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근시·당뇨병 땐 망막 나빠져, 한 눈씩 시력 점검 필요

이민영 2023. 9. 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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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망막은 안구 뒤를 감싸고 있는 얇은 신경층이다. 한번 손상되면 재생이 안 된다. 망막 문제로 인한 시력 저하는 회복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망막 질환자의 심리적 불안감이 큰 이유다. 망막 문제는 노화가 주원인이나 최근에는 전 연령대에서 망막 질환이 폭넓게 나타난다. 젊은 연령대에서 혈관 질환자가 증가하고, 디지털 기기 사용 등 근거리 작업 환경이 많아져서다.

황반변성 방치하면 시력 잃을 수도

노영정 여의도성모병원 안과 병원장은 “평균 수명과 건강 연령이 증가하면서 이제는 80세여도 남은 시력을 보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환자가 많다. 과거엔 살 만큼 살아서 눈은 하나만 있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분들이 종종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치료제와 고난도 수술이 가능한 장비 도입으로 난치성 망막 질환의 치료 환경이 좋아졌다. 시력을 유지·보존하고 실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망막 질환은 연령대에 따라 발병 양상에 차이가 있다. 한국망막학회에 따르면 10~20대는 고도근시(안구가 비정상적으로 길어짐)와 외상에 따른 망막 박리가 많다. 망막이 늘어나 찢어지는 것이다. 30~40대는 당뇨 합병증으로 망막 미세 혈관이 손상되는 당뇨망막병증이, 50대는 당뇨·고혈압·비만 등 대사 질환 때문에 망막 혈관이 막히거나 파열되는 망막정맥폐쇄가 많다. 60대 이상에서는 중심 시력을 담당하는 황반(망막 중심부)에 변성이 생기는 나이 관련 황반변성이 가파르게 증가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노 병원장은 “한국·일본에서 특히 고도근시가 많은데, 스마트폰·컴퓨터 등 근거리 작업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고도근시로 안구가 길어지면 황반부에도 변형을 발생시켜 노화와 관련 없는 성인 황반질환을 발생시킨다. 식습관 서구화로 소아 당뇨도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에 젊은 층에서 당뇨망막병증 빈도가 증가한다”고 해석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황반변성 환자 수는 2021년 38만여명으로, 2017년(16만여명)보다 2.3배 증가했다. 또 당뇨병을 15년 이상 앓는 환자 3명 중 2명은 당뇨망막병증을 가지고 있다. 당뇨가 정상수준으로 조절되어도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다.

시각세포가 95% 이상 몰려있는 황반부의 질환에는 가급적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노 병원장은 “망막박리로 인해 망막하액이 황반을 침범했을 땐 망막하액을 빠르게 제거하는 것이 시력 회복에 중요하다. 황반을 침범한 망막박리를 수개월 이상 방치하면 추후 수술해도 시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간이 경과된 습성(삼출성) 황반변성에서도 황반 반흔(자국)이 형성되면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치료 효과가 거의 없는 경우가 있다.

당뇨망막병증·망막정맥폐쇄는 황반부종을 일으킨다. 안구주사·레이저 치료로 부종을 가라앉혀야 시각세포가 손상되는 것을 최대한 막는다. 노 병원장은 “부종이 오래되면 시력의 저하 역시 오래 지속한다. 추후에 부종을 해결하더라도 이미 시각세포 손상이 발생한 경우엔 시력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시력 개선 더뎌도 치료 멈추면 안돼

망막 질환에는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이 많다. 시력 유지·보존을 위해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환자 스스로 판단해 치료를 중단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첫째로, 시력이 개선되지 않는 것을 치료 효과가 없는 것으로 오인해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다. 노 병원장은 “예컨대 습성 황반변성 환자에게 안구 주사 치료는 초기에 시력을 개선시키지만 장기적으로는 시력이 조금씩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환자 입장에선 치료 횟수에 비례해 시력 개선을 기대하다 보니 실망감을 보이고 치료를 중단하기도 한다. 이는 급격한 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둘째로, 초기 치료에 좋은 효과를 본 경우에 질환이 나아졌다고 환자 스스로 판단하고 치료를 중단한다. 질환이 재발했을 때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시력 손실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고도근시와 당뇨병 등 망막 질환 고위험군은 주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초기 증상을 자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망막과 시신경 상태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안저 검사와 빛간섭단층촬영(OCT) 등 안과 검진으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좋다. 노 병원장은 “나이 들수록 노화로 인한 황반변성 등 안 질환이 양 눈에 모두 발생할 위험이 크므로 시력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평소에 환자 스스로 한눈씩 가리면서 글자와 암슬러 격자를 보고 시력 저하와 변형시(휘어져 보이는 증상)가 있는지 점검할 필요도 있다. 한 눈의 시력이 심각하게 떨어졌는데도 증상을 인지하지 못하는 환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주로 사용하는 눈(주시안)이 아닌 비주시안에 시력이 떨어지면 불편함을 잘 못 느낀다. 질환을 늦게 발견하거나 오래 방치하는 원인이 된다.

눈을 강하게 비비는 습관은 좋지 않다. 유리체를 자극해 망막에 악영향을 미친다. 노 병원장은 “피부 아토피 환자에게서 망막박리가 잘 발생하는데, 눈 주변이 가려워 강하게 반복적으로 비비기 때문이다. 눈에 압력이 가해지면 눈 속 유리체에 변형을 유발하고, 유리체와 강하게 부착된 망막 주변부에 특히 스트레스를 줘 망막박리를 발생하게 한다”고 말했다.

평소 망막을 건강하게 관리하려면 ▶혈당·혈압, 혈중 지질은 엄격히 조절하고 ▶자외선 차단을 위해 선글라스·모자를 착용하며 ▶책은 30㎝ 이상 거리에서, 텔레비전 시청은 최소 2.5m 이상 또는 화면 크기의 5배 이상 거리에서 보고 ▶독서 등 실내 작업시엔 조명을 밝게 유지하며 ▶스포츠 활동을 할 땐 고글·헬멧 등을 착용해 눈을 보호하는 것이 도움된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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