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사장 체제’ 위기의 한전…비전문가가 구원투수 될까
이사회, 김동철 전 의원 선임안 의결…윤석열 대선캠프 특별고문 지내
재무 위기 해소·에너지 전환 등 난제 산적…‘원전 확대 코드인사’ 눈총
200조원대 부채로 재무 위기에 빠진 한국전력 사장에 4선(17∼20대)의 김동철 전 국회의원(사진)이 지명됐다. 김 전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을 도와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후보특별고문 겸 새시대준비위원회 지역화합본부장을 맡았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경영 정상화뿐 아니라 전력망 투자 등의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낙하산 인사가 이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지 우려한다.
한전은 1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김 전 의원을 신임 사장에 선임하는 주주총회 안건을 의결했다. 이사회 의결 후 2주간의 공고를 거쳐 주총에서 차기 사장이 뽑히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으로 모든 인선 절차는 마무리된다. 김 전 의원이 사장에 최종 임명되면 한전은 지난 5월 정부·여당의 압박 끝에 물러난 정승일 전 사장 퇴임 이후 약 넉 달 만에 리더십 공백을 해소하게 된다.
김 전 의원이 마주할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전의 총부채가 200조원을 돌파함에 따라 한전채 추가 발행을 통한 ‘빚 돌려막기’ 가능성이 커졌다. 전기요금 추가 인상도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에 불리한 정책을 집행하기 어렵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달 24일 기자들과 만나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묻자 이를 부인하며 “(한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반도체와 2차전지 등 첨단 산업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대폭 늘고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급증하면서 대규모 전력망 투자가 시급하다. 앞서 한전은 2036년까지 15년간 송·변전 설비에 56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천문학적인 적자로 인해 지금까지 투자액은 6013억원에 그쳤다. 전영환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는 것에 발맞춰 그동안 송전망 건설이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력그룹사의 에너지 전환 문제도 당면 과제다. 한전 산하 발전사 5곳의 올해 상반기 발전 비중을 보면 석탄발전(38%) 비중이 원자력(46%) 다음으로 높다. 지난해 신재생 발전설비 투자액은 561억원으로 석탄·액화천연가스(LNG) 투자액(2890억원)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김 전 의원은 1961년 한전 주식회사 발족 후 62년 만에 첫 정치인 출신 사장이 된다.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산업은행에서 근무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과 국민의당·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등을 지냈다.
현 정부 들어 에너지 공기업 수장 자리가 관련 경력이 전무한 정치인 출신들로 채워지고 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원전을 늘리고 재생에너지를 축소하는 정권의 정책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정치인 출신만 공공기관장에 임명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가스공사 사장에는 철도 전문가인 최연혜 전 새누리당 의원이,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에는 정용기 전 새누리당 의원이 각각 임명됐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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