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임옥상 작품 “철거 말아달라”는 추진위… 法, 각하

김주영 2023. 9. 1.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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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중구 남산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 공간 '기억의 터'에 있는 임옥상(73) 작가의 작품 2점을 철거하기로 한 것과 관련, 기억의 터 설립 추진위원회(추진위)가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1일 각하됐다.

앞서 서울시는 임 작가가 지난달 강제추행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자 기억의 터에 설치된 그의 작품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을 비롯, 시립시설에 있는 임 작가의 작품들을 모두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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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기억의 터’ 전시 작품 2점 철거 예정

서울시가 중구 남산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 공간 ‘기억의 터’에 있는 임옥상(73) 작가의 작품 2점을 철거하기로 한 것과 관련, 기억의 터 설립 추진위원회(추진위)가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1일 각하됐다. 앞서 서울시는 임 작가가 지난달 강제추행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자 기억의 터에 설치된 그의 작품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을 비롯, 시립시설에 있는 임 작가의 작품들을 모두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법원 결정으로 기억의 터의 해당 작품들은 예정대로 오는 4일 철거될 것으로 보인다.

‘1세대 민중미술작가’로 불리는 임옥상 작가가 지난달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강제추행 혐의 사건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추진위 등이 전날 낸 기억의 터 공작물 철거 가처분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추진위 등에게 서울시의 철거 행위를 다툴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번 가처분 신청은 부적법하다”고 설명했다. 추진위는 전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했다고 이날 밝히면서 서울시가 해당 작품들을 임의로 철거하는 건 추진위의 작품 소유권 등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가처분 신청서에는 “기억의 터는 임 작가의 것도 채무자(서울시)의 것도 아니며, 오직 국민들의 정성과 마음을 모아 모금으로 세운 것”이라면서 “서울시의 일방적인 처분권 대상이 되는 물건으로 볼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추진위는 “임 작가의 개인적인 과오 때문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그림과 이름, ‘잊지 말아달라’는 아픈 증언까지 깨부수는 것은 잘못”이라며 “(서울시에) 보완책이라도 확정하고 예산 조치를 한 후 채무자가 철거를 요청하면 이에 대해 충분히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이를 무시했다”고도 적었다.

서울 중구 남산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 공간 기억의 터에 있는 ‘대지의 눈’. 임옥상 작가가 감독·관장해 제작한 작품이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2016년 광복 7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남산 옛 일제강점기 통감 관저 자리에 기억의 터를 조성했다. 여기에 임 작가의 작품 두 점이 전시됐다. 임 작가는 50여년간 회화·조각 등 다양한 사회비판적 작품을 선보이며 ‘1세대 민중미술작가’로 불린 인물이다. 2017년에는 박근혜정부 말 서울 광화문광장의 촛불집회 모습을 담은 임 작가의 그림 ‘광장에, 서’가 청와대 본관에 걸리기도 했다. 임 작가는 2013년 8월 자신의 미술연구소에서 일하던 여성을 강제로 껴안고 입을 맞추는 등 추행한 혐의로 지난 6월 기소됐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지난달 17일 임 작가에 대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임 작가의 작품은 기억의 터에 있는 2점 외에도 서울 시립시설에 4점이 더 있었다.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앞 정원에 설치된 ‘서울을 그리다’, 마포구 하늘공원의 ‘하늘을 담는 그릇’, 성동구 서울숲의 ‘무장애놀이터’, 종로구 광화문역 내 ‘광화문의 역사’ 등이다. 이 가운데 무장애놀이터를 제외한 3점은 지난달 29일과 30일 철거가 완료됐다. 서울시는 오는 6일까지 임 작가의 이 작품들을 모두 철거할 방침이다. 시의 한 관계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작가의 작품을 유지·보존하는 건 공공미술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서울 중구 남산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 공간 기억의 터에 있는 ‘세상의 배꼽’. 임옥상 작가가 감독·관장해 제작한 작품이다. 서울시 제공
최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도 임 작가의 작품 철거 관련 질의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수빈 시의원은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이) 임 작가의 작품이라고 돼 있지만, 사실상 여러 의견이 합쳐진 집단 창작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며 “기억의 터 조성위원회가 (임 작가의) 이름만 지우자고 건의했는데 서울시가 거부했다고 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오 시장은 “시민 대상 여론조사에서 3분의 2 정도가 철거를 원한다고 했다”는 답변으로 철거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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