됐다”고 말했다.
◇삼성·코닝의 50년 우정
1851년 설립된 미국 코닝은 세계적 소재 과학 기업으로 지난해 매출이 142억달러(약 18조7000억원)에 이른다. 토머스 에디슨이 발명한 백열전구의 유리구를 개발했고, TV 브라운관 유리를 처음으로 개발·생산하면서 전 세계 시장을 선도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소형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강화유리 ‘고릴라 글라스’도 코닝의 대표 제품이다.
삼성과 코닝의 인연은 이병철 삼성 창업 회장 시절부터 50년간 이어져왔다. 삼성전자는 TV 브라운관 핵심 소재인 벌브 유리 생산을 위해 1973년 코닝과 합작해 삼성코닝을 설립하면서 소재 산업에 진출했다. 당시 삼성은 제조원가의 50%를 차지하는 벌브 유리를 일본에서 전량 수입했는데 수출 경쟁력 약화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세계 최고 벌브 유리 기술력을 갖춘 코닝의 도움으로 수원에 흑백 브라운관용 벌브 유리 융착 생산 라인을 준공하면서 국산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후 삼성코닝은 PDP, LCD, OLED 등 디스플레이 신기술에 핵심적인 소재·부품을 생산하면서 삼성이 세계적인 디스플레이·전자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됐다. IT 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외국 기업의 수많은 합작 역사에서 삼성코닝은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된다”고 했다.
삼성과 코닝은 2014년 삼성의 삼성코닝 지분을 코닝이 모두 인수하는 대신, 삼성이 미국 코닝 본사 지분을 확보하면서 단순한 합작을 넘어 전략적 협력 관계로 발전했다. 현재 삼성은 미국 자산운용사 뱅가드그룹(11.39%)에 이어 코닝 지분 9.45%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삼성 관계자는 “이건희 선대 회장과 제임스 호턴 코닝 명예회장은 서울과 뉴욕을 수시로 오가며 교류하는 등 사업 파트너를 넘은 친구였다”면서 “이재용 회장도 웬들 위크스 현 코닝 회장 등 경영진과 교류를 지속하며 양사 협력을 주도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이 벤더블 유리 글로벌 허브 될 것”
이날 행사에서 코닝은 “2028년까지 5년간 15억달러(약 2조원)를 투자해 충남에 차세대 초박막 벤더블(휘는) 유리 생산 기지와 제품 통합 공급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벤더블 유리는 폴더블폰과 자동차용 디스플레이의 핵심 부품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산업을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코닝은 아산에 위치한 코닝정밀소재에 초박막 벤더블 유리 제조를 위한 차세대 생산 라인을 준공해 양산을 시작했고, 완전 공급망도 구축하고 있다. 초기 소재 가공부터 최종 제품 생산, 고객사 공급 등 공급망 전 과정이 한국에서 진행된다. 전 세계 코닝 생산 시설 중 초박막 벤더블 유리 생산 라인은 아산이 처음이다. 위크스 코닝 회장은 “한국은 초박막 벤더블 유리의 글로벌 제조 허브가 될 것”이라며 “첨단기술 주도 성장에 대한 한국의 의지와 우수한 인적 자원 그리고 정부의 지원 덕분에 삼성과 같이 한국의 소중한 고객사 및 파트너들과의 협력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코닝이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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