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들의 불꽃놀이

박종근 2023. 9. 2.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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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린 낙동강변 70m 절벽 부용대와 강 건너 만송정 솔숲을 이은 230m 동아줄에 매달린 수 천개 낙화봉 불꽃이 비처럼 쏟아지자 3만여 명 관람객이 일제히 탄성을 질렀다. 하늘에는 톡톡 튀며 불꽃이 떨어지고, 강에는 환하게 불 밝힌 배 한 척이 떠 있다. 양반이 탄 배 주변으로 작은 ‘달걀불’이 강물을 따라 유유히 흐르고, 관람객들의 ‘낙화야’ 함성에 맞춰 절벽에서 큼지막한 불덩이가 떨어졌다. 지난 8월 26일 밤 경북 안동 하회마을에서 펼쳐진 ‘선유줄불놀이’ 시연 모습이다. 조선시대 양반들의 대표적인 민속놀이로 서애 류성룡도 즐겼다는 17세기 기록이 남아있다. 올해부터 6월~10월까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상설 시연하는데, 이번 10월에는 7일과 28일 두 번 열린다. 서울에서 온 이에나(29) 씨는 “사진이나 영상으로 본 것과는 차원이 다른 장관”이라며 “감동과 힐링을 동시에 받았다”고 말했다. 행사를 진행하는 안동하회마을보존회 유한철 사무국장은 “관람객이 지난달보다 3배 넘게 늘어나 애를 먹었다”며 “관람객 안전과 교통체증 해소를 위해 지자체 등의 보다 적극적인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사진·글=박종근 기자 park.jo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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