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부심·고통까지 기록한 ‘노동 한 컷’[책과 삶]
베테랑의 몸
희정 지음·최형락 사진
한겨레출판 | 368쪽 | 2만원
<베테랑의 몸>은 숙련과 몸에 관한 이야기다. 몸을 쓰며 일하는 베테랑 12명이 주인공이다. 소개하는 직업군이 다양하다. 세공사, 조리사, 세신사, 조산사, 안마사, 수어통역사, 배우, 어부 등이 등장한다. 하나같이 “하다 보니” 베테랑이 되었다고 말한다. 기록 노동자 희정이 베테랑들을 인터뷰했다. 사진작가 최형락은 베테랑과 그들의 일터를 찍었다.
<베테랑의 몸>은 베테랑의 노동을 단순히 힘든 일 혹은 고된 일로 규정짓지 않는다. 숙련된 노동의 자부심, 반복 노동 속에서 변형되는 몸을 보여준다.
건물 외벽을 타는 로프공 김영탁씨는 “선수들은 옥상에서 표정이 다르다. 불안함이 없다”고 했다. 저자는 오랜 경험이 확신을 만들고 확신은 표정이 된다고 썼다. 세월은 경력이 되어 돌아오지만 반복 노동은 몸에 흔적을 남겼다. 시각장애인 안마사 최금숙씨는 손가락의 힘만이 아니라 “몸의 무게를 싣는 방식으로” 안마를 하지만, 나이가 드니 손가락이 아프다. “다른 사람 몸을 고친다고 하지만, 안마란 하는 사람에겐 통증을 동반하는 일”이다.
저자는 베테랑이 일하는 일터의 열악한 노동조건도 놓치지 않는다. 고층 건물 외벽에서 일하는 로프공, 법에는 로프공의 안전에 관한 세부 규정이 없다. 세공작업에는 유해화학물질이 40종 넘게 쓰인다. 고용보험 가입이 안 된 세공사가 여전히 많은 데다, 특수건강검진을 받는 경우는 100명 중 3명에 불과하다.
조리사 하영숙씨가 일했던 학교 급식실은 2000명에 달하던 아이들이 감소하자 조리사도 줄이려 했다. 매해 제비뽑기를 해 퇴직자를 정했다. 파업에 나섰고 일터를 지켜냈다. 그는 “나는 나대로 여기서 전문직”이란 자부심이 그가 버틸 수 있었던 밑천이었다고 말한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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