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 ‘소선구제+권역 비례제’ 공감…소수 당 “퇴행” 반발

조미덥·이두리·신주영 기자 2023. 9. 1. 21: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각 당 의총서 선거제 개편 보고
여당 “병립형 비례·의원 수 감축”
야당 “준연동형 유지·비례 확대”
선출방식 이견 뚜렷, 합의 힘들 듯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소선거구제 유지와 전국을 3개 권역으로 나눈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총선 제도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1일 각 당 의원총회에 이를 보고했다. 그러나 비례대표 선출 방식에서 양당의 이견이 뚜렷해 합의가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복귀를 고집하면서 의원정수 감소도 주장한다. 민주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고, 비례대표 수를 늘리자고 의견을 모았다. 소수 야당들은 거대 양당이 야합해 병립형으로 회귀하는 것을 반대한다며 농성을 벌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각 당 의총에서 선거제 논의 진행 경과를 보고했다. 전국을 수도권(서울·경기·인천)과 중부(충청·대구경북·강원), 남부(호남·부산울산경남·제주)로 나누고 현재의 비례대표 47석을 각각 18, 14, 15석으로 나누는 안을 소개했다. 현실적으로 대대적인 선거구제 개편이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해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지 않고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의원정수도 현재의 300명을 유지하기로 했다.

양당이 전국을 3개 권역으로 나눈 것은 지난 3차례의 총선 결과를 시뮬레이션했을 때 특정 당에 유리하지 않은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국회의장이 제안했던 6개 권역은 의석수 증가를 전제로 했는데 현실적으로 의석을 늘리긴 어렵기 때문에 3개로 줄였다.

권역별 비례제는 위성정당을 만들 유인이 적어져 위성정당 방지 효과도 있다. 다만 권역별 비례제가 병립형으로 운영될 경우, 도리어 양당제가 강화되고 소수 정당의 국회 진입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다.병립형은 지역구 의석과 상관없이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정당별로 의석을 나누는 것으로 2016년 총선까지 적용된 방식이다. 연동형은 지역구에서 정당 득표율만큼의 의석을 채우지 못했을 때 비례대표로 그만큼을 채워주는 제도다. 지역구 당선이 어려운 소수 정당에 유리하다.

지역구 의석과 연동하는 정도를 낮춘 것이 준연동형이다. 2020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에 한해 채워줘야 할 비례대표 의석의 절반을 주는 준연동형을 적용했는데,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의미가 퇴색했다.

양당이 빠른 시일 내에 최종 합의를 이루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의총에서도 양당의 큰 간극이 확인됐다. 국민의힘에서는 김기현 대표가 제기했던 의원정수 축소가 민심에 부합하니 협상에서 관철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수 나왔다. 국민의힘은 병립형으로 돌아가야 합의할 수 있다는 입장도 확고하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소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제가 준연동제와 같이 운영돼야 하고, 지역구 숫자를 줄이더라도 비례대표 의석수가 현재보다 늘어야 실질적으로 비례성·다양성이 확보될 수 있다는 의견이 강하게 개진됐다.

진보 진영에선 양당이 시간에 쫓기다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병립형으로 타협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위성정당 문제가 없고 거대 양당에는 큰 불이익이 없으며 기존에 운영하던 익숙하고 단순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정의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진보당·노동당·녹색당 등 원내·외 소수 정당들은 이날 국회 본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립형으로의 회귀를 반대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위성정당으로 도둑질한 의석을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대놓고 훔치겠다는 전언이 거대 양당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며 “거대 양당의 밀실 담합은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김진표 국회의장을 면담해서도 병립형으로의 퇴행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조미덥·이두리·신주영 기자 zorr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