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 위기 부른 ‘미·중 갈등’ 본질을 꿰뚫다
‘거짓 서사’ 확대재생산… 관계 악화
서로간의 신뢰 회복 최우선 강조
양국 갈등 해소방안 3가지 제시
한국의 전략적 대응 방향도 조언
우발적 충돌/스티븐 로치/이경식 옮김/한국경제신문/3만5000원
미국과 중국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무역 전쟁과 기술 전쟁, 더 나아가 신냉전 위기라는 격랑이 휘몰아치고 있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양국 관계는 협력 관계나 동반자 관계였다. 특히 경제와 무역이 두 나라 관계를 중심에서 지탱해 왔다.
하지만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중국은 WTO 가입을 계기로 거시경제 불균형이 가시화했고, 대외적으론 무역 상대국과 긴장을 초래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수출주도 성장에도 한계가 닥치면서 소비 중심의 경제로 전환을 시도했지만, 예상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미국 역시 저축 및 국제수지에서 불균형이 커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정치적 편의성’ 때문에 서로에 대한 ‘거짓 서사’를 확대재생산되면서 양국 관계는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악화했다. 거짓 서사들이 미·중 갈등을 고조시키는 강력한 연료로 쓰인 것이다.
우선 중국에 대한 미국의 대표적인 거짓 서사는 중국 때문에 무역 적자가 증가했고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겼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현재의 경제 침체는 중국과의 무역과 함께 중국의 불공정하고 약탈적이며 불법적이기까지 한 경제공격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미국 정치인과 관료들이 정치적 편의성을 좇아 앞장서고, 언론의 자유와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배경으로 양극화된 의견들이 확산 증폭됐다.
반대로 중국에선 미국에 대한 거짓 서사가 횡행했다. 중국의 성장과 발전을 미국이 방해하고 억제하려 하고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아울러 무역 전쟁이 미래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미국이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는 서사를 진실로 받아들인다. 중국 정부의 엄격한 검열 제도에 의해서 진짜 서사와 거짓 서사 간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정보는 더욱 왜곡됐다.
경제와 무역보다 안보를 더 중시하는 등 과거와 달리 이념화된 양국 상황도 갈등을 되돌릴 수 없는 차원으로 밀어 넣었다. 중국 지도자 시진핑은 ‘중국몽’을 천명하면서 미·중 갈등을 이념대결 차원에서 바라보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 위협을 끝없이 강조하면서 갈등을 부채질했다. 새로 집권한 바이든 역시 거짓 서사를 털어내려고 시도하지 않았다.
저자는 작금의 미·중 갈등 상황에 대한 한국의 대응 방향도 조언한다.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로선 중국과의 연결성을 줄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미국의 안보 우산을 버릴 수도 없다며 미·중 어느 한쪽에 대한 지지보다는 두 나라 간 갈등 최소화에 노력하는 접근법을 택해야 한다고.
“경제적인 차원의 고려와 안보적인 차원의 고려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일은 어떤 나라라도 쉬운 일이 아니며, 한국은 특히 더 그렇다. 내가 한국에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조언은, 갈등하는 두 나라의 어느 한쪽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나서기보다는 갈등의 고조를 늦추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상호 노력을 지지하는 접근법에 초점을 맞추라는 것이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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