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도 없이 시궁창으로 들어가는 날”···박정훈 대령 법원 출석길 지킨 동기들
해병대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등의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강제구인됐다.
박 대령과 법률대리인들은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오전 9시30분쯤 서울 용산 중앙지역군사법원에 도착했지만 출입문이 닫혀있었다. 박 대령과 변호인단은 출입문 개방을 요구하며 출석을 거부했다.
박 대령 측은 군사법원이 일상적인 재판 때는 개방해두던 출입문을 이날은 폐쇄하고 국방부 위병소를 통해 출입조치를 한 후 국방부 검찰단을 통해 법원에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출입조치를 하려면 생년월일과 전화번호 등을 제출해야 한다.
박 대령과 변호인단은 국방부 검찰단을 통해 법원으로 오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출입문 앞에서 대치했다. 대치가 1시간 넘게 이어지자 야당 국회의원 8명이 오전 11시20분쯤 중앙지역군사법원이 있는 국방부 후문으로 와서 국방부 검찰단에 항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소병철·박범계·박주민·박용진·김승원·이수진·최강욱·윤준병 의원은 군검찰에 박 대령과 변호인단의 주장을 수용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군검찰은 “(박 대령 측 주장을 수용하면) 오히려 예외적인 행위가 될 수 있다”면서 거부했다.
정오 무렵 군검찰은 구인영장을 집행해 후문 민원실에 있던 박 전 단장을 강제구인했다.
박 전 단장은 군검찰 수사관들과 함께 차를 타고 국방부 검찰단 옆 중앙지역군사법원으로 이동했다.
박 전 단장은 구인영장이 집행되기 전 야당 의원과 취재진에게 “이 사안의 본질은 채 상병의 죽음이니 저에게만 포커스를 맞추지 말아달라”며 “채 상병의 죽음에 억울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본래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던 영장실질심사는 출입문 대치 와중에 오전 10시30분으로 한 차례 연기됐고, 오후 1시30분으로 재판 시간이 다시 변경됐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소병철 의원은 박 전 단장이 구인된 후 군사법원 출입문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영장실질심사는 구인영장을 집행해서 검찰을 통해서 법원으로 들어가는데 군검찰이 구인영장을 집행하지 않았다”며 “그 절차의 부당성을 지적했더니 뒤늦게 구인영장을 가지고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날 오전 9시 30분쯤 법원에 출석하는 박 대령을 지지하기 위해 해병대 예비역 동기들이 현장에 나와 변호인단에게 구속영장 기각 탄원서를 전달했다.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 티셔츠 차림으로 나온 동기들은 “(박 대령이) 전우도, 동기도 없는 시궁창으로 들어가는 날”이라며 “정의를 수호하는 우리 해병 혼을 다시 한 번 일깨우겠다”면서 군가 ‘팔각모 사나이’를 불렀다. ‘팔각모 얼룩무늬 바다의 사나이 (중략) 내 조국 이땅을 함께 지키며 불바다 헤쳐간다’는 가사의 군가가 국방부 후문 앞에 퍼졌다.
해병대 사관 77기로 박 대령(81기) 선배인 박찬아 씨는 “현역 생활을 해본 선후배들이라 상황 인지를 잘 하고 있고 박 대령의 용기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다”면서 “박 대령과 근무했던 내 동기들도 박 대령이 소대장 시절부터 해병대 정신이 충일한 장교로 자기 업무에도 충실했다고 기억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전 단장의 영장실질심사 결과는 이르면 이날 늦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 대령은 지난 7월19일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해병대 채 상병 관련 수사 결과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고 결재를 받은 뒤 지난달 2일 이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 장관이 이첩하지 말고 보류하라고 지시했는데도 따르지 않았다면서 항명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해병대 수사단장에서도 보직 해임됐다.
박 대령은 지난달 28일 국방부 검찰단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수사 결과와 관련해 외압이 있었고, 배경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뜻이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군 검찰은 ‘대통령 외압설’이 공개된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박 대령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후 그의 혐의는 ‘항명’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대한 ‘상관명예훼손’으로 변경됐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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