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갈라치기 전문 정당, 이제는 호남내부 지역 갈라치긴가?
[최인 기자(=전주)(chin580@naver.com)]
대통령선거를 앞둔 2021년 11월 29일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되는 이수정 교수에 대해 "이 교수를 영입한다면 확실히 반대한다"며 "지금까지 이 당이 선거를 위해 준비해 온 과정과 방향이 반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당시 이와 관련해 "이 교수가 2030 남성들 사이에서 대표적인 페미니스트로 꼽히며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만큼 '이대남'(20대 남성) 표 결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었다.
이에 이 교수는 "새가 날려면 왼쪽 날개 하나 만으로 날 수가 없다"며 "(국민의힘 여성 정책의) 빈틈을 채워야겠다는 생각에 영입 제의를 수락했다"고 말했다.
정권교체 여론이 절반을 훨씬 넘었음에도 윤석열 후보가 아슬아슬한 표차로 이긴 결과를 놓고 정치 평론가들은 '절반의 승리'로 평가했었다.
향후 국정에서 버리고 가야 할 것
시사평론가인 유창선 박사는 이를 두고 지난해 3월10일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준석이 주도했고 윤석열이 그의 등에 올라탔던 이대남 전략은 이대녀들이 반기를 들면서 실패로 끝났다"고 평가했다.
유 박사는 "이준석 대표가 선도했던 '이대남-세대포위 전략'은 남녀, 세대 간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며 승리를 거머쥐려 했던 전략이었지만, 결코 옳지 못한 그런 길은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향후 국정 운영에서 버리고 가야 할 것임을 알려주었다" 덧붙였다.
2022년 7월 24일 최재형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 여론에 따른 반사 이익으로 승리한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국민 갈라치기는 '좋은 정치' 아냐
최 위원장은 특히 대선 당시 ‘이대남(20대 남성)’ 표심에 호소했던 선거전략을 혁신 대상으로 삼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발언도 했는데 역사학자 사마천이 사기(史記)에 쓴 ‘정치의 등급’을 언급하며 “(국민 갈라치기는) 표의 득실을 떠나 좋은 정치가 아니다”며 혁신 의지를 다졌다.
이처럼 국민 갈라치기로 간신히 정권을 잡은 국민의힘이 이제는 노골적으로 ‘지역 갈라치기’ 작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의 전략은 마치 ‘간이라도 빼 줄 듯이 다가와 아첨을 하다가 뒷통수를 치는’것 이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취약지역인 전북을 껴안기 위해서 온갖 정치쇼를 다 벌였다. 그 중의 최고의 정치쇼는 ‘서진정책’을 표방한 호남동행의원모임이라고 할 수 있다.
호남동행의원 모임이 결성되고 모임에 속한 의원들이 몇 해전 전북 수해지역에 와서 땀 흘리며 수해복구에 동참하던 그들의 모습을 보며 전북도민은 잠시 나마 감동도 했고 영호남 균형발전과 국민적 통합을 위해 디딤돌 역할을 한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기도 했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그들은 '동행'이라는 위선의 탈을 벗어 던지고 국가사업인 새만금 주요 SOC 예산을 75%나 싹뚝자르더니 자기 진영 국가사업에는 수천억 원씩 웃돈을 배정하는 돈잔치를 벌였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호남 갈라치기에 돌입했다.
지난달 31일 전남 순천의 국제정원박람회를 둘러본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현장 최고위회의에서 순천시의 행사준비를 칭찬하면서 교묘하게 호남 갈라치기 술수를 써먹었다.
전북과 전남 갈라치기
김 대표는 "일 잘하는 지자체와 일 잘 못하는 지자체 사이에 차별이 있어야 주민의 삶이 윤택해지고 지방자치제도가 발전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전남과 전북을 갈라치기한 것이다.
김 대표의 이날 발언은 전북 부안의 ‘새만금 잼버리’ 행사와 전남 순천 국제정원박람회를 대비시켜 전북을 일 못하는 지자체로 내치고 전남을 껴안는 ‘전형적인 호남 갈라치기’라는 지적이다.
세계적인 망신을 자초한 새만금잼버리의 준비부족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해당 상임위원회를 개최하거나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를 통해 잘잘못을 가리고 책임소재를 가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 힘은 이를 외면한 채 당 대표를 비롯해서 서진정책을 표방한 호남동행의원들에 이르기까지 사실과 전혀 다른 얘기까지 각색해 가면서 '전북책임론'을 부각시키려고 혈안이 돼 있다.
국민의힘은 기회 있을 때마다 취약지역인 전북을 어떻게든 이용하려는 심보로 전북의 볼매(볼수록 매력) 정당이 되겠다고 말해왔다.
국민의힘의 이같은 노력에 전북도민들은 두 차례의 지난 대선에서 호남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로 화답한 바 있다.
그런데 이제는 호남에서도 전북을 고립시키려고 한다. 갈라치기는 대상 집단 모두가 상처를 입고 혐오와 갈등을 심화시킨다고 한다.
볼수록 매력이 느껴지는 그런 정당이 아니라 보면 볼 수록 그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 국민의힘이 진정 '국민의 힘'이 되는 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 갈라치기는 표의 득실을 떠나 좋은 정치가 아니”라고 말한 그 당 혁신위원장의 말을 곱씹어볼 일이다.
[최인 기자(=전주)(chin5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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