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100만원도 선뜻 … MZ '감성숙소' 열광
독채펜션·한옥·풀빌라 인기
고급 인테리어까지 더해져
SNS에 사진 올리며 과시도
주말·연휴예약 하늘의 별따기
직장인 이 모씨(28)는 지난달 연인과 함께 제주도에 있는 감성 숙소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다. 이곳은 제주도 해안가에 위치한 펜션으로, 바다와 어울리는 감각적인 인테리어에 더해 숙소 내 수영장에서 바다를 볼 수 있어 매우 인기가 높았다. 이 숙소는 성수기 2인 기준 1박에 60만원임에도 불구하고 예약이 치열해 주말이나 연휴 등에는 예약하기 힘들다.
이씨는 "적은 돈은 아니지만 평소 누릴 수 없는 좋은 공간에서 오붓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돈이 크게 아깝지 않았다"며 "이번에 국내에도 좋은 곳이 많다는 것을 알게 돼 자주 가지 못해도 특별한 날 또 찾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젊은 세대에서 '감성 숙소'라 불리는 숙박 형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숙소들은 바다·숲속·시골 조망이 있는 곳에 위치해 있으면서 고급 인테리어나 아기자기한 가구로 내외부를 꾸며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것을 좋아하는 MZ세대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숙소들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감성'이다. 호텔에 묵으면서 부대시설을 즐기는 '호캉스'가 유행이었다면, 이제는 더 나아가 세련된 인테리어와 오션뷰·숲속뷰 등으로 무장한 숙소가 인기를 끄는 것이다. 이 숙소들의 숙박비는 1박에 적게는 20만원, 많게는 80만~100만원에 달한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인기 숙소는 예약이 반년 전에 마감되기도 하고 연휴나 주말 등에는 예약이 꽉 차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일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단기 렌탈 숙소 시장 규모는 2021년 4810억원에서 2022년 5927억원, 2023년 8306억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이후 국내 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여행 형태가 변한 게 감성 숙소 유행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여행이 늘어나면서 숙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제주도를 중심으로 강릉, 경주, 울산 등지에 수영장이 딸린 고급 독채 펜션이나 인테리어를 고급스럽게 한 방들이 곳곳에서 생겼다. 이 숙소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변화하면서 감성 숙소라는 형태로 진화한 것이다.
이지호 장안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유행하는 감성 숙소는 젊은 세대의 독특한 감성과 세분화된 개인적 취향을 반영해 여행자의 여행 동기에 따라 개성 있는 테마와 서사를 반영한 공간과 체험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며 "특히 MZ세대에게는 공간 소비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고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더 높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국내 숙박 중개 업체인 여기어때 관계자는 "최근 여행 트렌드가 여행지가 우선되기보다는 별이나 바다를 보거나 숙소에서 가족과 요리를 해먹고 쉬는 등 특정 목적이 있어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다 보니 잠자는 목적만으로 숙소를 예약하지 않고 숙소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 많은 곳을 찾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트렌드 속에 숙박 업체들도 국내 곳곳에 있는 감성 숙소를 발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독창적인 소규모 숙소를 소개·중개하는 플랫폼 스타트업인 스테이폴리오는 최근 감성 숙소 인기를 등에 업고 성장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스테이폴리오가 사업을 시작한 이후 4년간 20배 이상 거래액이 증가했으며 월간이용자(MAU) 50만명과 회원 수 27만명을 달성했다.
하지만 모든 감성 숙소가 숙박업으로 등록한 뒤 운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숙소의 경우 숙박업으로 등록하지 않은 채로 숙박공유 업체에 소개되고 있거나 SNS에서 예약을 받아 운영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감성 숙소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수민 유로모니터 선임연구원은 "독특한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소비자층이 늘면서 독채 펜션, 에어비앤비 등 단기 렌탈, 캠프 사이트와 같은 특별한 경험을 주는 숙소 수요는 당분간 성장 탄력을 계속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나은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집값 3년뒤 더 큰 폭풍 몰아칠 것” 전문가들이 꺼내든 숫자는 - 매일경제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인기에 브라질서 난리난 음식의 정체 - 매일경제
- 혜리 “1등석이 이코노미로” 폭로에 델타항공 해명 보니... - 매일경제
- ‘국민연금 보험료율, 0.6%p씩 올려 12~18%로 상향’…보고서 공개 - 매일경제
- [단독] 韓 기업인 첫 우크라이나행…원희룡 장관, 재건협력대표단 20여명 동행 - 매일경제
- “반백년 노예라고? 놓치면 백년 바보 돼”...은행마다 난리라는 이 상품 - 매일경제
- “하는 일마다 되는게 없네”...최고나라 꿈꾸더니 제조업마저 무너질 판 - 매일경제
- 재선 비상등 켜진 바이든이 겨눈 반도체 규제 칼끝 ‘중국’아닌 ‘중○’이었다 [위클리반도체
- “이쯤되면 명예 한국기업”...이병철부터 이재용까지 50년간 맞손 - 매일경제
- “하성과 또 같이 뛸 기회가 오겠죠?” 에드먼의 바람 [MK인터뷰]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