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세자 회춘 연구에 매년 1조씩 푼다… 항노화 과학자들 기대감 ‘들썩’

김명지 기자 2023. 9. 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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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세 빈 살만 왕세자, 불로장생에 진심
헤볼루션 재단 세우고 올해 미국 스타트업 지원 시작
“2~4년 후에 연 10억 달러씩 투자”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적 통치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수명 연장 연구 활성화를 목적으로 설립한 재단에 매년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 이상을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전 세계 항노화 분야 과학자들의 기대감이 크다. 항노화 연구 분야는 암이나 희소 질환 치료제와 비교하면 연구 개발 투자에서 소외를 당하여 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31일(현지 시각) 사우디 ‘헤볼루션 재단’이 노화 치료 연구 지원에 연 10억 달러, 약 1조 3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2018년 사우디 왕실이 설립한 헤볼루션은 ‘헬스’(건강)와 ‘에볼루션’(진화)을 섞은 용어로 건강수명을 늘리겠다는 왕세자의 비전을 담았다고 한다.

헤볼루션 재단은 자체 연구는 하지 않고, 항노화를 연구하는 과학자와 스타트업의 활동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재단의 CEO인 무함마드 칸 박사는 WSJ에 인간의 노화를 늦추거나 노화 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치료법을 개발하는 미국 대학과 스타트업들에 먼저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항노화 분야 연구자들이 사우디 자금 지원에 기대감을 보인다고 전했다. 항노화 분야는 암이나 희소 질환 치료제 분야와 비교하면 R&D 지원 예산이 턱없이 적다. 재단은 올해 들어 미국 노화 연구 연맹(AFAR)에 776만 달러(약 100억 원)를, 노화를 연구하는 비영리 재단인 노른 그룹(Norn group)에 700만 달러(약 92억 원)를 지원한 상태다.

칸 박사는 장기적으로는 노화를 추적하는 바이오마커와 기존의 약물을 노화 치료에 쓰도록 용도 변경하는 대규모 임상 시험에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들 사업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지만, 빨리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자를 모으기 쉽지 않았다.

항노화 연구는 노화 세포의 증식 속도를 늦추거나 늙은 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세포 재활성 프로그래밍, 늙은 세포를 없애는 ‘제노(除老)’방식으로 크게 구분된다. 칸 박사는 “세 가지 방법 우선순위 없이 투자할 것”이라며 “건강 수명이 늘어나면 질병률은 줄어들 것이고, 사람들은 노화 관련 질병에 걸리기 전과 비교해 훨씬 더 오래 살 것”이라고 말했다.

칸 박사는 헤볼루션 재단에 합류하기 직전에는 미국 보스턴 바이오벤처인 ‘라이프 바이오 사이언스’를 맡아 이끌었다. 그보다 앞서는 미국 메이요 클리닉에서 내분비내과 전문의를 지냈고, 글로벌 식품 대기업인 펩시코의 최고과학책임자(CSO)로 10년 이상 근무했다.

해볼루션 재단은 오는 11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건강수명과 관련한 학술행사인 ‘글로벌 건강수명 서밋(Global Healthspan Summit)’을 개최할 예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평균연령은 31세로 매우 젊은 편이지만, 비만, 심장병, 당뇨병 발병률이 계속 늘고 있다. 칸 박사는 “당뇨병과 심장병은 노화로 인한 질병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면 발병률이 높아진다”며 “노화를 늦출 수 있으면 이런 질병을 훨씬 더 늦게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빅테크들도 수명 연장 연구에 대거 뛰어들었다. 구글 창업자는 2조원을 투자해 칼리코 수명 연장 회사를 세웠다. 칼리코는 요즘 벌거숭이두더지쥐 연구에 인간 수명 500세 프로젝트의 사활을 걸고 있다. 이들은 세포 재활성 프로그래밍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유전자 바꿔서 노화 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리겠다는 뜻이다.

노화 세포 제거 약물 ‘제노제(除老劑)’ 개발도 한창이다. 세포 증식과 분열 과정에서 나오는 노화 세포를 없애서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근육을 지키고, 치매를 차단하자는 개념이다.

하지만 노화를 치료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지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노화 세포를 제거하면 젊은 암세포가 고삐 풀려 되레 암에 걸릴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세포 증식과 신진대사를 줄여서 외부 자극을 견디는 노화가 가장 효율적인 생존 방식이라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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