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이재명 대표의 단식 ‘당무’
정치권 속설 중 ‘정치인이 하지 말아야 할 행동’으로 3가지가 꼽힌다. 의원직 사퇴, 삭발, 단식이다. 정치인의 단식은 명분과 대의가 필요하고, 민심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쉽게 결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단식으로 정국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성공 사례도 없지 않다. 1983년 김영삼 신민당 대표가 군정 종식을 요구하며 23일간 벌인 단식투쟁은 야권이 뭉치는 전기를 마련했다. 김대중 평민당 총재는 1990년 13일간 목숨을 건 단식으로 지방자치제 도입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정치인의 단식은 실패 사례가 더 많다. 2003년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2018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각각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과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을 벌였다. 하지만 국회에서 충분히 풀 수 있는 사안을 놓고 무리하게 단식을 감행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윤석열 정부의 민주주의 파괴를 막겠다”며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이 대표는 1일 “정권의 퇴행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했지만, 비이재명계는 “이 대표가 걸어야 할 건(체포동의안 표결 입장) 따로 있다”고 맞섰다. 국민의힘은 “내부 악재 차단용, 당권 사수용 단식”(윤재옥 원내대표)이라고 비난했다. 제1야당 대표가 단식을 선언할 정도로 국정이 비정상으로 치닫고 있음을 윤석열 정부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단식 쇼’라고 비아냥대거나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호남 집회 직후 단식을 결심했다고 한다. 당내 결집을 통해 꽉 막힌 정국에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의도는 이해할 만하다. 그의 바람대로 정부 실정에 맞서는 ‘국민항쟁’이길 바란다. 그럼에도 의아해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시점도 공교롭고 명분도 충분하지않다는 것이다. 이 대표 측은 ‘단식농성’이 아니라 ‘단식투쟁’이라고 해달라고 했다. 이 대표는 단식 장소인 국회 본관 앞 천막에서 회의를 주재했고, 유튜브 영상을 찍으며 지지층에 참여를 요청했다. ‘단식’이란 단어가 품는 비장함과 결연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쯤 되면 단식투쟁인지 단식 ‘당무’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이날 한국갤럽 조사에서 당 지지율(27%)은 지난주보다 5%포인트 떨어졌다. 윤석열 정부 들어 최저치다.
구혜영 논설위원 koo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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