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를 오염수라 부르지도 못하는 한·일
발언한 일 각료, 기시다 질책에 사과
한국 당·정은 ‘처리수’ 변경 나서
“안전성 부각하려 용어 배제” 비판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안전성을 부각하기 위해 이를 ‘처리수’라 불러온 일본에서 최근 한 각료가 무심코 ‘오염수’ 발언을 내놨다 총리에게 지적을 받고 사죄하는 일이 벌어졌다. 오염수의 안전성이 분명하지 않음에도, 풍평(소문) 피해를 우려해 용어 사용 자체를 규제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한국 정부와 여당도 최근 오염수 용어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노무라 데쓰로 농림수산상은 이날 관계각료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회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오염수 방류 이후의 평가 등에 대한 정보를 교환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그간 ‘처리수’란 용어를 사용했기에 그의 발언은 화제가 됐다.
노무라 농림수산상의 발언이 알려지자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농림수산상에게 발언 철회와 전면적인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총리의 지시를 받은 뒤 노무라 농림수산상은 기자단에 사죄의 뜻을 전했다. 그는 “보통 말할 때 오염수란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데 왜 이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중국이 (오염수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말하려고 생각했는지 나 스스로도 모르겠다”고 발언 경위를 해명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날 벌어진 소동이 오염수 방류 이후 기시다 내각이 처한 곤경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그간 오염수의 안전성을 부각하기 위해 처리수라는 용어를 고집했으며, 국제회의 등에서도 다른 국가들에 이 용어의 사용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오염수 방류 이후 일본 국내외에서는 일본산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됐다. 중국은 ‘핵 오염수’라 부르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까지 내놓은 상황이다.
반면 오염수 방류를 사실상 묵인해온 한국 정부와 여당은 현재 오염수의 안전성을 부각하려는 일본 정부의 노력에 궤를 맞추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30일 원전 오염수의 명칭을 ‘오염 처리수’로 공식 변경했고, 한덕수 국무총리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용어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안전성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용어 바꾸기에 나서자 국내 비판이 커지고 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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