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미운 오리’였던 이정용, 이제는 선발진 이끄는 ‘에이스’로
[잠실=뉴스엔 안형준 기자]
한 때는 '미운 오리'였지만 이제는 '에이스'다.
LG 트윈스는 9월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경기에서 승리했다. 이날 LG는 폭발한 타선을 앞세워 10-0 완승을 거뒀다.
두자릿수 득점을 올린 타선의 힘이 돋보였지만 마운드도 강력했다. 특히 선발 이정용의 피칭이 빼어났다.
이정용은 이날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시즌 6승에 성공했다. 선발 전향 후 3번째 승리이자 3연승이었다.
이정용은 초반부터 한화 타선을 압도했다. 1회 선두타자 정은원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했지만 중심타선을 막아내며 실점하지 않았고 2,3회는 삼자범퇴로 가볍게 마쳤다. 4회에는 2사 후 주자 2명을 출루시켰지만 장진혁을 삼진으로 돌려세워 이닝을 마쳤고 5회에는 안타 1개를 내줬지만 큰 위기는 없었다. 6회 이도윤과 노시환에게 연속안타를 내줘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채은성과 김태연, 장진혁을 모두 막아내 실점 없이 6이닝을 소화했다.
최고 시속 145km의 묵직한 패스트볼과 포크볼의 조합으로 한화 타자들을 효율적으로 막아냈다. 6이닝 동안 던진 공은 86개로 투구 수 역시 많지 않았다.
이정용은 올시즌 뒷문을 책임지며 개막을 맞이했다. WBC에 출전했던 고우석의 시즌 시작이 늦어지며 지난해 셋업맨이었던 이정용이 마무리를 맡았다. 하지만 작년과는 전혀 다른 부진을 거듭했다. 이정용은 4월 한 달 동안 평균자책점 5.93을 기록하는데 그쳤고 시즌 초반 젊은 선발투수들과 함께 염경엽 감독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불펜에서 부진한 이정용은 6월말 선발 로테이션으로 이동했다. 선발투수로 몸을 만든 것이 아닌 만큼 사실상 '오프너'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며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긴 이닝을 던질 수도 없고 2-3회 �F은 이닝도 그리 효과적으로 막아내지 못한 이정용은 그저 로테이션 자리를 채우는 선수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8월부터 완전히 달라졌다. 8월 2일 키움전에서 6이닝 무실점 퀄리티스타트(노디시전)를 달성하며 처음으로 선발로 5이닝 이상을 투구한 이정용은 8월 9일 KIA전에서 5이닝 무실점 호투로 선발 첫 승리를 따냈다. 그리고 8월 16일 삼성전에서 6이닝 2실점 승리를 따낸 이정용은 이날 시즌 3번째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며 3연승에 성공했다.
8월 비로 인해 두 번이나 등판이 밀리며 3번 밖에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지만 성적은 누구보다 좋았다. 이정용이 8월 이후 4번의 등판에서 기록한 성적은 23이닝, 3승 평균자책점 0.78. 4번의 등판에서 3차례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고 자책점이 2점 뿐이었던 이정용은 '에이스'라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7월을 마치는 시점에 6.27이었던 시즌 평균자책점은 이날 4.02까지 내려갔다. 3점대 진입도 눈앞이다.
염경엽 감독의 로테이션 조정에도 이정용에 대한 믿음이 엿보인다. 원래 지난 29일 두산전 등판 예정이었던 이정용은 29,30일 연이틀 경기가 우천 취소되며 등판하지 못했다. 31일 경기에 켈리를 내세운 염경엽 감독은 당초 한화와 3연전에 임찬규-이정용-김윤식 순서로 등판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정용, 김윤식, 임찬규 순서로 로테이션을 조정했다. 이날 경기에 등판해야 5-7일 열리는 2위 KT와 중요한 원정 3연전 마지막 경기에 등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에이스급 피칭을 펼치고 있는 이정용을 가장 중요한 시리즈에 넣겠다는 계산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정용은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부진하며 LG에 또 한 번 '가을의 아픔'을 안겼다. 올시즌에도 초반 부진을 거듭하며 LG 마운드의 '미운 오리'가 되는 듯했던 이정용은 선발에서 완벽하게 반등하며 막판 레이스를 이끄는 에이스로 올라섰다.(사진=이정용/뉴스엔DB)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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