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불러온 교육 현장 변화…금지만이 능사 아니다

2023. 9. 2.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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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의 빅데이터
빅데이터
몇 년 전 연세대에서 정보처장으로 일할 때 대형 강의실의 출석확인을 위한 시스템을 개발 중에 있었다. 300~400명이 넘는 학생들의 출석을 교수가 일일이 호명하여 확인하는 대신 대형 강의실에 비콘을 설치하면 학생들은 강의실에 들어오면서 스마트폰을 갖다 대어 출석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방법은 수업 시작하자마자 무작위로 숫자를 생성해 칠판에 써넣고 학생들이 각자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20초 안에 인증하는 방식이었다.

문제는 두 방법 모두 피해 갈 수 있는 수단이 있다는 것이었다. 학생이 강의실에 들어온 후 비콘에 출석을 확인한 후 나가 버리면 확인할 길이 없었다. 무작위로 숫자를 주고 인증하는 방식에서는 강의실에 있는 학생이 밖에 있는 친구에게 빨리 그 번호를 전송하면 강의실 밖에서도 인증할 수 있었다.

두 가지 모두 약점이 있었지만 우리는 그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하기로 했고 현재도 별다른 문제 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 그때 반대한 사람들에 대한 나의 반박은, ‘이전에도 대리 출석을 하려면 언제든지 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누구든지 대학교 때 수업에 안 들어온 친구들을 대신해 톤을 바꿔가면서 “네, 네~, 네↑” 등의 대리 출석을 해 주었던 기억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제 대학가는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다시 새 학기를 준비하고 있다. 챗GPT 등의 인공지능 모델이 광범위하게 사용됨에 따라 대학에서는 이제 인공지능과의 공존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리포트 등의 과제를 내어 주었을 때 학생들이 챗GPT를 사용해 제출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다. 일부는 교육을 위해 이런 형태의 인공지능 사용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도 한다. 하지만 이 문제 역시도 챗GPT 이전에 벌써 있었던 일이다. 단순하게 인터넷에 ‘리포트’라고만 검색해도 대학생 과제에 대한 리포트를 사고파는 사이트가 얼마나 많이 나오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이런 사이트를 통해 숙제를 구입한 경험이 있는 학생의 비율은 전 세계적으로 약 7.4%에 해당되고 있다.

전 세계 학생 7% “리포트 거래 경험”

지난 6월 한양대에서 진행된 챗GPT와 대학교육 혁신에 대한 세미나. [사진 한양대]
빠른 속도로 발전돼 사용되고 있는 최근의 인공지능은 모든 종류의 리포트 작성이나 심지어는 수학문제 풀이에서도 쉽게 해답을 제시해 준다. 하지만 우리가 계산기를 못 쓰게 한다고 해도 그것을 써서 숙제를 하는 학생을 막을 수 없고,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해 출석을 관리한다고 해도 피하려고만 시도하자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방지책으로 다른 인공지능을 이용해 리포트 작성에 챗GPT 등을 사용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러한 방식들은 성공하기 힘들다. 지금도 이런 연구가 일부 진행되고는 있지만 챗GPT의 작동원리를 이해한다면 이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최근 인공지능의 발달은 제조, 판매, 마케팅, 게임, 영화, 법률 산업 등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연히 교육도 그중의 하나일 수밖에 없다. 향후 인공지능이 폭넓게 사용될 것이 확실한 이상 금지보다는 이것을 이용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앞으로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인공지능을 이용해 개인의 능력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 나은 해답일 것이다.

어떻게 챗GPT를 교육에서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럿걸스대학의 교수들은 숙제와 시험성적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Educational Psychology, 2022).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숙제를 했음에도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시험에서 해결하지 못한 학생의 비율은 최근 10년 동안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즉, 숙제가 지식 습득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많은 학생이 인터넷을 이용해 숙제를 한 후 더욱더 도드라지고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숙제 후 실질적으로 지식 습득에 도움이 되는가의 가장 큰 기준은 ‘숙제를 할 때 인터넷의 도움을 받았는가’의 여부가 아니라 ‘인터넷의 도움을 받기 전에 먼저 숙제 문제에 대하여 한번 생각해 보았는가 아닌가’의 여부라는 것이 이 논문의 중요한 결과다. 즉 우리는 챗GPT를 사용해 학생들이 단순하게 숙제를 ‘대신’하게 하는 것에서 벗어나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앞으로의 리포트 숙제는 다음의 사항을 요구해야 한다.

· 원래 당신이 쓴 리포트와 AI가 수정한 것의 가장 큰 차이는?

· 당신은 왜 AI가 수정한 것이 더 낫다고 (나쁘다고) 생각하는가?

· AI가 제시한 예시나 인용 중 틀린 것은?

· AI에게 현재 작성 중인 주제에 대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라고 요구한 후 평가를 하세요.

또한 챗GPT의 역할담당 기능을 이용해 다음의 예와 같은 교육방식을 챗GPT를 통해 진행할 수도 있다.

나: “당신은 지금부터 차근차근 잘 가르쳐 주는 선생님의 역할을 맡겠습니다. 선생님으로서 오늘은 학생들에게 빅데이터 분석에서 로지스틱 회귀분석의 역할과 하는 법에 대하여 가르쳐 주려 합니다. 우리는 여기서 R 코드를 사용할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기본적인 질문을 주고 대답에 따라 사례와 문제를 주어 로지스틱 회귀분석의 개념을 이해하고 R 코드를 사용하여 구현하려 합니다. 자 시작해 보지요.”

챗GPT: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빅데이터 분석에서 로지스틱 회귀분석의 역할과 하는 법에 대해 배울 것입니다. 로지스틱 회귀분석은 빅데이터 분석에서 분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되는 중요한 기법 중 하나입니다. 이제부터 차근차근 진행해보겠습니다.”

그 후 챗GPT는 기본적인 개념에서부터 실제 적응 사례까지 상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한다. 중간중간에 나는 다른 예를 보여 달라, 이것을 구현하는 프로그램 코드를 만들어 달라, 또는 가상의 데이터 셋을 만들어서 보여 달라고 하는 등 여러 가지 추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또한 내가 만든 코드가 문제점이 있으면 이것에 대한 피드백도 바로 받을 수 있다.

AI가 틀린 정보 인용 ‘환상 현상’도

이렇듯 우리는 챗GPT를 통해 개인적인 러닝을 구현할 수 있다. 학생들은 본인의 수준에 맞춰 진도를 나가고, 수업시간에 질문하기 힘든 질문도 할 수 있으며 자신들이 만든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다.

물론 챗GPT가 제시한 답변에는 틀린 사례가 있을 수 있으므로, 어떤 사실들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확인하게 하고 자신의 프라이버시에 관련된 정보를 과제 수행 중에 넣지 말 것 등을 주의 사항으로 상기시켜 줘야 한다.

얼마 전 미국에서는 있지도 않은 판례를 생성한 챗GPT 내용을 그대로 재판에서 사용하다가 벌금을 맞은 변호사 케이스가 있었다. 이에 대한 해외의 반응은 챗GPT의 틀린 정보에 대한 경고가 아니라, 변호사로서 기본적인 것도 확인하지 않은 무책임에 대한 질책이 주가 되고 있었다. 즉 이런 ‘환상’현상 (AI가 틀린 정보를 인용하는 현상. AI는 전체 문맥을 보는 것이 아닌 각 단어 위치에 가장 들어갈 법한 단어를 문장 안의 다른 단어와의 관계 확률을 통해 가지고 오는 것이라 이런 문제가 생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챗GPT 의 사용은 무궁무진하게 될 것이며 변호사들은 이것을 이용해 훨씬 편하게 재판과 소송을 준비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체크하고 논리를 가다듬고 최종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은 사용자라는 기본적인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교육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챗GPT의 시대에 이것을 교육에서 금지시키는 것을 논하기 전에 학습 능력 향상을 위해서 챗GPT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법에 대해서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차이보다는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인간과 사용하지 않는 인간의 차이가 더 중요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준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서울대에서 계산통계학과를 졸업 후, 카네기멜론대 사회심리학 석사, 남가주대 경영학 박사를 받았다. 국가 공공데이터 전략위원회에서 국무총리와 함께 민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AI 로 경영하라』 『오픈콜라보레이션』 『웹2.0과 비즈니스 전략』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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