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만에 나타난 친모, 또 보험금 '승소'…"구하라법 도대체 언제"

구하라법, 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시행돼…1일 법사위서 논의

[아이뉴스24 김다운 기자] 54년 만에 나타나 아들의 사망 보험금을 달라고 주장한 친모가 항소심에서도 승소해, 보험금을 받게 됐다.

어선을 타다 실종된 B씨의 친누나 김종선 씨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구하라법 통과 필요성 및 선원 구하라법' 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08.09. [사진=뉴시스]

부산고법 민사2-1부(부장판사 김민기)는 31일 친모 A(80대)씨가 아들 B씨의 누나 김종선(61)씨를 상대로 제기한 공탁금(사망보험금) 출급 청구권 확인 소송에서 김씨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B씨는 2021년 1월23일 경남 거제 앞바다에서 어선에 승선했다가 폭풍우를 만나 실종됐다. 이후 B씨 앞으로 사망 보험금과 선박회사 합의금 등 3억원의 보상금이 나왔다.

이 소식을 들은 A씨는 54년 만에 버린 자식들 앞에 나타났다. 민법 상속 규정상 보상금 전액을 1순위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들의 사망보험금을 받기 위해 A씨는 김종선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12월 1심에서 승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2일 화해권고결정을 통해 수협이 공탁한 사망 보험금 2억3780여만원 중 1억원(42%)을 김씨에게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A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재판부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김씨는 항소심 재판에서 동생과 약혼해 사실혼 관계에 있던 여자친구의 존재를 증명하는 여러 자료들을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선고 이후 김씨는 울분을 토했다. "너무나 참담하다. 무조건 대법원까지 갈 것"이라며 "(가수) 구하라법을 빨리 통과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A씨는 B씨가 두 살 무렵 떠나 다른 남성과 재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A씨는 우리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라며 "동생이 실종된 지 2년이 넘었는데 자식에 대해 한 번도 묻지 않았다"고 했다.

이처럼 자식을 버린 부모에게도 상속 우선권이 돌아가는 판결은 되풀이되고 있다. 현재 법으로는 자식이 없을 경우 부모에게 우선 상속권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에게 상속권을 박탈하는 내용의 이른바 '구하라법'이 발의됐지만 3년째 국회에서 표류중이다.

2021년 6월부터 일부 시행됐지만, 공무원에게만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개인재산이 아닌 유족급여에만 적용되는 데다 대상도 공무원으로 국한됐다.

2021년 양육 의무를 안 지키는 부모의 상속자격을 박탈하자는 개정안과, 상속 당사자가 소송를 내면 법원이 상속 자격을 판단하자는 법무부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양육의무'와 '청구권자' 범위 등을 놓고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에 국회는 1일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구하라법을 논의했다.

법제사법위원장인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들은 불공정한 상속을 막는 '구하라법'이 하루빨리 통과되길 바라고 있다"며 "상속인‧피상속인과 제3자들의 법적 안정성과 명확성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관계기관 등이 2주 내에 보완방안을 마련해서 비교한 후 방식을 최종 선정하자"고 제안했다.

/김다운 기자(kdw@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