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딸 학대·사망 ‘가을이 사건’ 친모 동거녀에 징역 20년 선고

지난해 12월 부산에서 ‘배가고프다’며 밥을 달라는 4세 친딸에게 6개월간 분유만 먹이는 등 학대·방치해 숨지게 한 이른바 ‘가을이 사건’ 관련, 이들 모녀와 함께 동거했던 부부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1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살해 방조) 및 성매매처벌법(성매매알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 부부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20대 아내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또 8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및 5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과 1억2450만원 추징명령도 내렸다.

부산 고등·지방법원 전경. 뉴스1

재판부는 또 A씨와 함께 기소된 남편 B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및 5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2020년 9월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을 피해 집을 나온 가을이 친모 C씨는 온라인 단체 채팅방에서 알게 된 A씨의 권유로 가을이와 함께 A씨 집에서 함께 살게 됐다.

A씨 부부는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가을이에게 음식을 제공하지 않아 가을이가 심각한 영양결핍으로 몸이 쇠약해졌다는 사실을 알고도 C씨에게 식사와 양육을 미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4세5개월이던 가을이는 키 87cm에 몸무게는 7kg에 불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부부는 지난해 12월 14일 가을이가 숨진 당일 친모 C씨의 폭행을 말리지 않았고, 폭행당한 가을이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A씨가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400여 차례에 걸쳐 C씨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성매매대가를 가로채는 등 성매매를 알선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A씨 부부와 C씨는 2년3개월에 걸쳐 동거하며 공동체적인 생활 관계가 형성됐으며, 가을이의 보호자 지위는 친모 C씨뿐만 아니라 A씨 부부에게도 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피고인은 피해 아동에 대한 보호자로서 책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친모에게 집안일과 자신의 아이들 양육뿐만 아니라 성매매까지 시키고 그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모두 향유했다”며 “범행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이어 남편 B씨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무관심이 피해 아동이 오랜 기간 육체적·정신적 고통 속에 살다가 죽음에 이르게 된 원인 중 하나로 엄중한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면서 “다만, 부모 모두가 처벌받게 되면 두 아이의 보호·양육이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한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부산=오성택 기자 fivesta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