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01]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영국식 아침 식사를 뜻하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English Breakfast)’는 꽤 널리 알려진 용어다. 전통적으로 영국인의 중요한 끼니이자, 외식의 11%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영국에서 잘 먹으려면 하루 동안 아침을 세끼 먹으면 된다”는 작가 윌리엄 서머싯 몸(William Somerset Maugham)의 표현에 많은 영국인들도 동의한다.
원래 영국에서 아침 식사는 귀족들 사이에서도 보편적이지는 않았다. 귀족들은 특별한 일과가 없으므로 아침을 든든히 차려 먹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단지 집에 투숙하는 손님이 있을 경우, 접대 차원에서 푸짐한 아침 식사를 제공했다. 본격적인 영국식 아침 식사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별명을 얻게 된 빅토리아 시대에 시작되었다. 산업혁명 이후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칼로리 보충을 위한 요구로부터 토스트와 함께 베이컨, 계란, 소시지, 순대의 일종인 하기스(haggis) 등이 제공되었다. 1,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구운 토마토와 버섯이 첨가되면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메뉴가 완성되었다.
영국식 아침 식사를 진정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신문과 함께 여유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베이글을 입에 물고 바쁘게 뛰어가는 뉴욕의 아침과는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이 의식을 하나의 문화로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하다. 그래서 영국에서 아침 식사를 할 때면 약간의 설렘이 있다.
영국에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소사이어티’가 있다. 백년이 넘는 영국식 아침 식사의 전통과 역사, 그리고 그 의식을 보존하고 연구하는 모임이다. BBC나 CNN 등에서도 다룰 만큼 유명한 이 단체는 아침 식사의 기원과 발달, 레시피, 관련 문화를 기록, 보존하고 있다. 멤버에는 유명 작가, 외교관, 영화감독, 호텔 주인, 그리고 농부, 카페나 푸줏간 주인들도 포함되어 있다. 바쁜 도시의 삶 속에서도 이런 올드 패션의 문화를 간직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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