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갈 막느라 보장 강화 빠진 국민연금 개혁안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1일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 초안을 내놨다. 2055년으로 예상되는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더 내고, 더 늦게’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개선 방향이 지속 가능한 재정안정에 치우치면서 보장성 강화 방안은 빠졌다는 점이다. ‘반쪽짜리’ 보고서로는 개혁 추진동력을 얻기는커녕 역풍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재정계산위는 현재 9%인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매년 0.6%포인트씩 올려 각각 12%·15%·18%까지 높이는 방안, 2033년 65세로 돼 있는 연금 지급개시연령을 68세까지로 늦추는 방안 등을 조합해 총 18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반면 2028년 40%로 낮아지게 될 소득대체율을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한 내용은 보고서에서 빠졌다. 정부가 사실상 ‘더 내고, 똑같이, 더 늦게’ 받는 쪽으로 연금개혁 방향을 잡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노후보장 강화를 위해 소득대체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보고서에 소수안으로 포함되는 것에 반발한 위원 2명이 사퇴하며 전날 재정계산위가 파행한 것도 심상치 않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약 4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2.5배에 달한다. 이를 완화하려면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 삼층 구조를 잘 조합해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 ‘재정안정파’는 현재 65세 이상 노인 70%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소득 하위계층에 한정해 지원을 늘리는 한편, 현세대가 ‘덜 받는’ 방식으로 책임을 강화하자고 주장한다. 반면 ‘보장강화파’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높이기 위해 국고지원을 늘리거나 노동소득 외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국민연금의 본래 목적인 사회보장을 꾀해야지 재정안정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노인의 최소생활은 보장하되 미래세대에 빚은 떠넘기지 않는 지점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의지가 있다면 연내에는 개혁안을 완성해 의견수렴을 거쳐 시행 준비를 마쳐야 한다. 하지만 열의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간 내년 총선을 전후로 동력이 사그라지면서 흐지부지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는 내달까지 내겠다고 한 국민연금 개혁 단일안을 차질 없이 내놓고, 능동적인 태도로 의견수렴에 나서야 한다. 사회보장 체계의 주요 기틀인 국민연금의 건강성과 지속성을 꾀할 기회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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