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수 대법관 “부동산 사업가 전용기 공짜 이용” 실토… 윤리 논란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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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장 엄격한 윤리 기준을 적용받아야 마땅할 연방대법관이 억만장자 사업가의 전용기를 공짜로 탔다는 의혹을 인정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클래런스 토머스(75) 미국 연방대법관은 최근 연례재정공개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미국 부동산 사업가 할런 크로의 전용기를 무료로 이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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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 지인 전용기 3차례 이용 인정
법관 윤리 규정 강화 요구 거세질 듯
미국에서 가장 엄격한 윤리 기준을 적용받아야 마땅할 연방대법관이 억만장자 사업가의 전용기를 공짜로 탔다는 의혹을 인정했다. 기상 악화나 논쟁적 판결에 따른 신변 위협 탓에 어쩔 수 없었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법관 윤리 규정을 둘러싼 논란도 재점화하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클래런스 토머스(75) 미국 연방대법관은 최근 연례재정공개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미국 부동산 사업가 할런 크로의 전용기를 무료로 이용했다"고 밝혔다. 미국 판사들은 매년 6월쯤 재정 보고를 하는데, 토머스 대법관은 '90일 연장'을 요청해 이날에야 뒤늦게 그 내용이 공개됐다. 할런 크로는 미 공화당의 '큰손'에 해당하는 후원자다.
날씨 때문에 타고… 신변 위협 느꼈다고 또 타
2022년 재정 활동을 적은 보고서에서 토머스 대법관은 지난해 2월 미국 텍사스주(州) 댈러스에서 열린 미국기업연구소(AEI) 회의에 참석한 뒤 복귀 과정에서 크로의 전용기를 비용 없이 이용했다고 실토했다. 다만 그는 "당시 예상치 않은 얼음 폭풍이 불어서 피치 못하게 전용기를 활용했다"고 덧붙였다. 재정 보고서에 이 같은 단서를 붙이는 건 이례적이다.
같은 해 5월에도 토머스 대법관은 AEI 회의 참석 과정에서 크로의 전용기를 무료 이용했다. 이땐 '보안'을 이유로 들었다. 당시 미 연방대법원이 임신중지를 헌법적 권리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1973년)를 뒤집을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던 터라, 보안 담당자들이 상업용 비행기 이용을 만류했다는 게 그의 변명이다. 실제로 1개월 후 연방대법원은 임신중지권을 폐기했고, 토머스 대법관은 이에 찬성한 6명 대법관 중 한 명이다.
같은 해 7월에도 토머스 대법관은 뉴욕주 애디론댁 산지에 있는 크로의 사유지로 여행을 갔고, 이때 역시 동일한 전용기를 탔다. 토머스 대법관은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미 사법부, 등 떠밀려 규정 강화했는데…
토머스 대법관이 이런 사실을 공개한 건 지난 3월 미 사법부의 재산 공개 규정이 강화된 데 따른 것이다. 미 연방법에 따라 입법·사법·행정부 고위 공직자는 재산을 공개해야 하는데, 사법부는 ‘개인적 호의’에 따른 선물은 공개 대상에서 제외해 왔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법관 윤리 규정 강화 요구가 거세지자 '전용기를 이용한 여행은 반드시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이 도입됐다.
하지만 한 달 후, 미국 탐사보도 매체 '프로퍼블리카'가 "토머스 대법관이 지인들로부터 수억 원대의 향응을 받고 있다"고 폭로하면서 법관 윤리 규정의 허술함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특히 2019년 6월 그는 크로와 함께 휴가를 떠나며 전용기와 요트를 얻어 탔는데, 매체는 그 비용이 50만 달러(약 6억5,900만 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법원 투명성을 요구하는 단체 '픽스 더 코트'의 개이브 로스 이사는 "사법부의 윤리 규정은 여전히 입법·행정부보다 느슨하다. 동일한 기준을 부과하는 규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예컨대 사법부 규정에 "지인 소유의 상업용 부동산(호텔·리조트)을 이용할 경우 신고를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긴 해도, '비(非)상업용 개인 별장 이용'은 신고 대상에서 제외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개인적 호의'의 범위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점도 법망의 구멍으로 지적된다.
토머스 대법관은 1991년 '아버지 부시'인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의 지명으로 연방대법관에 올랐다. 미국 역사상 두 번째 흑인 대법관으로, 현직 대법관 중 보수적 색채가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6월 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 이후에도, 동성혼과 피임 등에 대한 기존 대법원 판례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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