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른 하늘에 유리 벼락?” 지하철 엘리베이터 지붕이 와르르
[앵커]
요즘 지하철역 바깥에서 엘리베이터 타는 입구를 통유리로 꾸며놓은 곳이 많습니다.
비를 피할 수 있게 유리 지붕도 만들어 놨는데 이 유리가 갑자기 깨지면서 시민들을 덮쳤습니다.
이런 사고가 처음이 아닙니다.
원동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이른 새벽, 지하철 역사 밖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여성.
문이 열리는 순간 유리 지붕이 산산조각 나면서, 커다란 유리 조각이 여성의 어깨를 그대로 강타합니다.
옆에 서있던 사람이 깜짝 놀라 피하고, 다친 여성은 어깨를 부여잡고 신고를 요청합니다.
제가 서있는 이곳이 사고가 난 자리입니다.
머리 위에서 떨어졌던 유리는 새 것으로 교체됐습니다.
이 엘리베이터를 주로 사용하는 건 교통 약자들입니다.
사고를 당한 건 서울교통공사 자회사 직원 60살 A씨, 뼈가 튀어나올 정도로 큰 부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갔지만, 응급 수술이 불가능한 곳이었습니다.
[A 씨 딸 : "수술은 언제 하면 되죠? 그랬더니 '지금 저희 병원은 외래 수술이 꽉차 있어서'라고."]
다른 병원을 수소문해 옮기는 건 가족의 몫이었습니다.
지하철 역 관계자는 사고 현장에서 인적 사항만 확인하고 떠나버렸기 때문입니다.
[A 씨 딸 : "자동차 안에서 거의 울부짖으시는 거예요. 어떻게 해줄 수도 없고 미치겠는 거예요."]
수술이 끝난 후에야 찾아온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과거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그전에도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다는 건데) 그렇죠 그래서 이제 그 사고 일어나고 난 다음에 이제 (추가) 설치를 안 하게 된거죠."]
위험성을 알고 있었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겁니다.
A 씨는 서울교통공사가 안전 관리를 소홀히 했다며 고소했고, 경찰은 관계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 등으로 조사 중입니다.
KBS 뉴스 원동희입니다.
[앵커]
이 문제 취재한 사회부 원동희 기자와 몇 가지 더 짚어보겠습니다.
원 기자, 엘리베이터 유리 지붕이 깨진 사고가 과거에도 있었단 거죠?
[기자]
네, 서울교통공사 측에 과거 사고 이력을 요청해 받아봤는데요.
최근 5년 동안, 엘리베이터 유리 지붕 균열 및 파손 사고가 5번 있었습니다.
2018년에는 수서역에서 큰 사고가 나기도 했는데요.
유리 지붕에 맞은 사람의 어깨와 팔 근육이 파열됐다고 합니다.
서울 지하철 엘리베이터가 통유리로 바뀌고 유리 지붕이 설치된 게 2000년대 초반부터니까 전체 기간을 다 보면, 사고가 더 있을 수도 있습니다.
유리 지붕을 설치한 지하철 역 엘리베이터는 서울에 모두 162개인데요.
별도의 안전관리 지침 같은 건 없다고 했습니다.
[앵커]
영상을 보면 엘리베이터 전체를 통유리로 감싼 구조인데, 지붕만 파손 사고가 나는 건가요?
이유가 뭘까요?
[기자]
서울교통공사와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는데요.
유리에 '황화니켈' 등 이물질이 들어가 있을 수 있는데, 이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열이 가해지면 파손될 수 있다고 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전체가 통유리 구조이긴 하지만 유리 지붕은 특히 직사광선을 고스란히 받는 각도여서 위험한 걸로 보입니다.
전문가의 얘기 들어보시죠.
[김기동/군산대 신소재공학과 명예교수 : "여름과 같이 고온에 장기간 노출이 되면, 결함들이 주변에 있는 유리와의 팽창계수의 차이 이런 것들에 의해서..."]
실제로 이번 사고를 포함해 5건의 유리 지붕 사고 대부분이 여름철에 발생했습니다.
[앵커]
위험한 걸 알면서도 방치했다고 해서 지금 수사도 받게 된 거잖아요?
서울교통공사 입장은 뭡니까?
[기자]
일단 치료비는 보험 처리해서 지급할 거라고 했고요.
안전관리 책임과 관련 해선 자연 파손이기 때문에, 징계나 내부 조사는 필요없단 입장입니다.
서울교통공사는 KBS 취재가 시작되자 사고 가능성이 있는 유리 지붕은 금속 소재로 교체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서울시 조례 개정이 필요해서, 실제 교체는 내년부터 가능하다고 합니다.
[앵커]
네, 시민 불안을 생각하면 빠른 교체가 필요할 거로 보이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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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희 기자 (eastsh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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