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성장성 높고 구매자 확실해 안정적···은행 지급보증 6개월새 5조 급증
수출 급증으로 수수료 수익도 기대
지급보증 늘리고 싶지만 한도 소진
"수출입은행 자본금 확대해야" 지적
은행들이 방위산업의 글로벌 진출 지원에 적극 나서는 것은 방산 성장성이 배터리·반도체 산업에 못지않은 데다 안정적이고 꾸준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속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1일 금융권은 우리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들이 현대로템·한화오션 등 방산 업체에 대한 지급보증에 나선 이유를 국내 방산 업체들의 수출 및 매출 증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풀이하고 있다. 수출이 많아질수록 은행들이 얻게 될 지급보증 수수료 등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에 의뢰한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도약의 경제적 효과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방산 수출액은 173억 달러(약 22조 229억 원)로 2020년(30억 달러) 대비 규모가 5.8배 커졌다. 또 보고서는 방산 4대 수출국으로 진입할 경우 국내 방산 업체들의 매출액이 2021년 약 15조 9000억 원에서 2027년 29조 7000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지급보증이라는 금융 지원의 특성도 한몫했다. 지급보증은 특정 거래자가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부담하고 있는 채무의 지급을 은행이 보증하는 계약을 말한다. 이때 은행은 지급보증 수수료를 수익으로 얻을 수 있다. 실제 대출은 아니기 때문에 수수료율은 일반 대출금리보다 낮지만 방산업의 경우 지급보증 규모 자체가 크기 때문에 얻게 될 수수료도 상당하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폴란드 방산 수출의 경우 구매자가 확실히 보장돼 있기 때문에 지급보증의 위험 부담도 적다”며 “방산 업체에 지급보증을 하는 것은 국가 산업에 이바지하는 차원일 뿐 아니라 은행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어서 안 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국내 은행들은 최근 지급보증 규모를 급격히 늘리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이들 은행의 지급보증 총액은 약 68조 3504억 원으로 지난해 말의 약 62조 8992억 원 대비 5조 원(약 8.8%) 이상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같은 기간 가장 큰 지급보증을 보유한 하나은행이 21조 919억 원에서 22조 9634억 원으로 규모를 늘렸다. 그다음으로는 신한은행이 16조 6071억 원에서 16조 7021억 원으로 소폭 증가시켰고 국민은행이 13조 3009억 원에서 15조 5436억 원으로, 우리은행이 11조 8993억 원에서 13조 1413억 원으로 지급보증 규모를 키웠다. 시중은행의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들어 수출입 중심의 국내 기업들의 거래가 많아지면서 지급보증 수요도 자연스럽게 많아지는 추세”라며 “지급보증도 채무 변제에 대한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확실한 신용을 갖고 있거나 담보가 존재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대출보다 훨씬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방산 기업들에 대한 지급보증을 더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싶지만 수출입은행의 자본금 한도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은은 동일 차주에 대해 자기자본의 40~50%를 초과하는 신용공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동일 국가에 6조~7조 5000억 원의 지원만 가능하다. 하지만 폴란드만 해도 이미 지난해 체결된 계약 규모가 17조 원에 달해 이 한도가 거의 찬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올해 7월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수은의 자본금을 15조 원에서 30조 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한국수출입은행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만약 수은의 자본금이 확대되지 못할 경우 올해 하반기 논의 예정인 폴란드와의 2차 계약이 진행되기 어려울 수 있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일반 산업의 경우라면 현재 한도도 문제가 없지만 방산 수출은 한 건당 규모가 수조 원에 달하기 때문에 증액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편”이라며 “특례 조항 등을 적용할 수도 있는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백주원 기자 jwpaik@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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