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엔 멸치, 6월엔 마늘 발효…감칠맛 한 스푼 더한 코스요리

2023. 9. 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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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민의 ‘색다른 식탁’
사진 1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세븐스도어(7th Door·사진1)’는 한식 문화의 기본 중 하나인 발효와 숙성을 기반으로 조리한 음식을 선보인다. 황 매실을 1년 동안 발효시킨 뒤 꿀과 소금, 볶지 않은 참기름·들기름을 함께 섞어 만든 매실 원액을 소스로 제공하며 빵에 찍어 먹어볼 것을 권하는 식이다. 수년간 숙성한 누룩으로 발효해서 구워 낸 빵 맛을 더 돋우고 싶었던 김대천 셰프가 신맛과 짠맛이 어우러진 소스를 개발한 것이다.

“발효 음식은 어느 나라나 존재하지만, 한국에선 어느 집 냉장고를 열어도 발효 제품이 있을 만큼 일상화된 게 큰 힘”이라고 말하는 김 셰프는 현재 40여 종의 채소와 과일을 발효 중이다. 2020년 레스토랑 문을 열 당시에는 사과청·배청 등 한 가지 재료를 각각 따로 발효했고, 이제는 그렇게 발효된 재료들을 서로 섞어서 추가로 발효·숙성한다. 이렇게 만든 소스들은 김 셰프가 선보이는 코스요리에 다양하게 쓰인다.

사진 2
작년 8월 담근 토하새우젓에는 3년 동안 발효시킨 멸치 액젓을 넣었다. “바다 멸치와 민물 토하새우를 섞어 1년 동안 추가로 발효하니까 조금 더 동물적인 느낌이 나오더군요. 이 토하새우젓을 간장게장(사진2)에 올려서 감칠맛을 돋우기도 하고, 김치를 담글 때 사용하기도 합니다.”

김 세프는 기존에 서양음식을 해왔고, 일본에서도 유학했다. “덕분에 일식이나 서양식과는 다른 한식 발효의 특징을 더 명확히 구분해서 보여줄 수 있죠.” 2013년 레스토랑 ‘톡톡’을 열고 이탈리안·프렌치·일식·한식이 모두 접목된 음식을 선보였고 현재는 일식당 ‘텐지몽’까지 총 3개의 레스토랑을 청담동 같은 건물에서 운영한다. 전라도 영광에서 수십 칸짜리 한옥집 살림을 산 할머니, 한정식집에서 35년간 일한 어머니에게서 발효·저장 음식의 다양성을 배웠다는 그는 6살 때부터 빵을 만들었다니 그에게 발효 음식은 일상이다.

4월엔 멸치, 6월엔 마늘과 매실, 10월엔 사과와 배 등 제철 재료를 사용하는데 매번 산지까지 직접 내려간다. 멸치가 잡힐 때는 평소 쓰던 소금을 갖고 부산 기장으로 가서 현장에서 염장한 후 서울로 보낸다. 매년 농작물이나 수산물의 상태에 따라 소금·꿀 등 부재료의 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때그때 사용하는 재료의 상태와 양을 꼼꼼하게 비교하고 기록해서 체계화된 데이터를 만드는 중이다.

레스토랑 입구에서 김 셰프가 발효 중인 다양한 재료를 볼 수 있다. 된장·고추장 외에도 얼마나 다양한 재료가 색다른 풍미를 드러낼 지 기대감을 높이는 장치다. 평일 런치 코스 15만원.

이선민 식음·여행 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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