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흉상 이전 입장 질의에 '찬반 정할 게 아니다'는 국힘
윤재옥 원내대표 "당론 정할 사안 아냐, 육사 발표 지켜보겠다"
천하람 "흉상 이전 찬성 1%도 안될 것" 육사 찾은 우원식 "1cm 못 옮긴다"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육군사관학교의 교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계획에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데도 국민의힘은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은채 육사 입장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기자들이 당론이 있느냐, 당의 찬반 입장은 없느냐고 여러차례 질문했으나 국민의힘은 동일한 답변만 반복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일 오전 국회 본관 원내대표 앞에서 연 원내대책회의 후 백브리핑에서 '홍범도 장군 관련해 한덕수 총리가 홍범도함 명칭 변경까지 시사했고 야당은 흉상 이전은 역사쿠데타라고 비판했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 질의에 “동상 문제는 육사에서 입장이 나간 것으로 안다”며 “홍범도함 문제는 장관이 돌아와서 국방부 장관이 여러 의견을 종합해서 정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른 기자가 '민주당에서 홍범도 흉상 이전 반대를 당론으로 세워 육사를 항의방문하고 국회에서 여러 행사 열겠다는데, 여당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느냐, 공식 당론이 있다면 밝혀달라'고 질의하자 윤재옥 원내대표는 “당론 정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윤 원내대표는 “육사에서 이전과 관련해서는 입장을 발표했고, 동상이 위치하고 있는 기관에서 입장을 발표했으니까, 또 육사가 여러 과정을 거쳐서 하겠다고 했으니 그 과정을 지켜보겠다”고 설명했다.
'혹시 국회에서 하는 야당 행사에 대해서는 대응할 생각은 없느냐'는 이어진 질의에 윤 원내대표는 “우선은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육사에서 육사 생도들의 교육하는 교육목표가 있다”며 “교육 목표와 거기에 동상이 설치되는 인물들의 여러 이력이나 그런 것들을 평가해서 학생들 교육 목표에 부합하는지 이런 것들을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당의 찬성 반대 입장은 없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윤 원내대표는 답변하지 않은채 “의총이 있어서 여기까지만 하고 다녀와서 백브리핑을 하겠다”고 한 뒤 자리를 옮겼다.
이 같은 여당의 태도는 육사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이전에 국민 반대와 분노의 여론이 높다는 것을 여당 내부에서도 인식하고 있어서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변호사)은 1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전화연결에서 김기현 대표와 조찬 회동을 한 결과와 관련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관련해서 지금 이건 전국단위로 굉장히 큰 악재를 야기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우려를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천 위원장은 홍 장군 흉상 이전 문제를 두고 “이건 정말 잘못된 일”이라며 “역사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천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잠수함을 홍범도함으로 명명한 것은 작은 단위로 보면 군에서, 넓게 보면 우리 사회 전체에서 그분을 영웅으로 인정했다는 얘기인데, 이걸 어떻게 뒤집느냐”며 “그래서 (육사의 이전 결정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천 위원장은 “정치적으로요. 7대3이나 6대4로 여론에서 밀리는 이슈도 가능하면 안 하려고 하는데, 홍범도 장군 이슈는 9대1도 아니고, 원래 같으면 홍범도 장군 흉상을 꼭 육사에서 빼야 된다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1%나 될까 싶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국방위원들은 이날 육군사관학교를 방문해 항의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범도 장군 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우원식 의원 육사 앞 기자회견에서 “무식하고 무도한 기도에 대해 우리는 단 한보도 양보할 수 없다”며 “이런 엉터리 이유로 홍장군을 강제이주를 시키려는 세력에 대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 의원은 홍 장군이 카자흐스탄으로 강제이주된 점을 들어 “생전에 스탈린 시대 1937년에 강제이주를, 사후에는 78년 만에 돌아 온 조국에서 다시 강제 이주당하는 처지가 되었다”며 “너무나 아프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섯 분의 흉상을 단 1cm라도 옮긴다면 우리 모두의 큰 저항에 맞닥뜨리게 될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국방위원회 위원 일동도 기자회견에서 “일본에 대한 굴욕외교를 반복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친일행보에 우리의 항일 독립 투사들이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육사에서 철거해야 할 대상은 우리 독립 영웅들이 아니라 육사를 정치논쟁에 휘말리게 한 정치군인들”이라고 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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