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원팀”하자더니… ‘대의원제 폐지’ 논란 다시 불거진 野
“권리당원 대비 가중치 너무 커져”
上王이 직접 나서자 “분란 더 심화”
정계 은퇴한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개 석상에서 민주당의 ‘대의원제 폐지’를 지지하며 논란의 불이 다시 붙을 조짐이다. 앞서 민주당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대의원제 폐지는 이재명 대표 지지자가 다수인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져 이미 당내 거센 반발을 받는 상태다. 이후 당에서는 이 문제를 잠시 보류하자는 기류가 흘렀지만, 이른바 상왕(上王)으로 불리는 전직 대표가 공개적으로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 당내 분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친명계 원외인사 모임인 ‘더민주서울혁신회의’ 출범식에 축사자로 참석해 “과거 대의원이 2만명일 때 당원은 40만명이었지만, 지금은 권리당원이 250만명이다. 대의원은 그대로 2만명인데 권리당원은 늘어나 가중치 차이가 너무 커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이 거듭 발전하는 것에 맞춰 모든 분야의 현대화가 필요하다. 혁신위의 안은 여러가지를 그런대로 잘 검토한 안(案)”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 이어 전당대회 이후에도 이재명 대표를 적극 지원해왔다.
현행 민주당 당 대표 선거는 ▲권리당원 40%, 대의원 30%, 국민여론조사 25%, 일반당원 5% 비율로 치른다. 이 비율을 ▲권리당원 70%, 국민여론조사 30%로 바꾸자는 게 혁신위가 낸 혁신안 내용이다. 혁신위의 안은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를 1인 1표로 통일하자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 대의원은 약 1만6000명이다. 대의원은 당 지도부와 현역 국회의원, 지역위원장과 상임고문,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 당연직 대의원과 각 지역위원장이 뽑는 선출직 대의원으로 나뉜다. 지역위원장은 통상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이 겸한다. 과거 노무현·문재인 정부 등에서 주류였던 비명계는 상대적으로 오래된 ‘간부급’인 대의원 층에서 지지세가 강하다.
권리당원은 ‘당비를 내는’ 당원으로, 8월 기준 총 250만명이다. 이중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권리행사 권리당원’은 약 120만명이다. 전당대회와 총선 공천의 투표권이 있는 이들이다. 전체 권리당원 중 절반 가까이가 지난 대선을 전후해 입당했다. 지역 유지나 당직자 등 오래된 대의원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입당한 만큼, 당에선 이들을 ‘이재명 강성 팬덤’으로 본다.
당 조직부총장인 이해식 의원에 따르면, 현재 대의원 1명의 표는 권리행사 권리당원 60명의 표 가치와 유사하다. 송영길 전 대표와 측근들의 ‘돈봉투 수수 의혹’이 제기된 2021년 전당대회 당시엔 대의원 투표 반영 비율이 45%로 지금보다 더 높았다.
민주당은 최근 의원 워크숍에서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보류하기로 했었다. 총선이 7개월 앞이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등 대여(對與) 공세도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계파 간 당권 싸움이 길어지면 여론의 역풍이 불 거란 우려도 컸다. 워크숍에선 “당장 합의가 어려운 문제를 굳이 지금 꺼내 분란을 키우지 말자” “내년 초에 다시 얘기하자”는 말이 주로 나왔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 상왕으로 불리는 원로가 대의원제 폐지를 공개석상에서 언급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원내에서 총선을 명분으로 ‘원팀’을 약속했지만, 원외에선 영향력이 막강한 원로를 앞세워 폐지를 추진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비명계 수도권 중진 의원은 “대의원제가 워낙 복잡해서 ‘누구에게 불리하다’는 논리로 없앨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대표는 피의자로 검찰 불려가고, 코인 투기한 사람(김남국 의원)은 봐주는 당이 어떻게 총선을 치르냐가 문제”라며 “이해찬 대표가 나서면 분란이 커진다. 논의를 미루기로 했는데 공개 거론하는 건 원내 합의를 깨자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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