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비정규직 노동자 10명 중 7명, ‘직장 내 괴롭힘’ 경험
방송 비정규직(프리랜서 포함) 노동자 10명 중 7명 이상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정규직 노동자 절반 이상은 방송사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정규직 전환 소송)을 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인권단체 ‘엔딩 크레딧’은 지난달 10~23일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 45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해보니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1일 밝혔다. 엔딩 크레딧은 ‘비정규직 백화점’으로 불리는 방송사 내부 노동시장을 바꿔내기 위해 방송 비정규직 당사자 30여명과 8개 시민단체가 모인 단체다.
설문조사 결과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의 ‘폭행·폭언’ 경험은 33.3%로 직장인 평균(17.2%)의 2배 가까이 됐다. ‘부당지시’는 43.3%로 직장인 평균(16.1%)의 2.7배, ‘따돌림·차별’은 39.8%로 직장인 평균(15.4%)의 2.6배였다. 특히 ‘모욕·명예훼손’의 경우 54.9%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겪었다. 이는 계약 형식의 차이가 차별로 이어지는 방송사 관행이 여전히 만연해 있고, 프리랜서라는 지위 등 때문에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직장 내 괴롭힘 유형 중 하나라도 경험한 사람의 비율은 73.2%로 직장인 평균(33.3%)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최근 방송사 프리랜서에 대한 노동자성 인정 사례가 늘자 방송사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 대비하기 위해 이들의 노동자성을 지우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62.9%가 ‘일 있을 때만 나오라’는 말을 들었다고 응답했다. 35.2%가 ‘개인 책상을 쓰지 말고 공유책상을 쓰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엔딩 크레딧은 “근로기준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종속적인 관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출퇴근을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 또는 ‘정규직과는 달리 고정적인 자리가 없다’ 등 형식적인 요소를 위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 등 부제소 합의가 담긴 조항을 계약서에 넣어 재직 중에 작성하도록 하는 것도 10명 중 4명(39.1%)이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사의 지휘·명령을 받으며 상시 지속적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및 계약형태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85.0%는 방송사가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방송사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정규직 전환 소송)을 할 의사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58.4%가 참여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엔딩 크레딧은 “방송사 프리랜서 등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는 인식을 토대로 ‘방송사들의 눈가리고 아웅’하는 관행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이 이번 실태조사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엔딩 크레딧은 이날 오후 4시 제60회 방송의 날 행사가 열린 서울 63빌딩 3층 그렌드볼륨 행사장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방송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후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단체 출범식을 열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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