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절친 코닝, 충남에 2조 투자···이재용 “세상에 없는 기술 만들자”
디스플레이 소재 글로벌 기업인 코닝이 한국 투자 50주년을 기념해 초박막 벤더블 글라스(구부러지는 유리) 생산 기지를 한국에 설립키로 했다. 코닝은 이를 위해 약 2조원(15억달러)가량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수봉 코닝정밀소재 대표이사는 1일 ‘코닝의 한국 투자 5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아산 탕정 디스플레이시티에서 “충남에 차세대 초박막 벤더블 글라스 생산기지와 제품 통합 공급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초박막 벤더블 글라스는 휘어지는 특성을 지닌 유리 소재로, 폴더블 스마트폰과 첨단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에 쓰인다. 이 대표이사는 코닝의 이번 투자가 새로운 디스플레이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닝이 세계 생산 시설 중 초박막 벤더블 글라스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위해 코닝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5년 동안 15억달러(약 2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코닝정밀소재는 고성능 디스플레이 기판 유리와 스마트폰·태블릿 커버용 강화유리인 고릴라 글라스 등을 생산하고 있다. 모회사인 코닝은 1851년 설립해 2021년 기준 순매출만 148억달러(약 16조8000억원) 규모를 올리고 있다.
국내 사업장은 코닝정밀소재를 비롯해 총 4개가 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재용 회장은 코닝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코닝의 협력은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데 디딤돌이 됐다”며 “협력을 바탕으로 세상에 없는 기술, 인류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삼성과 코닝은 1973년 합작사 ‘삼성코닝’을 설립한 후 50년간 협력 관계를 지속해 왔다. 삼성전자는 TV 브라운관의 핵심 소재인 벌브 유리 생산을 위해 1973년 코닝과 합작사를 설립해 소재 산업에 진출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브라운관 제조 원가의 절반을 차지하는 부품인 벌브 유리를 모두 일본에서 수입했는데, 이로 인해 수출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
삼성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브라운관용 벌브 유리를 직접 생산하는 방안을 구상, 세계 최초로 TV용 벌브 유리를 개발·생산한 코닝과 합작 회사를 설립했다.
삼성코닝은 1975년 4월 수원전자단지에 국내 최대 규모인 연산 120만개의 흑백 브라운관용 벌브 유리 융착 생산 라인을 준공했다. 이어 1979년 월 40만대의 흑백 브라운관용 벌브 유리를 생산, 세계 1위 생산 업체로 성장했다. 또 플라즈마표시장치(PDP)와 액정표시장치(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디스플레이 신기술에 핵심적인 소재와 부품 등을 생산해 삼성이 세계 최고 수준의 디스플레이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했다.
삼성과 코닝의 협력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출시된 최신 폴더블 스마트폰인 갤럭시 Z폴드5, Z플립5에도 코닝의 최첨단 소재 기술로 만들어진 ‘고릴라 글라스 빅투스2’가 적용됐다. 삼성 폴더블폰에 사용되는 ‘접히는 유리’ 벤더블 글라스도 코닝이 공급하고 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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