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이재명 '민주주의 파괴 저지' 단식..."웬 불청객?"
野, 홍범도·백선엽 장군 토론회 '열공' 열기 후끈
尹대통령 장모 최은순, 서울동부구치소 수감 의혹 취재 뒷얘기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이재명 단식 농성장 몰려간 보수 유튜버들…현장 아수라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단식 농성장에 유튜버들이 몰렸다며.
-이 대표가 지난달 3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즉생의 각오로 윤석열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며 무기한 단식을 발표한 가운데 국회 본관 앞에는 단식 농성장이 설치됐어. 이날 오후 5시쯤 농성장 앞에는 이 대표를 지지하는 유튜버들이 각자 자리를 잡고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더라고, 그때만 해도 평화로웠어.
-그런데 왜 아수라장이 된 거야.
-오후 7시쯤 민주당 긴급 의원총회가 열리기 전에 보수 유튜버 10명 정도가 단식 농성장 20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카메라를 켜고 이 대표를 향해 욕을 하고 있더라고. "감옥 가라"는 말부터 "안면인식장애", "형수 욕설" 고성까지. 민주당 지지자들도 꽤 있었는데, 가만히 듣고만 있지 않더라고. "김건희 구속", "윤석열 탄핵" 등을 크게 외치면서 조용했던 국회 본관 입구가 아수라장이 된 거야. 분위기가 너무 험악해지니까 "대응해 주지 맙시다" 하는 목소리도 나오더라고. 결국 경찰들이 투입됐어.
-원희룡 국토부 장관 등장에도 난리가 났었다며.
-오후 7시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 정회 때 원 장관이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인지, 차를 타러 나왔거든. 민주당 지지자들은 원 장관 등장에 "양평 고속도로", "김건희 양평" 등의 소리를 질렀고, 보수 유튜버들은 원 장관 차량으로 또 우르르 달려가서 영상을 찍더라고. 다른 국무위원들도 나오면서 보기 드문 광경(?)에 당황해하더라고.
-이 대표는 어때 보였어.
-보수 유튜버들의 욕설, 고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민주당 지지자들이 "이재명"을 연호하고 있었어, 농성장에 앉아 있는 이 대표가 씁쓸한 미소를 짓더라고. 취임 1주년에 단식 농성을 진행하는데, 유튜버들까지 우르르 몰려와서 험한 욕설을 해대니깐. 이날 이 대표는 유독 지쳐 보였어.
◆정치권 불붙은 이념 논쟁…육사,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이전 강행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이전' 논란이 뜨거워. 여야는 이념 논쟁을 벌이며 옥신각신하고 있어. 이런 가운데 민주당 측에서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과 친일 이력이 있는 백선엽 장군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지?
-맞아. 지난달 3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해당 토론회가 열렸어. 민주당 정책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 설훈·유기홍 의원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야. 반병률 한국외국어대학교 명예교수와 최태육 한반도통일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이 두 장군을 주제로 발제를 맡았고, 한홍구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전우용 전 한양대 동아시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심철기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이 최근의 '역사 전쟁'에 대해 토론했어.
-눈길을 끄는 장면이 있었어?
-첫 번째는 토론회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이 돌아가며 인사말을 했는데, 국회 정무위원장인 백혜련 의원도 마이크를 잡았어. 백 의원은 최근 이념 논란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홍 장군의 이름을 "김홍도 장군"이라고 두 차례 지칭했어. 옆에 앉은 동료 의원들이 작은 목소리로 알려주는 장면이 연출됐어. 백 의원은 머쓱했는지 웃으면서 "제가 너무 흥분했나 보다"고 말했어.
-또 다른 건?
-토론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인사말과 기념촬영을 한 뒤 퇴장하는 경우가 흔하거든. 다른 일정이 있기 때문에 자리를 뜨는 경우인데, 이번 토론회는 조금 달랐어. 물론 박광온 원내대표와 백 의원은 토론회가 시작하자 이석했고, 발제를 지켜봤던 설훈 의원도 토론회 중간에 퇴장했어. 하지만 좌장을 맡은 김성주 의원은 그렇다 치더라도 유기홍·윤영덕 의원은 열심히 공부하면서 토론회 끝까지 자리를 지켰어. 황운하 의원과 양정숙 무소속 의원도 토론회 중간에 들어와 전문가들의 말을 경청하더라고. 홍·백 장군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배우려는 의원들의 태도가 보기 좋았어.
-심지어 윤영덕 의원은 약 2시간의 발제와 토론이 끝나자, 질문까지 하는 열의를 보였어. 그는 또 "마음이 상당히 무겁다"면서 "버림받는 항일 운동가분들이 우리의 역사 안으로 온전히 들어올 수 있는 때가 언제일까라는 생각을 해봤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어.
-공교롭게도 토론회가 진행되는 도중 육사는 홍 장군의 흉상을 학교 밖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어. 토론회장을 빠져나가는 윤 의원을 만나 이에 대해 물었어. 윤 의원은 굳은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푹 쉰 뒤 5초 정도의 침묵 끝에 말문을 열었어. 그는 "국민 여론이나 각계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결국 그렇게 육사가 결정했다면, 대통령 말 한마디에 의해 모든 것들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으로 가는 것 같다. 이게 전체주의 아닌가"라고 개탄했어.
◆서울동부구치소로 간 대통령 장모, 법무부·법원은 관련 자료 미공개
-지난 7월 21일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통장 잔고 증명 위조 관련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가 관할 교정시설(의정부교도소)이 아닌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왔어.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왜'에 대한 보도는 없네. 관련 내용을 알아봤다고?
-맞아. 우리 전국부 기자가 관련해 최초 보도를 했는데, 해당 기사에도 이유가 빠져 있어. 보도한 기자에게 물어보니 이례적으로 동부구치소에 수감된 것까지는 확인이 됐는데, 이유에 대해선 확인이 불가능했다고 하더라고. 의정부지법이 관할하는 주요 사건 구속 피고인들은 대부분 의정부교도소에 수용된다고 해. 최 씨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던 지난 2021년에는 의정부교도소 내 미결수 수용시설에 수감된 바 있어.
-동부구치소는 2017년 3월 준공된 최신 구치소로 전국 53개 교정시설 중 이곳보다 늦게 지어진 곳은 강원북부교도소(2020년 4월 준공)뿐이야. 반면 의정부교도소는 1981년 7월 준공돼 42년 된 시설이 낙후된 곳이지.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진 게 혹시 최 씨의 딸(김건희 여사)의 인맥을 바탕으로 한 권력의 힘이 작용한 게 아닌가 싶어서 그 배경을 여러 루트를 통해서 알아봤는데, 취재가 쉽지 않았어.
-우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 민주당 의원에게 요청해 관련한 자료 요구를 법무부와 대법원에 했어. △최 씨가 간 구치소와 해당 결정과 관련한 서류 일체 △최 씨가 관할과 다른 동부구치소에 수감된 사유와 관련한 법률 근거 규정 △최 씨가 동부구치소에 수감된 것과 관련해 의정부지법, 의정부교도소, 서울동부구치소가 주고받은 공문 사본 일체 등에 대해 질의를 한 거야. 또한 해당 사례가 얼마나 이례적인지 통계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의정부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법정 구속된 미결수의 구치소별 수감 통계 5년 치, 전국 지법 혹은 지청별 실형을 선고받은 미결수가 관할 지법 외 다른 구치소나 교도소에 수감된 최근 5년 사례 통계 등에 대한 자료도 요청했어. 교정시설은 법무부 산하 기관이지만, 법무부가 국회 관련 상임위인 법사위 소속 의원이 자료를 요청해도 잘 안 준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최 씨의 법정 구속을 결정한 법원에도 같은 질의를 보냈지.
-법무부가 회신한 주요 내용은 "최 씨는 최초 구속 시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에 기재된 구금장소에 수용됐다. 해당 결정과 관련된 서류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해 제출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 또 통계 자료는 별도로 작성, 관리하지 않아서 제출할 수 없다"고 했어. 대법원은 "현재 진행 중인 형사사건의 소송기록 중 일부로서, 관련 규정의 내용 및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보장 등의 사정으로 인해, 제공해 드리기가 어렵다"고 하더라고. 통계 자료는 법무부와 마찬가지로 별도 통계자료로 관리되지 않아 제출하지 못한다고 했고.
-국회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이 물어도 최 씨가 왜 동부구치소에 수감됐는지는 법무부와 법원이 알려주지 않은 셈이지. 그래서 법조계 여러 인사들에게 자문을 구해봤어.
-한 현직 판사는 "법원에서 법정 구속을 결정할 때 수감 장소는 가까운 구치소를 쓰는 게 관례"라고 하더라고. 다른 판사 출신 변호사도 "통상 미결수는 관할 지역 내 구치소나 교도소로 간다"고 답했어. 다만 이 변호사는 "판사는 구치소나 교도소 수용 인원 등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법정 구속을 할 때 수감 장소에 대해서 법무부나 검사 쪽에 '어디로 하는 게 좋겠냐'고 의견을 듣고 결정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고.
-아예 다른 의견도 있었어. 20년 경력의 한 변호사는 "최 씨의 경우 상고 가능성이 매우 높았고(실제로 항소심 판결 3일 뒤 상고장 제출), 대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가게 되면 대법원은 서울이 관할이어서 서울 소재 구치소로 간다"고 하더라고. 이외에도 다른 법조계 인사들에게도 물었는데, 종합하면 최 씨의 관할 밖 구치소 수감은 이례적인 일로 보이지만, 판사의 재량에 따라 그럴 수도 있는 결정이라고 하더라고.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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