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니체와 사르트르가 자전거 경주서 만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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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페달링은 민첩했고 공중을 부양하는 듯하면서도 명료했다. 이 등반가 철학자는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도 그가 느낀 고통의 독특한 신호였는데, 너무나 존재감이 있다 보니 고통을 겪은 게 아니라 고통을 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니체는 자전거와 놀고 있는 듯했다. 고통과 춤을 추고 있는 듯했다."
고통을 의지로 승화시켰던 철학자 니체가 자전거 경주에 나갔다면 이렇게 페달을 밟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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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의지로 승화시켰던 철학자 니체가 자전거 경주에 나갔다면 이렇게 페달을 밟았을까. 손꼽히는 철학자들이 프랑스의 사이클 대회 ‘투르 드 프랑스’에 출전한다는 설정의 픽션과 철학 에세이가 섞인 책이다.
사르트르는 선수들에게 ‘앙가주망’(현실 참여)을, 마르크스는 단결을 촉구한다. 파스칼은 공허감과 무의미에 대항하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나치의 편을 들었다는 논란이 있는 하이데거는 ‘(유대인인) 프로이트에게서 폴크스가이스트(민족정신)를 느낄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독일 팀 코치는 과학자인 아인슈타인. 그는 말한다. “자전거는 간단해요. 거리가 줄도록 가속을 하면 됩니다.”
저자는 올해 투르 드 프랑스에서 종합 10위를 기록한 프로 사이클 선수이면서 철학 석사 학위도 갖고 있다. “사이클 선수에게도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어떤 엑스터시 같은 것이 찾아온다. 내가 나 밖으로, 아니면 내 정신 밖으로 빠져나가 어딘가로 들려 나가는 기분. 스포츠 지구력의 엑스터시는 몸과 현재로의 회귀이다. 니체가 말하기를, 이것은 디오니소스적인 체험, 즉 영원한 회귀이다.” 철학에 대한 배경 지식이 어느 정도 있는 독자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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