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정치인 누군지 묻자 70% “모르는데요”

배준용 기자 2023. 9. 2. 03: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주말]
“비난 넘어 관심조차 못 받아”
30년째 표류하는 지방자치

당신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투표했는가? 당신이 투표한 후보들은 당선했나, 낙선했나? 당선된 ‘우리 동네’ 기초의원과 광역의원, 자치단체장들은 누구인지, 그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

1991년 시군구의회 의원 선거가 열린 지 32년, 전국 동시지방선거가 시행된 지 어느덧 28년이 됐지만, 한국의 지방자치제는 여전히 표류 중이다. 작년 6월에 열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율은 50.9%. 역대 지방선거 중 둘째로 낮은 수치였다. 지방자치제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무관심은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특히 최근에는 전북 잼버리 대회 졸속 준비와 광주광역시의 정율성 기념 공원 사업이 논란이 되면서, 이참에 지방자치제 자체를 전면 재정비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불붙고 있다.

지방자치에 대한 시민의 인식은 실제로 어떨까. ‘아무튼, 주말’은 지난달 SM C&C 설문 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에 의뢰해 ‘우리 동네 정치인’을 잘 알고 있는지, 지방자치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물어봤다. 20~60대 남녀 5009명이 응답했다.

◇10명 중 6명 지방자치 축소·폐지해야”

“내가 사는 지역의 기초자치단체장(시장, 군수, 구청장)이 누구인지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알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38%에 그쳤다. 10명 중 6명은 내가 사는 지역의 기초자치단체장이 누구인지 모른다는 뜻. 특히 20대는 기초자치단체장을 안다는 답변이 13%로 극히 저조했다. 반면 50대는 응답자의 50%가 안다고 답했다.

특별·광역시장이나 도지사가 누군지 모른다는 답변도 예상보다 많았다. 전체 응답자의 47%가 “모른다”고 했다. 특히 20대는 57%, 30대는 60%가 모른다고 답했다. 반면 50대는 65%, 60대는 65%가 “안다”고 해 세대별 격차가 두드러졌다.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는 늘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됨에도 이번 조사에서 서울(47%), 경기(52%) 거주자 중 모른다는 비율이 전체 평균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지방의회에 대한 무관심은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 동네 기초의원이 누구인지 안다는 답변은 전체 응답자의 27%에 불과했다. 광역의원(시의원 또는 도의원)도 “알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31%에 그쳐 기초의원과 비슷했다. 특히 두 문항에 대해선 세대 간에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지방의회 의원에 대한 무관심은 ‘세대 불문’으로 파악됐다.

그래픽=송윤혜

지방자치제 전반에 대해 묻자 “축소 또는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답변이 58%를 차지했다. 기초의회 폐지 등으로 축소하자는 답변이 39%로 가장 많았고, 전면 폐지하자는 의견이 19%였다. 현행 유지는 19%, 지방자치를 반대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은 23%로 나타났다.

지방자치제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생각(복수 응답 가능)을 묻자 “불필요한 사업과 행사로 재정 낭비가 심해 축소·폐지해야 한다”는 답변이 38%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부정부패가 심해 개선해야 한다”는 답변(28%)이 뒤를 이었다. “지방자치보다 중앙행정을 통해 효율적인 지방 발전을 꾀하자”는 20%를 차지했다.

지방자치제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잘 운영되고 있다”는 답변은 12%에 불과했다. “지자체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19%, 지방자치로 지방 권력·행정을 더 견제해야 한다는 의견은 20%였다.

◇전북은 40% “지자체 확대해야”

이번 조사는 세대 격차보다 지역 격차가 두드러졌다. 기초자치단체장을 안다는 응답 비율은 광주광역시(48%), 울산(62%), 강원(59%), 충북(56%), 경북(51%), 경남(48%) 등이 평균보다 높았다. 반면 경기(29%), 세종(28%)은 저조했다.

광역자치단체장을 안다는 비율의 경우 홍준표 시장이 있는 대구(63%), 김진태 지사가 있는 강원(64%), 최근 잼버리 사태로 언론에 많이 노출된 김관영 지사가 있는 전북(64%), 오영훈 지사가 있는 제주(65%)가 평균보다 높은 비율을 보였다. 특히 제주는 지역 정치인과 지방자치에 대한 인지도와 우호도가 전반적으로 높아 눈길을 끌었다.

제주를 비롯한 일부 지역은 지방자치제 확대를 더 원했다.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는 응답자의 경우 “지자체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답변이 29%로 전체 평균보다 10%p 높았고, 전국에서 제주 다음으로 많았다. 전북도 지자체 정치인에게 관심이 많고 지방자치에 더 우호적이었다. 특히 지방자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답변이 40%에 달해 제주 다음으로 높았다. “기초자치단체장을 안다”는 답변은 57%, 기초의원을 안다는 답변도 42%로 특별히 많았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정치학)는 “광주와 전북의 경우 지방자치 전 호남 지역이 정권과 중앙정부로부터 경제 개발이나 사업 등에서 소외됐다는 이른바 호남 소외, 홀대론의 영향으로 보인다”며 “다만 지방자치제 이후 호남에 우호적인 정권으로도 교체된 바 있기 때문에 지금은 호남이 배제됐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