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휘둘렀다”…틈을 뚫자 ‘볕’이 들었다

배재흥 기자 2023. 9. 1.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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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뛰던 2군 선수서 주전 유격수로…‘쨍하고 해 뜬’ 한화 이도윤
전력분석원에 타격 모니터링 간청
포지션이 어디든 ‘구멍’ 메울 각오
어렵게 찾아온 기회 감독에 눈도장
어엿한 응원가도 생긴 ‘초보 아빠’
“아이 위해 1군서 꼭 살아남아야죠”
만년 2군 선수였던 한화 이도윤이 2023시즌 주전 내야수로 활약하며 팀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힘차게 스윙하는 이도윤의 타격 모습. 정지윤 선임기자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고, 놓치지 않았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지난 5월20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2군 내야수 중 평가가 가장 좋았던 이도윤(26)을 1군 엔트리에 등록했다.

5타수 2안타 1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른 그날은 이도윤에게 야구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이도윤은 지금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르바이트까지 했던 2군 선수였지만, 이젠 당당히 팀의 주전 유격수로 나선다.

이도윤은 최근 기자와 인터뷰하며 “데뷔한 이후 매년 1군에서 활약하는 장면을 상상했다. 나를 위한 응원가도 생겨 기분이 좋다”고 했다.

KBO리그 2015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24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은 내야수 이도윤은 입대 전까지 대부분 시간을 2군에서 보냈다.

퓨처스리그 성적은 줄곧 상승곡선을 그렸지만, 좀처럼 1군 출장 기회를 얻지 못했다. 입단 이후 4년간 출전한 1군 경기는 단 2경기에 불과했다.

오롯이 운동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야구를 하기 위해선 돈도 따로 벌어야 했다. 프로야구 선수는 연봉을 10개월간 나눠 받는다. 비활동 기간인 12월과 1월에는 월급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연봉이 적은 일부 선수들은 생활에 어려움을 겪곤 한다. 당시 이도윤의 사정을 잘 아는 구단 관계자는 “시즌이 끝나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를 벌었다. 굉장히 힘들게 운동을 한 선수”라고 했다.

전역 후 2020시즌 도중 복귀한 팀에서도 그의 입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데뷔 이후 가장 많은 80경기에 출장했던 지난 시즌에는 0.159의 낮은 타율을 기록하며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훈련에 매진한 올해도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한 채 2군에서 시즌을 맞았다. 하주석의 음주운전 징계로 공백이 생긴 유격수 자리는 그가 아닌 박정현과 오선진 등이 메웠다. 이도윤은 “2군에서부터 잘해보자”며 뒤숭숭한 마음을 다잡았다.

약점으로 꼽힌 타격을 보완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주변에서 눈에 보이면 일단 방망이를 휘둘러 보라는 조언을 해줬다. 그 이야기를 듣고 2군에서 과감하게 쳤다”며 “전력 분석을 하는 친구에게 커피를 사주면서 거의 매일 타격을 봐달라고 졸랐다. 옆에서 독한 말들을 해준 것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수비에서는 ‘멀티 자원’이 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이도윤은 “유격수, 2루수, 3루수 등 구멍 난 곳을 메우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각 포지션에서 누군가 다치거나, 부진할 때 백업 ‘1순위’가 되기 위한 연습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도윤은 징계에서 복귀한 하주석과 유격수 자리를 놓고 경쟁하면서도 주전 자리를 지켰다.

그의 올 시즌 타율은 0.289로, 노시환에 이어 팀 내에서 2번째로 높다. 수비에서는 발군의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다. 한화도 2023시즌에 발견한 이도윤의 재능에 미소를 감출 수 없다.

이도윤은 “아직까지 주전이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내년에도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남은 경기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얼마 전 아빠가 된 그에게는 1군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겼다. 이도윤은 “나중에 ‘아빠가 이런 사람이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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