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언론노조 위원장 압색…"'대선 전 보도해달라' 김만배 청탁 받아"(종합3보)
'제보자' 신학림, 김씨에게서 1억6500만원 수수…"내가 집필한 책값"
(서울·고양=뉴스1) 이장호 임세원 김근욱 기자 = 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허위 인터뷰를 진행하고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신 전 위원장이 김씨와 "윤석열이 부산저축은행 사태 당시 조우형을 직접 면담하고 봐주기 수사를 했고, 대장동 사업이 이재명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허위의 인터뷰를 한 뒤 대선 전 보도해주는 대가로 김씨로부터 1억6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은 1일 오전 신 전 위원장을 배임수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씨와 신 전 위원장의 대화 내용이 조작·허위라는 관련자들의 진술을 확보했으며, 두 사람 사이에 억대 금품이 오고 간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위원장과 김씨 모두 최근 피의자로 입건됐다.
◇ 신학림, 대선 직전 '녹취록' 제보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는 20대 대통령선거 직전인 지난해 3월6일 "박영수 변호사와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부 검사를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해결했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는 김씨와 신 전 위원장이 2021년 9월15일 판교의 한 카페에서 나눈 대화다.
해당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는 "조우형(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이 나를 찾아와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해결해달라고 했다"며 "(내가 직접 해결할 수 없어) 박영수 변호사를 소개해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이후 조우형이 대검 중수부에서 윤석열(당시 대검 중수부 검사)을 만났으며, 박모 검사가 커피를 타 주면서 몇 가지 질문을 한 뒤 사건을 봐줬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신 전 위원장은 해당 녹취록을 직접 제보하면서 "대장동 사건에 관한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대화록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는 해당 녹취록을 근거로 한 TV토론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조우형에게 왜 커피를 타 줬냐"고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는 "저는 그 사람을 본 적이 없다"며 "갖다 붙이려고 10년 전 것까지(꺼내 드냐)"며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검찰은 최근 관련자 조사를 통해 김씨와 신 전 위원장의 녹취록이 허위·조작된 정황을 파악했으며, 두 사람 사이에 억대 금품이 오고 간 정황까지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우형씨도 2021년 11월 검찰 조사에서 "당시 윤석열 중수과장을 만나거나 조사받은 적이 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아니오. 저는 윤석열 검사를 만난 적이 없습니다"고 답한 것으로 파악됐다.
◇ "대선 3일 전 녹취록 공개…후보 관련 허위사실 공표"
검찰은 신 전 위원장에게 배임수재·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우선 적용하고 추후 보강 수사를 거쳐 허위사실 공표 혐의 적용도 검토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선 3일 전 (해당 인터뷰 녹취록을) 의도적으로 보도해 대선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까지 이뤄졌다"고 압수수색 취지를 설명했다. 검찰은 압수물을 분석한 후 신 전 위원장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신 전 위원장은 1984년 코리아타임스 기자로 입사한 뒤 한국일보 노조위원장을 거쳐 2·3대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을 지냈다. 2013년엔 미디어오늘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신학림 "김만배에 받은 돈은 내 책값" 반박
이와 관련해 신 전 위원장은 "1억6500만원은 내가 집필한 책을 김씨에게 팔고 받은 돈"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신 전 위원장은 이날 경기도 고양시 자신의 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주장은 천부당만부당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신 전 위원장은 지난 2021년 9월15일 김씨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김씨가 자신이 집필한 우리나라 기득권들의 혼인으로 맺어진 인맥을 다룬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혼맥지도' 3권을 사겠다고 해 부가가치세 300만원을 포함해 1억6500만원에 책을 팔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씨 입장에서는 (내 책이) 어마무시한(엄청나게 무시무시한) 데이터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그래서 둘이 자연스럽게 책값을 정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씨에게 받은 돈으로 자신의 채무와 자녀들의 학자금을 갚는 데 사용했다고 했다. 그러나 세금은 아직 납부하지 못 했다고 했다.
2021년 9월 진행한 인터뷰를 대선 5일 전에서야 제보한 이유에 대해선 "2022년 2월 토론회 때 이재명 후보 공격에 윤석열 후보가 '대장동 일당이 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믿느냐'고 해 제가 김씨에게 들은 게 있어서 '이건 아니지 않냐'고 생각해 제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뉴스타파는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당시 뉴스타파 기사는 보도 가치가 높았고, 또 녹취 내용을 사실로 볼 근거가 갖춰진 상태에서 나갔다"며 "이 같은 보도 결정 과정에 신 전 위원장은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뉴스타파는 또 신학림 전 위원장이 자신의 저작물을 김만배 씨에게 판매했다는 사실은 전혀 인지하지 못 했다"며 "녹취록 보도 결정 과정에 두 사람의 금전 거래가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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