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156개국과 772회 교섭… 재계 “한 곳이라도 더 찾아가 설득”
11월 28일 파리 최종 결정 앞두고… 기업인들 ‘무박 2일’ 출장 불사
새로운 사업 모색하는 기회 삼기도
사우디-이탈리아와 삼파전 치열… “경쟁국과 결선 투표까지 염두”
61조 원의 경제 효과가 기대되는 ‘2030 세계박람회’ 개최지 선정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기업인들은 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해 2년여간 156개국을 상대로 유치전을 펼쳤다. 11월 28일 부산은 샴페인을 터트리게 될까.》
8월 말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한 중남미 출장에서 막 돌아온 한 4대 그룹 고위 임원은 “바로 다음 주(9월 첫째 주) 유럽 출장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민간위원으로 뛰고 있는 주요 그룹 기업인들은 8월 16일 기준 총 109개국을 해외 출장으로 방문했다. 국내로 초청한 국가들을 포함하면 156개국과 만났다. 교섭 횟수는 총 772회에 이른다. 2021년 7월 13일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창립 이후 764일간 하루에 한 번씩은 교섭을 진행한 셈이다.
● “비행기가 집처럼 익숙해졌다”는 기업인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 대표도 민간위원으로 뛰면서 ‘역대급’ 해외 일정을 소화해 왔다. 1국가당 1표가 주어지는 BIE 총회 특성상 한국과 교류가 전혀 없다시피 했던 소국과 도서국들에도 직접 찾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9월 파나마 대통령궁을 찾아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을 접견했다. 지난해 10월 정 회장은 에두아르트 헤게르 슬로바키아 총리를, 구 대표는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를 각각 현지에서 만나 ‘인증샷’을 남겼다.
총수들이 앞장서 현장 출격에 나서면서 기업들도 유치 전략 마련에 사활을 걸었다. 한 주요 그룹 계열사 사장은 “현지 유치를 나가 보면 결국은 고려할 점이 세 가지”라며 “첫째, 우리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카드가 뭔가. 둘째, 우리가 그 나라에서 수입할 수 있는 자원이 있는가. 셋째, 그 나라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분야가 있는가”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일각에서 기업들이 엑스포 유치 활동에 치중하느라 부담이 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며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도 그간 미지로 남아 있던 국가의 정부 관계자들을 이 기회에 만나며 새로운 사업 가능성을 모색하거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 ‘네옴시티’의 리야드, ‘친환경’ 내세운 로마
가장 강력한 경쟁국인 사우디는 ‘변화의 시대: 통찰 있는 내일을 위한 동행’을 엑스포 주제로 밝히고 있다.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이라고 불리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는 그간 석유 생산에 의존해 온 경제 시스템을 바꾸려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엑스포 개최는 사우디로서도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셈이다. 이에 사우디는 BIE 회원국들에 천문학적인 ‘오일머니’를 쏟아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30년까지 사막 위에 1조 달러(약 1323조 원)를 들여 서울의 43배에 이르는 친환경 미래 도시를 짓겠다는 네옴 프로젝트 역시 대표적인 세일즈 포인트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길 원하는 회원국들이 줄을 서 있어서다. 하지만 주류 판매 금지, 대중교통 등 열악한 인프라, 여성 인권 억압 등 경직된 사회 분위기는 리야드의 한계로 꼽힌다. 여기에 국제 인권단체들이 최근 사우디가 에티오피아 난민 655명을 집단 학살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일각에선 사우디가 대대적으로 스포츠 산업에 투자하면서 ‘스포츠 워싱’(스포츠로 부정적 이미지를 세탁)을 시도하는 것처럼 ‘엑스포 워싱’을 노린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 특정국 지지 의사 안 밝힌 나라 여전히 많아
정부가 추산하는 부산엑스포의 경제 효과는 총 61조 원이다. 43조 원 규모의 생산 유발 효과와 18조 원 규모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를 합친 숫자다. 50만 명의 대규모 고용 창출도 기대하고 있다. 개최 비용은 약 6조5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이번 엑스포 유치에 성공하면 한국은 올림픽과 월드컵, 엑스포를 모두 개최한 7번째 국가가 된다. 윤 대통령은 6월 파리 4차 경쟁 PT에서 “역사상 가장 완벽한 엑스포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최종 투표까지 석 달이 남지 않은 지금도 특정국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은 국가들이 많다. 결국 투표 당일 각 회원국 대사들의 손에 유치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치위 관계자는 “당일 1차 투표에서 특정 후보국이 득표 3분의 2 이상을 얻지 못하면 1차 투표 1·2위 국가들이 곧바로 결선 투표를 진행해 개최지를 선정하게 된다”며 “현재로선 한국과 사우디가 접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돼 결선 투표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중간 판세 점검에서 사우디와 한국이 팽팽히 접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종 결선이 100일 안으로 다가온 만큼 한 곳이라도 더 찾아가 설득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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