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는 쌍방 심판론, 정권 중간 평가냐 거대 야당 견제냐…핵심 변수는 공천 혁신
[여의도 톺아보기 필진 좌담] 막 오른 7개월 총선 레이스
그런 만큼 여야 모두 총선 승리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총력전에 나설 태세다. 이런 구도 속에서 총선 정국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어떤 주요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고 여야는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올해 초부터 중앙SUNDAY 정치 이슈 심층 진단·분석 코너인 ‘여의도 톺아보기’ 필진으로 활동 중인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등이 한자리에 모여 정국의 흐름과 주요 변수들을 짚어보고 내년 총선의 향배를 전망해 봤다. 좌담 진행은 박신홍 정치에디터가 맡았다.
중간 평가 총선, 대부분 집권당이 고전
Q : 현재 정국 상황을 진단한다면.
A : 김형준=내년 총선은 크게 세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우선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집권 중반기에 실시된 총선 중 2020년을 제외하곤 집권당이 늘 고전을 면치 못했다. 둘째는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진보가 점점 더 우위에 서는 추세 속에서 치러진다는 점이다. 두 개의 심판론이 정면충돌한다는 것도 이전과는 다른 특징 중 하나다. 의회 권력을 갖고 있는 민주당도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도다. 현재 외형상으론 야당이 조금 유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주 팽팽한 접전 양상이다. A : 윤희웅=여야 누구도 유리하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기본적으로 총선은 정부·여당이 성적표를 받아드는 시간이라 여당 입장에선 부담스럽고 불리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회초리론이다. 통상 야당은 총선에서 기존 지지율보다 더 많은 득표를 얻기 쉽다. 비록 야당을 지지하진 않지만 현 정부의 실정에 회초리를 들고 싶어하는 유권자들이 가세하기 때문이다. 다만 회초리가 깨끗해야 한다. 지금처럼 야당이 심판의 도구로서 충분한 신뢰를 얻지 못하면 야당을 통해 회초리를 들려는 사람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쌍방 심판론’이 작동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얘기다. A : 안병진=기존 양당에 대한 불신이 크면 제3세력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는 게 상례인데 이번엔 제3정당마저 지지부진하다는 게 특이점이다. 미국의 경우 바이든도, 트럼프도 싫다는 ‘더블 헤이터’가 급속히 늘면서 제3후보 기대치가 상승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처럼 세 개의 세력 모두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다 보니 역대 어느 총선보다 예측하기 힘든 국면이 예고되고 있다.
A : 안=무엇보다 공천이다. 산술적으론 민주당이 불리하다. 다수 의석을 갖고 있어 공천 물갈이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상대적으로 유리하지만 신선하고 유능한 수도권 출마자를 찾기가 여의치 않을 수 있다. 결국 누가 더 위기감을 갖고 대대적인 공천 혁신에 나서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이다. A : 윤=정당 불신이 심각한 현실에서 쇄신 경쟁이 불가피할 텐데, 여당은 용산 대통령실과의 일체감이 워낙 강하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완주 의지를 강하게 보이는 게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한쪽이 비대위를 꾸리는 등 혁신하는 모습을 보이면 다른 쪽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럴 경우 먼저 쇄신에 나서는 쪽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A : 김=공천과 관련해 여권은 2016년 새누리당의 교훈을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당시 ‘진박 감별사’ 논란이 얼마나 거셌나. 이번에도 여권 핵심 인사의 ‘승선 거부’ 발언이 나왔는데 ‘친윤 감별사’ 공방이 커질 경우 국민은 ‘결국 대통령실에서 공천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될 거다. 이는 특히 중도층이 민감하게 반응할 사안이란 점에서 중요한 포인트다.
Q : 경제 변수는 얼마나 클 것으로 보나.
A : 김=한국갤럽의 8월 넷째 주 조사 결과 향후 1년간 우리 경제가 나빠질 것이란 응답이 55%였다. 좋아질 것이란 전망(18%)과 세 배 차이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연내 경기 회복이 힘들 것으로 내다보지 않았나. 통상 경제가 어려워지면 정부·여당에 책임을 묻는 응징 투표 성향이 강해지기 마련이다. 대통령의 메시지 변화가 시급하다. 법치·카르텔은 이미 웬만한 유권자는 다 아는 얘기가 됐다. 이젠 서민과 새 경제 비전을 강조하며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할 때다. 손에 잡히는 민생 정책을 내놓지 못하면 총선이 임박할수록 경제가 아킬레스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A : 안=법과 질서가 보수의 강점인 건 맞는데 민생이 함께 가지 않으면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최근 수도권과 지방 청년의 취업 격차가 더욱 커졌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는데 경제가 악화되면 당장 2030 표심부터 흔들릴 수 있다. 문제는 야권 또한 민생 이슈를 주도할 능력도,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A : 윤=민생과 이념 중 뭘 중시할 거냐의 문제다. 정체성 강조가 위기 때 지지층을 빠르게 복원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선거를 앞두고 외연을 확장하기엔 한계가 뚜렷하다. 역대 선거가 늘 그랬다. 선거라는 전쟁터에 나갈 때는 실제 효과가 큰 무기를 들고 나가야 하지 않겠나. 그게 바로 경제고 민생이다.
갈라치기 전략, 막판 갈수록 부정적 영향
Q : 여야의 장단점을 좀 더 깊이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먼저 국민의힘은 어떤가.
A : 김=선거엔 관성의 법칙도 적잖게 작용한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힘은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부터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3연승을 한 게 큰 강점이 될 수 있다. 반면 갈라치기 전략은 선거가 임박할수록 단점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세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해볼 수 있다. 김기현 대표 체제로 선거를 치르는 것, 비대위 체제로 일신하는 것, 국민의힘 간판을 새 간판으로 바꾸는 것 등이다. 그런데 셋 다 민주당의 변화 여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이재명 대표 체제가 유지되면 우리도 굳이 바꿀 필요 있느냐는 목소리가 커질 거고 비대위로 가면 여당도 마냥 버티긴 힘들 것이다. A : 윤=여당과 대통령실이 한 몸이 되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게 장점이지만 선거에선 다양한 목소리가 실종된다는 점에서 약점일 수밖에 없다. 특히 정부 견제론과 심판론이 높아질 경우 여당만 빠져나가기가 매우 힘들어질 수 있다. A : 안=그럼에도 현재 대통령실은 지금 기조대로 가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검찰을 앞세운 집토끼 전략을 뚝심있게 밀어붙인 게 실제로 일정 부분 성공하고 있다고 보는 거다. 야권의 부진도 대통령실의 직진을 강화하는 요소로 꼽힌다. 반면 정치의식이 매우 높은 한국의 중도·중산층은 여권의 현 기조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게 걸림돌이자 숙제다.
Q : 민주당은. 비대위 현실화 가능성은.
A : 김=현재 수도권의 민주당 현역 의원이 97명이나 되는데 이에 맞설 인지도 높은 후보를 국민의힘이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을까. 이게 민주당의 최대 강점 중 하나다. 약점은 ‘이재명의 민주당’을 ‘국민의 민주당’으로 어떻게 바꿀 수 있을 것이냐, 사법 리스크를 어떻게 털어낼 것이냐다. 결코 쉽지 않은 문제라는 점에서 더욱 큰 약점이 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친명 비대위는 당을 깨자는 얘기인 만큼 현실적으로 합의 비대위가 최선일 텐데, 합의가 안 되면 분당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A : 안=전통적으로 리버럴 세력이 승리하려면 도덕성과 서민·약자에 대한 공감 능력 등 두 가지는 상대보다 최소한 20%포인트 높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은 둘 다 크게 훼손된 상태고 단시간에 회복하기도 힘든 상황이란 게 치명적 약점이다. 역으로 지도부가 새 얼굴로 확 바뀌며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면 극적인 반전도 가능할 수 있다. 다만 이 대표는 아직까진 물러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위기가 닥쳐도 통제 가능한 비대위원장을 내세우는 정도가 최대치 아닐까 싶다. A : 윤=민주당은 신뢰의 부재라는 과제를 풀지 못하면 여권이 집토끼 결집 전략만 고수해도 이를 넘어서기 힘든 게 냉정한 현실이다. 이슈를 대하는 과격한 태도나 거친 단어 선정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이대로 가다간 혁신·쇄신 요구를 감당하기 힘들어질 거다. 그런 만큼 어떤 선택지도 열려 있는 게 지금의 민주당 상황이다.
2030 여성 투표율 남성보다 4~8%P 높아
Q : 2030 표심 비중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A : 김=2030과 관련해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게 젠더 갈등이다. 이준석 전 대표 영향으로 남성은 보수, 여성은 진보로 나뉜 상황인데 문제는 2030 여성의 투표율이 4~8%포인트 더 높다는 점이다. 이대남 챙기기 전략이 총선에선 국민의힘에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거란 얘기다. 2030은 보육 문제나 가정과 일의 양립 등 실용적 이슈에 매우 민감한 만큼 여당도 관련 정책을 개발·홍보하고 이를 챙길 인물도 적극 영입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도 실생활 이슈를 어떻게 선보이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지금껏 제기된 이슈는 ‘나’의 삶과는 큰 연관이 없는 게 대부분이지 않았나. A : 안=미국에선 2030이 민주당의 강력한 토대다. 한국의 경우 국민의힘이 이대남 공략에 성공하며 대선에선 0.73%포인트 차로 이겼지만 최근 이대남의 정부·여당 지지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게 발등의 불이다. 2030 지지 없이 여당이 과연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거다. A : 윤=동일 연령대에서 호불호가 이처럼 극명하게 갈리는 건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예전엔 2030은 무조건 진보라며 보수 정당이 사실상 포기한 세대 아니었나. 관건은 여당이 과연 성공의 유혹을 떨쳐낼 수 있느냐다. 총선이 임박해 급박한 상황에 닥치면 또다시 2030 갈라치기 카드를 꺼낼 소지가 충분하다. 문제는 야당 때와 달리 여당일 때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이 투영된다는 점에서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Q : 중도층의 향배가 총선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란 전망은 여전히 유효한가.
A : 김=정당 호감도가 1년 넘게 여야 똑같이 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비호감도는 60%대로 두 배나 높다. 무당층이 30%대에서 좀처럼 줄지 않는 등 중도층의 부동층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그동안 중도층 표심은 세 가지에 따라 움직여 왔다. 누가 더 혁신적이냐, 누가 더 도덕적이냐, 그리고 누가 더 민생을 챙기느냐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관심(attention)·매력(attraction)·호감(affection) 등 3A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게 오랜 경험칙이다. 해답은 이미 나와 있는 셈이다. A : 윤=투표율이 55%를 밑돌면 중도층이 무관심했다는 뜻이다. 그럴 경우 더 강력하게 결집하는 곳이 이기게 돼있다. 여의도에선 여당이 지금 이 전략을 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적잖다.
Q : 여야 모두 앞으로 보완할 점을 꼽자면.
A : 안=직전의 과거와 단절하라는 말이 있다. 여권의 집토끼 전략이 성공할 수도 있겠지만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보다 초당적인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야당도 내로남불 등 비판의 대상이 됐던 구습을 과감히 떨쳐내야 희망이 있다. A : 김=대통령이 아직 절박함이 없어 보인다. 성공가도를 달리다 보니 다음에도 승리할 거라고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선거는 과학이다. 전문가들이 늘 강조하는 게 선거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최상의 전략이란 점이다. 어떤 상황이 오면 참패할지 미리 대비하는 게 선거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겸손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여야는 모두 어떻게 하면 이길까만 궁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번 추석이 1차 분수령이 될 것이다. 지금부터 유권자의 신뢰를 쌓지 않으면 내년 초 본게임에서 낭패를 볼 공산이 크다. A : 윤=그런 의미에서 이번 정기국회 때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민생 정책과 법안을 어떻게, 얼마나 내놓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1차 승부가 갈릴 거고, 여기서 뒤처지면 따라잡기 힘들 수 있다. 결국 누가 더 절박하냐의 싸움이다.
박신홍 정치에디터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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