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언론노조 위원장 압색…"'대선 전 보도해달라' 김만배 청탁 받아"(종합3보)

이장호 기자 임세원 기자 김근욱 기자 2023. 9. 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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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5일 전 "尹이 사건 무마" 담긴 녹취록 제보…檢, "허위 녹취록"
'제보자' 신학림, 김씨에게서 1억6500만원 수수…"내가 집필한 책값"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관련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2.17/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고양=뉴스1) 이장호 임세원 김근욱 기자 = 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허위 인터뷰를 진행하고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신 전 위원장이 김씨와 "윤석열이 부산저축은행 사태 당시 조우형을 직접 면담하고 봐주기 수사를 했고, 대장동 사업이 이재명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허위의 인터뷰를 한 뒤 대선 전 보도해주는 대가로 김씨로부터 1억6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은 1일 오전 신 전 위원장을 배임수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씨와 신 전 위원장의 대화 내용이 조작·허위라는 관련자들의 진술을 확보했으며, 두 사람 사이에 억대 금품이 오고 간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위원장과 김씨 모두 최근 피의자로 입건됐다.

◇ 신학림, 대선 직전 '녹취록' 제보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는 20대 대통령선거 직전인 지난해 3월6일 "박영수 변호사와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부 검사를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해결했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는 김씨와 신 전 위원장이 2021년 9월15일 판교의 한 카페에서 나눈 대화다.

해당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는 "조우형(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이 나를 찾아와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해결해달라고 했다"며 "(내가 직접 해결할 수 없어) 박영수 변호사를 소개해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이후 조우형이 대검 중수부에서 윤석열(당시 대검 중수부 검사)을 만났으며, 박모 검사가 커피를 타 주면서 몇 가지 질문을 한 뒤 사건을 봐줬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신 전 위원장은 해당 녹취록을 직접 제보하면서 "대장동 사건에 관한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대화록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는 해당 녹취록을 근거로 한 TV토론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조우형에게 왜 커피를 타 줬냐"고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는 "저는 그 사람을 본 적이 없다"며 "갖다 붙이려고 10년 전 것까지(꺼내 드냐)"며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검찰은 최근 관련자 조사를 통해 김씨와 신 전 위원장의 녹취록이 허위·조작된 정황을 파악했으며, 두 사람 사이에 억대 금품이 오고 간 정황까지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우형씨도 2021년 11월 검찰 조사에서 "당시 윤석열 중수과장을 만나거나 조사받은 적이 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아니오. 저는 윤석열 검사를 만난 적이 없습니다"고 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2차 법정 TV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 나누고 있다. 2022.2.25/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 "대선 3일 전 녹취록 공개…후보 관련 허위사실 공표"

검찰은 신 전 위원장에게 배임수재·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우선 적용하고 추후 보강 수사를 거쳐 허위사실 공표 혐의 적용도 검토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선 3일 전 (해당 인터뷰 녹취록을) 의도적으로 보도해 대선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까지 이뤄졌다"고 압수수색 취지를 설명했다. 검찰은 압수물을 분석한 후 신 전 위원장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신 전 위원장은 1984년 코리아타임스 기자로 입사한 뒤 한국일보 노조위원장을 거쳐 2·3대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을 지냈다. 2013년엔 미디어오늘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1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에 위치한 자택 인근에서 검찰 압수수색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허위 인터뷰를 진행하고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신 전 노조 위원장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2023.9.1/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신학림 "김만배에 받은 돈은 내 책값" 반박

이와 관련해 신 전 위원장은 "1억6500만원은 내가 집필한 책을 김씨에게 팔고 받은 돈"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신 전 위원장은 이날 경기도 고양시 자신의 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주장은 천부당만부당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신 전 위원장은 지난 2021년 9월15일 김씨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김씨가 자신이 집필한 우리나라 기득권들의 혼인으로 맺어진 인맥을 다룬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혼맥지도' 3권을 사겠다고 해 부가가치세 300만원을 포함해 1억6500만원에 책을 팔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씨 입장에서는 (내 책이) 어마무시한(엄청나게 무시무시한) 데이터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그래서 둘이 자연스럽게 책값을 정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씨에게 받은 돈으로 자신의 채무와 자녀들의 학자금을 갚는 데 사용했다고 했다. 그러나 세금은 아직 납부하지 못 했다고 했다.

2021년 9월 진행한 인터뷰를 대선 5일 전에서야 제보한 이유에 대해선 "2022년 2월 토론회 때 이재명 후보 공격에 윤석열 후보가 '대장동 일당이 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믿느냐'고 해 제가 김씨에게 들은 게 있어서 '이건 아니지 않냐'고 생각해 제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뉴스타파는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당시 뉴스타파 기사는 보도 가치가 높았고, 또 녹취 내용을 사실로 볼 근거가 갖춰진 상태에서 나갔다"며 "이 같은 보도 결정 과정에 신 전 위원장은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뉴스타파는 또 신학림 전 위원장이 자신의 저작물을 김만배 씨에게 판매했다는 사실은 전혀 인지하지 못 했다"며 "녹취록 보도 결정 과정에 두 사람의 금전 거래가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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