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책임도 있다” 교실서 부탄가스 폭발시킨 15세…왜 [그해 오늘]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2015년 9월 2일 지금으로부터 약 7년 전, 서울 양천경찰서는 양천구 A 중학교 교실에서 부탄가스를 폭발시킨 중학생 이모(당시 15세) 군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사안이 중대했던 만큼 법원은 바로 다음 날 “재범 우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사건은 9월 1일 오후 1시 50분 일어났다. 이 군은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A 중학교 교실로 들어갔다. 체육 시간이었던 해당 교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곧 이 군은 종이 뭉치 위에 부탄가스를 올리고 불을 붙여 폭발하는 과정까지 고스란히 자신의 휴대전화 안에 동영상으로 남겼다.
이 폭발로 교실 창문과 출입문 등이 부서졌고, 벽 일부가 무너질 만큼 여파는 컸다. 조용했던 학교는 삽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바로 자리를 뜬 이 군은 학교 건물 밖에서 학생과 교사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동영상으로 휴대전화에 남겼다.
그는 경찰이 자신을 추적하는 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네티즌과 댓글을 주고받고 자신의 SNS 계정을 수소문한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등 대범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종의 영웅심리를 과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군이 범행을 벌인 곳은 전학을 가기 전 다녔던 양천구에 있는 A 중학교였다.
이 군은 왜 전학을 가기 전 다녔던 학교에서 범행을 저질렀을까.
이 군은 2018년 3월 양천구 A 중학교에서 서초구 B 중학교로 전학을 가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이 군은 경찰에 “전학 간 학교 친구들이 소심한 성격의 나와 잘 어울려주지 않아 불만이었다”고 진술했다.
이 군은 그해 6월 한 차례 B 중학교 화장실에서 불을 질러 부모를 설득해 병원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었다. 또 “누군가를 찌르고 싶다”, “불을 지르고 싶다” 등의 말과 “학교 친구를 해치겠다” 등의 발언이 문제가 돼 등교 정지 처분을 받은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 군의 마음속 분노가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 군은 본래 B 중학교에서 부탄 가스통을 터뜨릴 계획이었으나 CCTV가 많다는 이유 등으로 전학 오기 전 다녔던 A 중학교로 범행 대상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당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본의 아니게 전학을 가게 되면서 존재감이 없어지며 결국 욕구불만이 쌓인 것 같다”며 “검거 후 재판을 받게 될 때 인터넷에 올린 영상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이용될 거라는 사실조차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미성숙했던 것 같다”고 봤다.
그해 10월 21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 심리로 열린 이 군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군에게 장기 4년, 단기 3년의 징역형을 구형했다.
이 군측 변호인은 “이군 역시 입시경쟁이 치열한 학교로 전학을 가 사춘기를 겪으면서 자존감이 심각하게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군은 중학교 때까지 반장선거에 나갈 정도로 잘 생활했지만 갑작스런 학업 부진으로 설 자리가 없어졌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이군이 범행 장소로 빈 교실을 택한 것은 다른 친구들이 다치지 않기 위해서 였다”며 “이 군은 처벌보다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이 군도 최후진술에서 학교와 친구들에 대해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2016년 2월 17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이 군이 결심 공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기각하고 이 군을 서울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했다.
한편 이 사건 직후 ‘어른들의 책임도 크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매체를 통해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이미지, 이야기들이 넘치는 세상에 아이들의 정서를 돌볼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죄를 지은 청소년에게 벌을 줌으로써 이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당시 이 교수는 “학교에서는 이 아이가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할 수는 없었는지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도 이 아이의 문제를 알았다면 조금 더 심도 있게 아이를 살펴보고 사라져버린 애착을 회복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며 “교육 현장에서 이런 아이들의 변화를 미리 감지하고, 아이들이 결코 학교 현장을 떠나지 않도록 조금 더 따뜻한 마음으로 껴안아주시길 부탁 드리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다.
강소영 (soyoung7@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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