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공론장 회복과 지성의 역할
오유진 2023. 9. 2. 00:08
송호근 지음
나남출판사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전·현직 대통령 비난이 가득하다. 내 의견은 무조건 맞고, 상대방의 의견은 무조건 틀리다. 21세기 공론장이라 불리는 인터넷 댓글 창의 현실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든다 했거늘, 은밀한 알고리즘으로 뒤덮인 한국의 공론장은 매일같이 후퇴하고 있다. 그 사이 시대정신을 지키던 원로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30여 년간 한국 사회의 공론장을 지켜봐 온 저자는 무너져내린 공론장의 회복을 위해선 ‘원수와 협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보수와 진보, 친미와 친북 등 사회 곳곳이 ‘두 개의 단층선’으로 굳어진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화해와 회복이 필요하단 주장이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하는 사람들은 대학교수와 공공 지식인이다. 막스 베버, 쇼샤나 주보프 등을 예로 들며 저자는 지식인들이 공론장의 파수꾼 역할을 해내야만 사회가 새로 맞닥뜨릴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논문제조기로 전락한 대학교수들을 진정한 공론장으로 끌어내고자 하는 저자의 간절함이 느껴진다.
한국의 지성으로 손꼽히는 저자 송호근 교수의 분석은 누구라도 쉽게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혼란이 가득한 21세기에 한 줄기 빛을 갈망한다면 이 책을 권한다.
오유진 기자 oh.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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