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면서 체중감량?…신약 후보물질 ‘KDS2010’의 원리는?

임태균 2023. 9. 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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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조직 열 발생에 직접 관여하는 신경세포 영역 확인
식욕억제 없는 비만치료제 개발 기대…실체 규명은 ‘아직’

국내 연구팀이 뇌 속에서 ‘체중조절 스위치’ 역할을 하는 신경세포 영역(군집)을 발견하고, 자체 개발 중인 신약을 통해 지방연소촉진 가능성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식욕억제 작용을 하지 않아 식사량을 조절하지 않고 맘껏 먹으면서도 살을 뺄 수 있는 비만치료제 개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1일 뉴로바이오젠과 기초과학연구원(IBS)‧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참여한 공동연구단은 식이유발 비만(DIO) 생쥐모델 실험을 바탕으로, 뇌 속 측면 시상하부(LHA)에 분포한 ‘GABA-A 수용체 α5 양성 신경세포 영역인 GABRA5(이하 가브라5)’이 지방연소를 감소시키고 갈색지방조직(BAT)의 열 발생을 억제한다는 점을 규명하고, 가브라5에 작용하는 신약 ‘KDS2010’의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네이처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타볼리즘(Nature Metabolism)’에 최근 게재됐다.

일반적으로 다이어트 약들은 시상하부 복내측핵(VMH)에 존재하는 ‘포만중추’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 변화를 일으켜 포만감을 일으키는 원리로 작용한다. 다만 세로토닌(Serotonin)처럼 감정‧수면‧식욕 등 복합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호르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불안‧우울‧자해와 같은 부작용 우려가 크고 교감신경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쳐 심뇌혈관질환을 일으키는 등 이상반응이 많았다.

연구팀은 VMH가 아닌 측면 시상하부 영역(Lateral hypothalamic area‧LHA)에 주목했다.

LHA는 말초신경을 포함한 신경계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쳐 식욕‧각성‧통증인식‧체온조절‧소화기능‧혈압조절 등과 같은 대사기능을 조절하고 지방연소에 관여한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지방연소와 대사기능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정확한 원리는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고지방식이(HFD)로 유도된 비만 생쥐모델의 LHA 샘플을 분석한 결과, 해당 영역에 폭넓게 분포한 가브라5가 갈색지방조직의 열 발생작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지방연소에 관여하는 체중조절 ‘스위치’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연구팀은 비만 생쥐모델의 가브라5가 반응성 별아교세포(Astrocyte‧성상교세포)에서 발현하는 마오비(MAO-B) 효소로 인해 억제된다는 점을 규명했다. 이 효소는 가브라5에서 신경전달을 억제하는 가바(Gamma-aminobutyric acid‧GABA) 성분을 비정상적으로 증가시켰고, 이에 따라 가브라5의 활성도가 떨어지며 지방연소기능에 저하가 일어났다. 비만한 상태가 뇌에 영향을 줘 지방연소기능을 저하시키고 더 비만한 상태를 유발한다는 것을 규명한 것.  

마오비 효소가 과도하게 활성화된 상태를 억제하면 우리 몸의 지방연소기능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을거란 가설을 세운 연구팀은 가역적‧선택적 마오비 효소 저해제인 뉴로바이오젠의 신약후보물질 KDS2010을 비만 생쥐모델에 투여했고, 가브라5의 활성에 따라 지방연소기능이 증가한다는 것을 알아내 체중감량 효과를 입증했다.

뉴로바이오젠 관계자는 “동물실험에서 30%의 체중감량 효과를 확인했다”며 “장기복용이 어려운 식욕억제 기반 비만치료제와는 다르게 오랫동안 복용할 수 있는 치료물질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DS2010은 국내 임상1상을 진행하며 정상인 대상 약물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하고 있다. 1상은 비만은 물론 공통의 작용원리를 가지는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과 신경계질환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후속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A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마오비 효소 저해제도 다양한 약물학적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실제로 인체에 적용됐을 때 어떤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명확하게 알 수 없다”며 “LHA는 다양한 대사기능에 폭넓게 작용하기 때문에 부작용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임상 단계의 비만치료제는 국내외에서 상당히 많이 연구되고 있다”며 “아직은 임상시험 결과를 지켜봐야 할 시점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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