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유일 마약중독 치료기관 ‘폐원설’에 “사실 아냐”…대책 없으면 또 터진다

김동환 2023. 9. 1.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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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유일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 인천참사랑병원…‘폐업 가능성’ 언론에서 나와
병원 측, 입장문에서 “운영 어려움 겪는 건 현실… 현시점에서 폐업 결정한 바 없다”
치료기관에 주어진 정부 예산은 8억2000만원…지난해 마약 사범은 1만8000여명
복지부 “보상 이뤄지지 않아 치료보호기관 재정 어려움 겪어”…특단 대책 마련 약속
인천광역시 서구에 있는 참사랑병원. 인천 참사랑병원 제공
 
언론을 통해 1일 언급된 수도권의 유일한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인 인천 서구의 참사랑병원 ‘폐원’ 가능성에 병원 측이 재빨리 ‘사실이 아니다’라는 공식 입장으로 일축했다.

대검찰청 ‘2022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참사랑병원은 지난해 기준 경남의 국립부곡병원과 함께 국내 마약류 중독자 치료의 97%를 담당한 사실상 대표 기관인 탓에 폐원의 ‘ㅍ’만 나와도 놀랄 수밖에 없는 일인데, 다행히 사실이 아니라고 병원 측이 입장을 냈지만 현재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에 대한 정부 재정 지원 수준을 보면 같은 이야기가 언제 다시 터져 나와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국내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은 참사랑병원과 국립부곡병원을 포함해 총 21곳이다.

참사랑병원은 이날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지정 병원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마약류 중독자를 치료해 온 병원으로서 여러 요인들로 인해 운영의 어려움을 겪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다만 “기사에 나온 것처럼 현시점에서 폐업을 결정한 바는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같은 날 천영훈 참사랑병원장이 경영난 끝에 병원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말했다는 한 매체 보도에 따른 병원 측 공식 입장이다. 정부의 특단적인 지원이 없는 한 폐원할 수밖에 없다던 원론적인 취지의 이야기가 보도를 통해 ‘폐원 예정’으로 와전됐다는 설명도 덧붙이면서다.

마약류 중독 치료는 정신과 치료 영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노력이 투입되어야 하는 분야지만 재정이라는 벽에 부딪힌 탓에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라는 개탄이 의료계 일부에서 나온다. 참사랑병원은 마약류 중독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올해 초부터 입원환자도 급증해 직원들의 스트레스와 업무 강도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간호인력의 3교대 근무조차 불가능해질 정도로 사직이 늘어나는 등 인력 이탈이라는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올해 마약 치료보호기관에 책정된 예산은 총 8억2000만원(국비·지방비 각 4억1000만원)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마약류 중독 환자 1명이 한 달 간 입원할 때 필요한 치료비용은 최소 500만원이다. 결국 정부 예산으로는 170명도 치료받지 못하는 액수로, 지난해 참사랑병원 치료 실적(총 276명)을 채우기도 어려운 예산인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른바 ‘돈 떼이는’ 경우도 더러 있다.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규정 등에 따라 정부 지원 치료를 받으려는 중독환자는 복지부와 전국 시·도지사 등이 지정한 치료보호 지정병원을 찾아야 하는데, 치료 끝낸 병원이 병원비를 청구하면 지자체와 복지부가 절반씩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자체 재정에 따라 돈을 받지 못하는 상황도 종종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와중에 2018년 총 1만2613명이었던 마약 사범은 ▲1만6044명(2019년) ▲1만8050명(2020년) ▲1만6153명(2021년) ▲1만8395명(2022년)으로 증가해 1999년 처음으로 연간 1만명을 돌파한 마약사범은 지난해 역대 최고치까지 올랐다. 대검은 다크웹이나 텔레그램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마약류 공급자와의 연락이 쉬워져 구입 사례가 늘었고, 2021년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마약류 범죄 직접 수사 범위 축소가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경영난에 따른 ‘폐원설’이 제기된 인천 참사랑병원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복지부는 기존 예산의 2배 이상을 증액하려고 했으나 기획재정부가 정부 내 논의 과정에서 제동을 건 것으로 전해졌는데,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증액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1일 연합뉴스에 “마약 치료는 상당히 힘이 들지만 그에 맞는 보상이 이뤄지지 않아 치료보호기관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해당 병원(기관)이 폐쇄되지 않도록 지원하고 운영상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제도적 보완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거기서(마약 치료보호기관) 일하시는 분들이 걷고 있는 ‘순례자의 길’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며 “정당한 보상을 받는 구조를 짜야 한다”고 특단의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마약류 중독자를 양지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처벌 능사주의를 벗어나 이들이 치료·재활 프로그램 연계를 거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마약류 사범이 처벌을 받은 후에도 지속 관리로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는 거다.

마약 전과 7범으로 20여년간 중독자로 수감과 출소를 반복했다가 ‘회복 상담사’로 거듭나 이름이 알려진 최진묵 참사랑병원 중독상담실장은 지난해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마약류 사범은 출소 후 보호관찰이 아니면 지속해서 관리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다”며 “오로지 자신의 의지에만 의존해 재범을 억제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재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 관리 시스템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게 그의 호소다.<세계일보 2022년 10월8일자 기사 참조>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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