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고갈 막기’에 방점… 노후소득 보장안은 빠진 ‘반쪽’ [뉴스 투데이]

이정한 2023. 9. 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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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안’ 들여다보니
‘2093년까지 기금유지’ 5개案 뿐
보험료율 12% 인상 땐 모두 고갈
‘세계 최악’ 노인 빈곤율 개선할
소득대체율 인상안은 포함 안 돼
“공적연금 본질 외면” 비판 목소리
정부 자문기구인 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더 내고 그대로, 더 늦게 받는 방향’의 연금 개선 방안을 내놨다. 연금기금이 현행 보험료율(9%)과 소득대체율(2028년까지 40%로 하향), 연금개시연령(2033년까지 65세)을 유지할 경우 2055년 고갈될 예정인 만큼 보험료율을 12∼18% 올리고 연금 개시 연령을 1∼3년 더 늦추며 평균 5% 수준인 기금운용수익률을 0.5∼1%포인트 상향하자는 게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해 18개 방안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데다 세계 최악 수준의 노인빈곤율 개선을 위한 노후소득 보장 방안은 빠져 있어 ‘반쪽짜리 보고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원본부. 뉴스1
1일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의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에 따르면 위원회는 △보험료율을 12%, 15%, 18%로 인상하는 방안 △2033년 65세가 되는 수급개시연령(올해 63세)을 66세, 67세, 68세로 올리는 방안 △추계기간 기금운용 연평균 수익률(4.5%)을 0.5%포인트, 1%포인트 높이는 방안을 각각 제시했다.

이를 조합하면 모두 18가지 시나리오가 나오는데 “2093년까지 적립기금이 소진되지 않게 유지한다”는 목표에 부합하는 시나리오는 5개뿐이다. 1안은 보험료율을 15%로, 수급개시연령은 68세로 올리고 기금투자수익률을 1%포인트 높이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2025년부터 매년 0.6%포인트씩 보험료율을 인상하고 수급개시연령은 2033년 이후 5년마다 1세씩 조정해야 한다.

수급개시연령 조정의 경우 정년연장 등 고령자 계속고용 정책과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게 위원회의 설명이다. 나머지 방안은 모두 보험료율을 18%로 올리고, 수급개시연령 68세 상향 또는 기금운용수익률 제고(0.5%·1%포인트) 중 하나 이상을 조합하면 된다.
‘보험료율 12%’ 인상안에선 어떤 조합으로도 추계기간 기금이 유지될 수 없었다. 김용하 재정계산위원장은 “위원회 목표는 (향후) 70년을 기준으로 한 장기 재정 안정화”라며 “올해 국민연금에 가입한 20세가 90세가 되는 2093년까지 기금이 고갈되지 않는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드리는 게 이번 보고서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용돈 연금’이란 비판을 받는 연금의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개선하는 세부안도 제시했다. 59세로 고정된 의무가입상한연령을 장기적으로는 수급개시연령과 일치시키는 방안, 40∼60%인 유족연금 지급률을 60%로 일원화하는 방안, 연금 가입 기간을 늘려주는 크레딧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둘째가 아닌 첫째 출산부터 12개월씩 크레딧을 주는 것과 군 복무 크레딧을 6개월에서 전체 복무기간으로 확대하는 등이다. 대부분 지난 재정계산 때도 제기됐던 개선방안들이다.

하지만 노후소득보장의 핵심축인 소득대체율 인상안은 이번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아 ‘반쪽짜리’ 개혁안이란 지적이 나온다. 당초 위원회 보고서에는 보험료율을 13, 15%로 올리되 소득대체율(2028년까지 40%로 하향)도 50%로 높이는 남찬섭·주은선 교수 방안이 담길 예정이었으나 마지막에 삭제됐다. 기초연금과 퇴직연금 등 연금체계를 재설정하는 것과 관련해선 구체적인 방안 없이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게 주어지는 기초연금 대상자를 소득·자산 수준을 고려한 일정 기준에 따라 선정하는 식의 방향만 제시하는 데 그쳤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은 이날 공청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금개혁의 핵심은 적정 노후소득 보장이지만 재정계산위 회의는 재정안정에만 초점을 맞췄다”며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목표를 상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은선 경기대 교수와 함께 전날 재정계산위 위원직을 사퇴한 남찬섭 동아대 교수는 “소재정계산위가 노후보장 강화 필요성을 부정하고 공적연금으로서 국민연금 본질을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이정한·송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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