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솔로에 ‘아싸’도 억울한데”…성경험 없으면 빨리 늙는다고? [Books]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3. 9. 1.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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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의 정복
로즈 앤 케니 지음, 김성훈 옮김, 까치 펴냄
죽음은 과학의 영원한 도전 대상이다. 진시황 이래 정복될 수 없는 것이 노화라 생각해왔지만, 놀랍게도 노화의 과학은 아주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오늘 태어난 아이는 작년에 태어난 언니보다 평균 3개월 정도 더 오래 산다. 1800년에는 기대수명이 40세였지만 200년 후에는 2배 이상 길어져 85세 이상을 너끈히 기대할 수 있다. 인류는 노화와의 전쟁에서 승전을 거듭하고 있다.

트리니티칼리지 의사이자 노인학 교수 로즈 앤 케니는 노화의 과학을 35년간 최전선에서 연구해왔다. 우리가 미신에서 벗어나 과학에 근거한 실천에 나선다면, 충분히 노화의 저주에서 벗어나 인생의 마지막 한 바퀴를 가치 있고 즐겁게 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노화 과정의 생물학적, 사회적, 심리적 토대에 관해 설명하고 운동, 섹스, 마음 챙김 명상, 다이어트, 인간관계, 적극적인 인생 참여 등 노화를 거스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분석한다.

블루존(Blue Zone)은 노화의 비밀을 풀어줄 곳이다. 이탈리아 사르데냐, 일본 오키나와, 미국 캘리포니아, 코스타리카 니코야, 그리스 이카리아를 말한다. 이 지역은 모두 바닷가에 있고, 100세 이상 장수인 비율이 가장 높다. 단지 수명만 긴 게 아니라 체력도 좋고 병에도 덜 걸린다. 이곳 사람들은 100세가 넘어서도 건강하고 신체적으로 활발하게 사는 사례가 많다.

블루존의 공통점은 몇 가지로 추려진다. 삶의 목적과 호기심을 가질 것, 다양성, 웃음, 우정, 소속감을 즐기고, 식사나 술을 함께 하며 친구 및 가족과 긴밀하고 강한 유대관계를 가진다는 것. 또 하나는 뚜렷한 삶의 목적이다. 오키나와에선 이키가이(生きがい)라 부르는 인생의 목적은 7년 정도 수명을 늘려준다는 연구가 있다.

저자는 블루존에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연구를 심화했다. 9000여명의 50세 이상 성인을 추적해 아일랜드 노화 종단 연구를 이끌며 40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결론은 노화는 여러 요인의 결합으로 일어나지만, 그중 약 80%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생물학적 노화는 아주 일찍 시작된다. 30대부터 노화 과정이 세포 안에서 확실하게 자리 잡는다. 생물학적 나이와 실제 나이는 아주 다르며, 뉴질랜드의 한 연구에서는 38세 젊은 성인 1000명을 추적 연구해 이들 간 노화 시계가 20년의 차이를 보임을 밝혀냈다. 게다가 생물학적 퇴보의 속도는 폐, 치아, 심박, 신장, 뼈 등 모든 기관계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노화의 가속은 보편적으로 일어난다. 노화를 설명하는 하나의 공통 메커니즘이 존재함을 암시하며 ‘젊음의 묘약’도 만들 수 있음을 알려준다.

실제로 유전체를 통한 연구는 ‘게임 체인저’가 됐다. 우리 몸속 염색체를 연구해 노화 과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DAF2 유전자를 찾아냈다. 이 유전자의 활성 여부가 세포 노화를 통제함을 밝혀냈다. 인슐린과 성장 호르몬의 활성도 통제한다. 선형동물에서는 이 유전자에 작은 변화만 주어도 수명이 2배로 늘어났다.

[사진 출처=픽사베이]
젊음의 묘약을 찾아 나선 과학자들도 소개된다. 1991년 데이비드 스노든의 종단 연구는 678명의 수녀들 건강을 추적했고 사후 뇌 연구까지 했다. 모두 결혼하지 않았고 자식이 없고, 평생 교사 일을 했고 수입과 식생활과 환경까지 비슷한 균질한 집단의 연구를 통해 중요한 사실이 밝혀졌다. 젊은 시절의 태도와 기질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모든 수녀가 20살에 쓴 편지로 60년 이후 노화 상태를 비교했더니 긍정적 감정을 더 많이 표현한 수녀는 덜 낙관적인 수녀보다 평균적으로 10년 정도 더 오래 살고 치매에 걸리는 비율도 낮았다.

우정의 역할도 크다. 심지어 동물들도 개코원숭이, 돌고래, 쥐처럼 사교성 있는 종은 평균적으로 수명이 길다는 연구가 있다. 우정은 스트레스, 심장질환, 염증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 우정은 본능적으로 타고난 것이며 뇌를 자극해 인지력도 향상시켜준다.

성생활의 관련성도 과소평가되어 있다. 대다수 부부에게 성행위는 삶의 질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 성생활이 활발한 사람은 노년에도 삶의 질이 더 좋다. 이들은 스스로를 늙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작으며 노화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리라 믿는 경우도 적었다.

숙면의 가치도 강조된다. 저자의 노화 연구에서 50세 이후 하루 수면시간이 7시간 미만이거나 9시간 이상인 경우 모두 기억력, 집중력, 학습력 등에 문제가 생겼다. 수면 시간 동안 뇌세포 사이의 공간이 뇌척수액으로 채워지며, 낮의 축적된 독소를 씻어준다. 이것이 치매의 핵심적 예방법이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교훈은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 젊다고 느끼는 만큼 생물학적 나이도 젊어진다. 아일린 애시는 80세에 딴 운전면허를 가지고 105세의 나이에도 운전을 한다. 매일 씩씩하게 산책하고 요가를 한다. 용기와 자신에 대한 믿음, 낙관적 태도를 무기로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저자는 노화에 긍정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은 수명이 7.5년이나 더 길다는 연구 결과를 도출하기도 했다.

100세 장수는 멀리 있지 않다. 결국 근육과 잠, 웃음과 사랑이 보약이다.

노화의 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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