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엔튜닝] 습관이 만드는 정체성(MD칼럼)
[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최근 나는 요가를 다시 시작했다. 기타 연습을 조금만 해도 어깨와 목이 뻐근해서다. 요가는 내가 지속적으로 했다 안 했다를 반복하는 운동이다. 온종일 거의 움직임이 없음을 깨닫고는 최소한의 체력 유지는 해야지 싶어서다.
그런데 첫 수업부터 삐걱대기 시작한다. 간단한 스트레칭도 안 된다. 곡소리가 절로 나왔다. 유연함 하나만큼은 자신 있던 나 아닌가. 손가락조차 너무 유연해 기타를 치는 데 문제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몸을 한동안 안 썼더니 분명 전보다 뻣뻣해졌다.
요가 동작을 해나가다 보니 없던 근력도 그마저 더 없어졌음을 느꼈다. 당최 동작을 유지하지 못했다.
기타를 치면서 또 하나 깨달은 게 있다. 난 지독히도 내 몸을 쓸 줄 모른다. 쓸데없는 힘이 어깨와 손목에 들어가면서 자꾸 뻣뻣해지고 그러다 보니 박자도 더 잘 무너지는 것 같다.
요가로 당분간은 단단하게 굳은 어깨와 목에 집중해보기로 한다. 결국 또 연습인가. 좀처럼 운동 습관을 좀처럼 들이지 못하는 나인데. 기타를 배우자니 할 게 너무나 많다.
최근 여름휴가를 다녀오느라 기타를 며칠 손에서 놓은 적이 있다. 그러다 나흘 만에 기타를 잡았더니 손끝이 아린 건 둘째치고, 손목 안쪽이 시큰거려 견딜 수가 없었다. 고작 며칠 사이에 몸이 기타 치던 일을 잊었나 보다. 기타를 배우기 시작한 뒤로 이런 적은 처음인데, 이래서 루틴이 중요하다.
제임스 클리어의 책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 따르면, 인생은 대개 습관으로 결정되곤 한다. 더 좋은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당연한 말이다.
정체성은 경험을 통해 습득되고 익숙해지며, 어떤 행위를 반복해나갈수록 정체성이 강화된다. 예컨대 ‘매일 침구를 정돈한다면 나는 체계적 인간이라는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고, ‘매일 글을 쓴다면 창조적인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다.
본질적인 동기가 최종적인 결과로 나타나면 습관이 정체성의 일부가 된다. ‘나는 이런 것을 원하는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것은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것과 매우 다르다고 제임스 클리어는 강조한다.
매일 기타를 치면, 언젠가 나는 기타 치는 사람이 되겠다. 기타를 치기 위해 매일 10분이라도 운동을 한다면, 나는 운동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까지 덤으로 가질 수 있다.
최근 좀처럼 늘지 않는 나 때문에 고뇌에 빠진 기타 선생님에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걱정하지 마세요. 설마 여기서 더 나빠지겠어요? 더 못하게 되진 않겠죠!”
지금처럼 매일 10분이라도 기타 치는 습관을 유지하면, 적어도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는 않겠다. 인생은 길고 내가 기타를 배우기 시작한 건 채 1년도 안 되었으니 아직 습관을 말하기엔 너무 이른가.
|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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