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고용량 '괴물 D램'… 삼성전자, 1테라 시대 앞당긴다

최승진 기자(sjchoi@mk.co.kr) 2023. 9. 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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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D램 개발사에 또 한 번 큰 획을 그었다.

삼성전자는 1일 1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급 32Gb(기가비트)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D램을 처음 공개했다. 반도체 전쟁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 수 있는 기술적 진보로 평가된다. 1983년 64Kb(킬로비트) D램 개발로 시작한 삼성전자가 40년 만에 용량을 50만배 늘리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시장에서는 32Gb DDR5와 호환되는 세트 제품이 나오는 시점을 내년 3~4분기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보다 1년 앞서 선제적으로 기술 개발 사실을 공개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면서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잠시 고전했던 삼성전자가 시장 주도권 회복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는 뜻이다.

이미 생성형 AI를 필두로 한 차세대 시장으로의 '대전환'은 시작됐다. 고성능·고용량 D램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얘기다. AI와 메타버스, 디지털 트윈, 자율주행차 등 최근 급부상하는 산업이 모두 대량의 데이터 처리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특히 생성형 AI에 필수적인 '하이엔드 서버'는 더 빠르고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서버당 D램 탑재량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서버당 D램 탑재량은 2013년 1.93TB(테라바이트·1TB는 1000GB(기가바이트))에서 2027년에는 3.86TB로 2배 가까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현존 최대 용량'의 '괴물' D램을 개발한 것은 그동안의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제품으로 삼성전자 D램 용량은 40년 만에 50만배 늘었다. 삼성전자는 1983년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64Kb D램을 개발했고, 그로부터 9년이 지난 1992년 64Mb(메가비트) D램을 만드는 데 성공하면서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1994년 256Mb, 1996년 1Gb, 2004년 2Gb, 2012년 4Gb, 2014년 8Gb, 2015년 12Gb, 2018년 16Gb 등 용량 확대 주기가 짧아지면서도 칩 크기는 계속해서 줄었다.

특히 확대되는 HBM 수요에 대응하면서도 고성능·고용량 D램을 공급한다는 생산 전략을 내세운 것이 '승부수'로 꼽힌다. 32Gb 제품은 동일한 크기의 패키지에서 구조 개선으로 16Gb D램에 비해 2배 용량을 구현했다. 128GB 모듈을 TSV(Through Silicon Via·실리콘 관통 전극) 공정 없이 제작할 수 있다는 의미다.

TSV는 칩을 얇게 간 다음 미세한 구멍 수백 개를 뚫고 상단 칩과 하단 칩의 구멍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전극을 연결한 첨단 패키징 기술을 말한다.

기존에는 16Gb D램 80개를 붙여 128GB 모듈을 구성하도록 했고, 이는 2층 구조로 쌓아야 해 TSV 기술이 필요했다. 하지만 32Gb D램으로는 40개로도 구성이 가능해 굳이 TSV 기술을 적용하지 않아도 용량이 동일한 모듈을 만들어낼 수 있다. 1b(비트)는 데이터의 최소 단위로, 1B(바이트)는 8비트에 해당한다.

이는 HBM 시장 선점을 위한 '묘책'으로도 꼽힌다. TSV는 HBM 생산을 위한 핵심 공정이고, 128GB 이상 고용량 D램 모듈 제작에도 필수적이었다. TSV 공정 가동이 한정돼 있다 보니 두 제품을 동시에 생산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삼성전자가 32Gb D램 개발로 TSV 공정을 적용하지 않고 128GB 고용량 D램 모듈 생산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공정을 HBM에 집중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향후 HBM 수요 급증에 선제적으로 대비했다는 의미다.

이번 제품 개발은 1TB D램 모듈 시대를 열 수 있는 기반 기술을 만들었다는 의미도 있다. 현재 D램 모듈은 256GB 제품까지 생산되는 상황이다. 이번 개발로 256GB의 4배인 1TB 제품 개발이 머지않았다는 뜻이다. 32Gb D램 개발은 '꿈의 1TB' D램 모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초가 될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 측 시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과거 불황에도 지속적인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로 경쟁사와 격차를 만들었듯 이번 32Gb D램도 미래 D램 수요를 선점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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