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의 매일밤 12시]내 아들이 맨유로 가는 것을 막았습니다

최용재 기자 2023. 9. 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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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가 맨체스터 유나이티가 2015년 12세의 미드필더를 간절히 원했다.

그는 버밍엄 시티 유스 소속이었고, 맨유는 자신들의 유스로 스카웃을 시도했다. 버밍엄 시티와 맨유는 하늘과 땅 차이. 명성부터 인프라, 교육 프로그램과 시스템까지 차원이 다르다. 명문 팀에서 오라는데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그는 마다했다. 정확히 말하면 선수가 아니라 선수의 부모가 맨유행을 막아섰다. 버밍엄 시티에 남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왜 이런 좋은 기회를 포기하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선택을 했을까.

그의 부모는 아이의 교육에 있어서 빅클럽이 무조건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믿지 않았다. 빅클럽이라는 곳은 그만큼 '빅' 경쟁이 펼쳐지는 곳. 어린 아들을 그런 전쟁터에 일찍부터 보내기 싫었던 것이다. 그들의 아들은 차근차근 한 계단씩 밟고 올라가기를 바랐다.

그는 버밍엄 시티 유스에서 자리를 잡았고, 2019년 버밍엄 시티 1군으로 올라섰다. 16세의 나이로. 맨유에서였다면 가능했을까.

그리고 2020년 맨유에서 다시 한번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번에도 맨유의 손을 잡지 않았다. 당시 맨유에는 폴 포그바라는 당대 최고의 미드필더가 있었다. 그와 주전 경쟁을 한다면, 승부는 이미 결정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래서 그의 부모는 두 계단 상승을 포기했다. 다시 한 계단 올라가는 것을 선택했다. 그는 독일의 도르트문트로 이적했다. 젊은 유망주를 가장 잘 성장시키는 최적의 구단으로 아들을 보낸 것이다.

이곳에서 그는 무럭무럭 성장했다. 그리고 2023년 그는 더 이상 계단을 밟을 필요가 없을 만큼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빅클럽으로 갈 때가. 그래서 그와 부모는 세계 최고의 클럽의 제안을 수락했다.

레알 마드리드. 이 세계 최강의 클럽은 그를 영입하는데 1억 300만 유로(약 1472억 원)를 지불했다. 올 시즌 프리메리라가에 데뷔해서 3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마음껏 즐기고 있는 그의 이름은 주드 벨링엄이다.

이 일화는 과거 잉글랜드 대표팀 유스 코치를 지냈던 케빈 벳시가 기억을 더듬으며 꺼낸 이야기다. 벨링엄은 잉글랜드 연령별 대표팀을 꾸준히 경험했다. 자연스럽게 벳시와 인연도 깊다.

벨링엄의 선택은 결국 옳았다. 아니 정확히 벨링엄 부모의 선택이 옳았던 것이다. 벳시 역시 벨링엄 부모의 혜안에 감탄을 했다고 한다.

벳시 코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조금 더 자세하게.

"벨링엄이 12살이었을 때 거의 영국의 모든 클럽들이 그를 원했다고 보면 된다. 맨유도 있었고, 맨시티도 있었고. 이들 빅클럽은 벨링엄에 큰돈을 투자할 준비가 돼있었다. 특히 맨유가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벨링엄은 부모는 아들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이상적인 클럽으로 버밍엄 시티 잔류를 선택했다. 이런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매우 용감해야 한다. 나로서는 믿을 수 없는 선택이었다. 재정적인 이익을 완전히 거부한 것이다."

벨링엄 부모가 이런 선택을 한 이유. 자신의 아들 성격과 스타일, 성장을 위한 방법과 그에게 필요한 도구와 환경 등 아들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만큼 아들을 사랑한 것이다. 

"이 선택이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그들이 아들을 어떻게 발전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알려준다. 빅클럽에 일찍 가는 것이 항상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확신했다. 이 방법이 모든 어린 선수들에게 적용되지는 않지만, 벨링엄에게는 완벽하게 작용을 했다."

프로 선수가 된 이후 다시 한번 맨유를 거부한 것도 같은 이유다.

"나중에 맨유가 아닌 도르트문트를 선택했던 것도 마찬가지다. 맨유가 벨링엄을 너무나 원했다. 하지만 거절했다. 당시 벨링엄에게 가장 중요한 건 주기적으로 경기에 나가는 것이었다. 맨유에는 포그바와 같은 훌륭한 선수들이 많았다. 벨링엄이 맨유로 가서 놀라운 활약을 했을 수도 있지만, 아마도 정기적인 출전 시간은 보장 받지 못했을 것이다. 도르트문트에서는 매주 경기를 뛸 수 있었다. 다음 클럽으로 향할 때 벨링엄은 한 단계만 앞으로 갔다."

한 단계씩 걷다보니 어느새 레알 마드리드까지 왔다. 세계 최고의 클럽에 입성한 제자. 그의 마음도 뿌듯하다.

"벨링엄이 세계 최고의 클럽인 레알 마드리드로 갔다. 벨링엄이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것을 볼 수 있어 나 역시 매우 기쁘다."

[최용재의 매일밤 12시]는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축구 팬들을 위해 준비한 잔잔한 칼럼입니다. 머리 아프고, 복잡하고, 진지한 내용은 없습니다. 가볍거나, 웃기거나, 감동적이거나, 때로는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잡담까지, 자기 전 편안하게 시간 때울 수 있는 축구 이야기입니다. 매일밤 12시에 찾아갑니다.

[주드 벨링엄.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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