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림 "尹, 대선때 대장동 의혹 당당해 김만배 인터뷰 보도"(종합)

조다운 2023. 9. 1.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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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공모는 웃기는 얘기…김만배에 청탁받은 적 없다"
"1억5천만원은 책 팔고 받은 것…문제될 거라 생각 안 해"
답변하는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 (고양=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1일 경기도 고양시 탄현동에서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이 검찰 수사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와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한 허위 인터뷰를 해주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신 전 위원장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2023.9.1 andphotodo@yna.co.kr

(서울·고양=연합뉴스) 조다운 이도흔 기자 = 대선 직전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사건 무마 의혹에 대한 '허위 인터뷰'를 해 보도한 혐의를 받는 신학림(64)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대선 토론에서 윤 대통령의 표현이 너무 당당해 '이건 아니지 않나' 싶어 보도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신씨는 검찰 압수수색 직후인 1일 오후 경기 고양시의 자택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의 인터뷰를 대선 직전 보도한 이유를 묻는 말에 "김씨에게 들은 것에 따라 김씨, 박영수 전 특검, 윤 대통령이 특수한 관계일 거라 생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씨가 문제 삼은 토론은 지난해 2월25일 이뤄진 대선후보 4자 TV 토론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표는 윤 대통령을 향해 과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과장으로 재직할 당시를 거론, "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봐주지 않았나"며 "조우형에게 왜 커피를 타 줬나"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전 그런 사람 본 적 없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말씀을 좀 해보라"고 맞받았다.

신씨는 이러한 토론을 본 뒤 "보도 이틀 전인 3월 4일 (녹취파일을) 준 것"이라면서도 "제가 보도를 결정한 게 아니다. 판단도 뉴스타파가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신씨는 1984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기자로 일하다가 2003∼2007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을 지냈다. 이후 언론개혁시민연대 집행위원장, 미디어오늘 대표이사 등을 거쳐 지난해 3월까지 뉴스타파 전문위원으로 일했다.

1992년 한국일보사 그룹 공채로 입사해 일간스포츠 편집기자를 거쳐 한국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한 김씨와는 회사 선후배 관계다.

생각에 잠긴 김만배 대장동 개발 사업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1월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신씨는 문제가 된 김씨와의 인터뷰를 뉴스타파에 재직 중이던 2021년 9월15일 경기 성남시 판교동 카페에서 했다고 밝혔다. 대장동 의혹이 불거져 본격적으로 이슈화하던 시기다.

그는 당시가 "김만배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라면서 "화천대유, 천화동인 같은 주역(周易) 글귀로 회사 이름을 지을 사람은 김씨밖에 없다고 생각해 그를 수소문했다"고 인터뷰 경위를 설명했다. 김씨는 동양철학을 전공했으며 법인명은 주역의 괘에서 차용했다.

그러면서 "김씨가 저를 신뢰하고 따르는 후배였기 때문에 20년 가까이 못 만났는데도 자기가 알고 있는 내용을 그대로 얘기했다"고 강조했다.

신씨는 김씨와 자신이 허위 인터뷰를 공모했다는 의혹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해당 녹취파일이 보도될 것을 알았느냐는 물음에 "둘 다 몰랐다. (김씨가) '형, 이건 나가면 안 돼'라고 한 대목이 있다"면서 "청탁의 청자도 나오지 않았다. 사전에 공모했다는 건 웃기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씨가 허위로 얘기하는지 진실을 얘기하는지 판단할 필요가 없다. 김씨는 저를 신뢰하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거라 생각한 적이 없다"며 그저 뉴스타파의 요구에 따라 해당 녹취파일을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에게서 2021년 9월 하순께 받았다는 1억6천여만원의 성격에 대해서는 '책값'이라고 강조했다.

김씨와 인터뷰 이후 두어차례 만남을 이어갔는데 근황에 관한 얘기가 나와 "혼자 연구작업을 해서 책을 썼다"고 답했고, 이에 김씨가 총 3권인 책을 1권당 5천만원에 부가가치세까지 얹어 구매했다는 것이다.

신씨가 판매했다고 주장하는 책은 2020년 발간된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혼맥지도'라는 책이다. 언론과 재벌가, 정치권의 혼맥이 기득권층 부정부패의 근간이라는 주장이 담겼다.

자신의 책 '혼맥지도'를 설명 중인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촬영 이도흔]

신씨는 '1억이 넘는 책값이 문제가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나'는 물음에 "추호도 그렇게 생각한 적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자신의 책을 들어 보이면서 "인쇄소에선 제본도 못 한다. 1세트 제본하는 데만 100만원씩 든다"며 "책값이 무슨 1억5천만원이냐 하겠지만 저는 그 돈도 싸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뉴스타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신 전 위원장은 보도 여부를 결정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녹취록 보도 이유에 대해 "남욱씨의 검찰 진술이 김만배씨 발언과 부합했다. 박영수 전 특검은 김씨 진술을 부인하는 대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며 "당시 기사는 보도 가치가 높았고 녹취 내용을 사실로 볼 근거가 갖춰진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신 전 위원장이 자신의 저작물을 김씨에게 판매했다는 사실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며 "보도 결정 과정에 두 사람의 금전 거래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신씨의 주거지와 서울 종로구 사무실 등 2곳을 압수수색해 자료를 확보했다.

신씨는 윤 대통령이 옛 대검 중수부 중수과장 시절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의 검찰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취지로 김씨와 허위 인터뷰를 하고, 그 대가로 약 1억6천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 청탁금지법 위반)를 받는다.

윤 대통령은 2010∼2011년 대검 중수부 중수2·1과장으로 재직했으며 중수부는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 사건을 파헤쳐 2011년 11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씨는 저축은행으로부터 대장동 종잣돈을 끌어오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친 뒤 신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alllu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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