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방 1393 전화했는데…“통화료 나오면 전화 끊으시게요?”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을 아시나요?
1393은 심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시민들이 24시간 상담받을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가 직접 운영하는 자살예방상담전화입니다.
자살 관련 기사 하단에 항상 언급되는 번호이자, 정부가 운영한다는 점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상담 전화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만약 용기를 내 전화한 1393 상담원이 불친절한 태도를 보인다면 어떨까요?
■ "통화료 나가면 전화 끊으시게요?"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오랜 기간 우울증을 앓아온 20대 김 모 씨.
최근 극심한 우울감을 느껴 1393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용기를 내 건 전화했지만, 상담 전에 덜컥 겁부터 났습니다.
당장 수입이 없는 김 씨에겐, 얼마가 될지 모를 통화료조차 부담이었기 때문입니다.
김 씨는 먼저 상담사에게 '통화료가 나가는 전화'인지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머뭇거리며 자신의 경제 상황도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상담사는 "지금 상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여쭤봤다"며 본론부터 말하라는 듯이 답했습니다. 김 씨가 재차 통화료가 나오냐 문의하자 "통화료 부과되면 전화 끊으시게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자살을 고민하던 사람이 어렵게 연결된 상담사에게 기대하지 않았던 반응들입니다.
해당 발언들은 김 씨가 1393 상담사와 통화를 막 시작한 순간에 나왔습니다. 당시 이뤄진 통화 녹취, 직접 들어보시죠.
■ "마지막 등불이라 여겼는데"
김 씨는 오랜 기간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았습니다.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도 갑자기 찾아온 공황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김 씨는 1393에 전화 걸었을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살 충동이 너무 엄청나게 심해져서 그냥 인터넷에 자살, 자살방법 이런 검색 하다가 1393이 뜨더라고요. 당신의 마지막 희망이 되겠습니다. 그래서 한번 걸어봤죠."
- 김 씨
그당시 김 씨는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문제가 된 통화 하루 전, 이미 1393에 다섯 차례 전화했던 김 씨.
하지만, 그 날 상담사는 단 한 번도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다음날 어렵게 연결된 상담사마저도 불친절한 태도를 보인 건데, 김 씨는 이 일로 더 극심한 우울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통화 이후로 이불 뒤집어쓰고 이틀 내내 그냥 울고... 정말 그때 가슴이 정말 찢어지는 줄 알았어요. 저는 그냥 제 말이라도 조금 들어줄 사람만 조금 원했을 뿐이에요. 그래서 자살 안 하도록."
- 김 씨
■자살률 OECD 1위…상담 인력은 부족
한국에서는 지난해에만 1만 2천여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율은 OECD 국가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고, 오랜 기간 OECD 1위를 기록해 왔습니다.
정부 역시 높은 자살률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자살 예방 정책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1393 자살예방상담 전화도 그 일환이죠.
하지만 올해 8월 기준 1393 상담사는 67명뿐.
5조 3교대 근무하는 특성을 고려하면, 시간대 별로 전화를 받는 상담사는 10~15명에 불과합니다.
'부족한 인력'은 상담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정부 역시 인력 확충을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신규 채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합니다. '감정 노동'이 심한 환경에서 일하는 상담사들의 고충 역시 클 겁니다.
그럼에도 1393 전화를 누르는 사람이 어떤 심리 상태에 있을지,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는 상담사들이 스스로 제일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삶의 벼랑 끝에 서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내민 손을 제대로 잡아주려면, 지금의 지원 체계만으로도 충분한 걸까요?
복지부 관계자는 "1393 응대율을 높이기 위해 인력을 확충하고, 상담사 교육과 평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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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 기자 (eyer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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