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잘해→식빵만 하지마"..김연경·이영표·박찬호, KBS 해설계 드림팀 [종합]
[OSEN=하수정 기자] 이영표, 박찬호부터 김연경까지 'KBS 항저우 아시안게임' 해설위원들이 역대급 드림팀을 완성했다.
1일 오후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KBS 해설위원'의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박찬호, 박용택, 이영표, 김연경, 최나연, 양동근, 박재민 등이 참석했다.
야구는 지난 WBC에서 명품 호흡을 보여준 '용호쌍박 듀오' 박찬호, 박용택이 다시 마이크를 잡는다. 자타가 공인하는 '다변가' 박찬호와 '달변가' 박용택이 조화를 이뤄 빚어낼, 믿고 듣는 야구 해설에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배구 여제' 김연경이 KBS 여자배구 중계방송을 통해 인생 첫 해설위원 데뷔전을 치른다. 2012 런던·2020 도쿄올림픽 한국 여자배구 4강 주역이자, 2012 런던올림픽에선 '한국 4위'라는 성적과 대회 MVP에 오른 김연경은 여자배구의 인기를 프로야구와 견줄 수 있을 정도로 끌어올린 주인공이다. 지난달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스타브랜드평판에서 여성 현역 스포츠 선수 1위에 오를 만큼 여전히 한국 여자배구를 대표하는 현역 최고의 스타로, 뛰어난 입담까지 겸비한 김연경이 KBS에서 보여줄 살아있는 해설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축구에서는 2002 한일월드컵 영웅 중 한 명이자 최고의 축구 해설로 꼽히는 이영표 해설위원이 나선다. 물 흐르듯 유려하면서도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이영표와 함께하는 아시안게임 남자축구는 시청자들의 최대 관심 종목 중 하나로, 2014년과 2018년에 이어 대회 3회 연속 우승을 노리고 있다.
골프 해설위원으로는 LPGA 투어 9승, KLPGA 투어 6승이라는 화려한 전적으로 '태극낭자 군단'을 이끌었던 전 US여자오픈 우승자 최나연이 합류한다. 오랜 선수 경력을 바탕으로 한 정확하고 깊이있는 해설이 기대된다. 농구에서는 KBL을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 출신으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금메달을 거머쥔 '성실의 아이콘' 양동근 해설위원이 후배들을 지켜보며 달변을 뽐낼 전망이다.
첫 해설을 맡은 양동근은 "정식으로 해설을 하는 건 처음이라서 어깨가 무섭다. 더 설명을 잘하기 위해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 최나연은 "골프 자체를 잘 설명하는 걸 좋아해서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김연경은 "나도 지금 되게 어색하고, 유니폼과 상황이 어색하다. 긴장도 많이 되고 설렌다"며 "그래도 편안하게 듣는 해설을 하고 싶은데 어떨지 모르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MC 겸 해설위원 박재민은 "아까 박찬호 해설위원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데 어떤 대화를 했나?"라고 물었고, 김연경은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 박용택 위원님, 이영표 위원님 말고는 다른 분들과 전부 개인적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어떻게 알고 있나?"라는 질문에 박찬호는 "우리는 내가 일본에 있을 때 김연경도 활약하고 있었다. 그때 김연경 선수가 찾아와서 응원하고 격려도 해줬다. 식사도 하면서 나도 처음으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박용택은 "박찬호 위원님과 눈만 마주치면 대화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웃었고, 박찬호는 "김연경 선수와 나는 눈높이가 같아서 서로 주고받는 대화가 많았다"고 인정했다. 이에 김연경은 "좋은 말을 혼자 많이 해주셨다. 계속 혼자 말을 하셨던 기억이 있다"고 당시를 떠올려 웃음을 자아냈다.
박찬호는 이영표에 대해 "결과적으로 내가 따라갈 수가 없고, 인간적으로 앞서 계시니까 배울 것도 많다. 대화를 하면 철학자 같다. 아직도 운동을 하고 마라톤을 하니까 배울 게 정말 많더라. 체력적으로 존경하고 귀여움이 많은 후배이자 친구"라며 존경한다고 했다.
박찬호가 존경한다고 하자 이영표는 "형님과 방송도 하고 많이 만났다. 정말 다른 운동 선수에게서 들을 수 없는 아주 주옥같은 메시지를 들었다"고 말해 투머치토커의 일화를 궁금케했다.
이에 박찬호는 "내가 선배니까 경험이 되는 이야기, 서로 같으면서 다른 방면의 철학적인 얘기를 했다. 각자의 경험이나 각자를 도와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이영표 위원님은 축구와 야구 경쟁 구도로 가다가 갑자기 골프 얘기를 하더라. 잘 친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초대해서 골프를 쳤는데 뭘 경쟁하려고 했는지 모르겠더라. 골프장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기를 죽여본 적이 있다"고 고백해 웃음을 안겼다.
2002년 아시안게임 당시 직접 선수로 출전했을 때 아쉬운 기억이 있다는 이영표. 그는 20년 전 상황에 대해 "선수 시절 아시안게임에 출전했지만 우승하지 못했다. 심지어 그때 선수 구성으로 따지면 2002년 한일월드컵이 끝난 직후라서 '역대 최강'이라는 얘길 듣을 정도로 좋은 선수였는데도 금메달을 못 땄다. 가장 큰 이유가 나였다"고 밝혔다.
이어 "왜냐하면 4강전에서 이란을 만났는데 완전 수비전술을 들고 나와서 좋은 경기를 펼쳤는데도 골이 안 나왔다. 승부차기까지 갔는데 실축을 한 선수가 나였다"며 "그래서 나에게 아시안게임은 정말 특별하다. 선수 땐 우승하지 못했지만 해설을 할 때 (2014, 2018) 2번이나 우승을 하는 모습을 봐서 기뻤다. 그래도 여전히 그때 당시 함께한 선수들한테는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20년째 놀림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한 이영표는 "더 큰 문제와 더 미안한 건, 2002년 월드컵 4강에 가서 병역 혜택을 받았다"며 "하지만 아시안게임은 금메달을 못 따서 10명이 넘는 다른 친구들은 병역 혜택을 못 받았다. 꼭 그것 때문은 아니지만 그 부분도 (선수 생활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에 더 죄책감을 오래 가지고 있었다"며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박재민은 "대한민국 축구가 세대교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 중심에는 이강인 선수가 있다. 이번에 출전할 수 있나?"라고 궁금해했다.
이영표는 "지금 이강인 선수는 햄스트링 부상이 있어서 가능성이 그 전보다 낮아졌다"며 "두 가지 큰 변수가 있다. 만약 햄스트링 부상의 회복 속도가 어느 정도로 가능한가? 그리고 이강인 선수 개인의 의지가 어떤가? 등이다. 아시안게임을 참가하겠다는 의지에 따라 이강인 선수가 들어오느냐, 못 들어오느냐가 결정될 것 같다. 들어오면 훨씬 전력이 좋아져서 금메달을 딸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님의 예상 성적을 묻자 '인간 문어'로 유명한 이영표는 "금메달"이라고 외쳤다.
지목 토크에서는 '지금 현역으로 뛰어도 될 만한 해설위원?'이라는 질문이 나왔고, 은퇴한지 10년이 넘은 이영표가 많은 표를 받았다.
이영표는 "지금 몸무게가 선수 때 몸무게와 똑같다. 여러가지 이유로 축구를 자주하진 않지만 러닝이나 다른 운동은 꾸준히 하고 있다. 일주일에 운동을 4~5번 한다. 보통 한번 뛰면 10키로는 뛰는 편인데, 지금도 춘천 마라톤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많은 어록을 남길 것 같은 해설위원?'이라는 질문에는 김연경이 지목됐다. 이에 대해 김연경은 "현역이라서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너나 잘해라'고 할까봐 그렇다. 아무래도 조금 조심스럽게 말하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박용택은 "김연경 의원이 평소 어떤 이미지인지 다들 아니까, 솔직하게 식빵만 안 부르면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할 것 같다. '내가 아는 김연경이라면 어떤 얘기를 할까?' 너무 기대된다"고 응원했다.
한편 오는 23일부터 개최되는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는 45개국이 참가하며, 40개 종목에서 482개 경기가 치러진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최대 금메달 50개, 종합 3위 수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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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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